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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3호 2022년 8월] 뉴스 모교소식

동아리 탐방: “밤하늘 별 헤는 재미, 한 번 빠지면 나올 수 없어요”

서울대학교 아마추어 천문동아리 AAA 


동아리 탐방: 아마추어 천문동아리 AAA 
 
“밤하늘 별 헤는 재미, 한 번 빠지면 나올 수 없어요” 

선배들 만든 망원경 물려받고  
관악에 자체 관측소, 관측여행    



강원도 함백산으로 소규모 관측회를 나간 모교 아마추어 천문동아리 AAA   (사진 제공=AAA)

 
어둠이 내리고 별이 고개를 내밀면 이들의 활동이 시작된다. 영겁의 시간을 날아온 별빛을 놓칠세라 졸린 눈을 비비며, 별이 뜨는 곳 어디든 발걸음이 향하는 이들은 모교 아마추어 천문 동아리 AAA(Amateur Astronomy Association). 1980년 자연대 동아리로 출발해 매년 100여 명씩 신입이 들어오는 인기 동아리다. 

밤하늘 별들은 사계절 변한다. 그 밤하늘을 쫓는 AAA의 활동도 다채롭다. 디딤돌·별모임·소규모 관측회·출사·사진전 등으로 한 해를 빼곡하게 채운다. ‘디딤돌’은 신입을 위해 아마추어 천문 지식을 전수하는 과정. 선배들의 노하우가 축적된 두툼한 교재를 가지고 낮에는 ‘별방’으로 불리는 동아리방에 모여 별 지식과 사진 관측법 등을 공부한다. 별과 인공위성을 구분 못하던 사람도 이 과정을 통과하면 ‘별 좀 아는’ 정회원으로 인준을 받는다. 

실전은 학군단 건물 옥상에 있는 AAA의 전용 관측소에서 이뤄진다. ‘돔’이라는 별칭으로도 불리는 이곳의 정식 이름은 ‘김태영 기념 관측소’. 1999년 실험실 사고로 작고한 고 김태영(원자핵공학89-93) 동문의 가족이 고인의 애정이 깊었던 동아리에 망원경과 장비를 기증했고, 그 망원경에 이어 5년 후 신설된 동아리 관측소에도 김 동문의 이름을 붙여 고인을 기렸다. 

AAA의 보물은 이렇게 선배들이 직접 제작하거나 십시일반으로 장만해 물려준 대구경 망원경들이다. 매주 관측소에서 별모임을 갖고, 번개 관측회도 수시로 열린다. 최승원(물리천문 21입) 회장은 “서울이라 별이 하나도 안 보일 것 같지만 가장 밝은 1등급 별은 바로 보인다. 별을 잘 아는 회원이 레이저 같이 생긴 ‘별 지시기’로 더 많은 별을 볼 수 있게 짚어준다”고 했다. 



'김태영 망원경'을 사용해 관측하고 있는 AAA 회원들. (사진 제공=AAA)


서울 하늘로 성이 차지 않으면 맑은 날을 골라 관측 여행을 떠난다. 주 행선지는 강원도나 경기 북부 등 광공해가 적은 곳. 관측 장소로 유명한 화천의 조경철 천문대 주차장도 단골 장소다. 학기 중엔 무박 2일 소규모 관측회, 방학이 되면 3박 4일짜리로 판이 커진다. 맨눈으로 별을 보는 안시 관측파, 사진 관측파 등으로 나뉘어 자유롭게 밤하늘을 즐긴다. 

그러나 하늘의 일이 내 맘대로 되진 않는 법. “멀리까지 갔는데 허탕치는 일도 드물지 않다”고 최 회장은 말했다. “맑을 줄 알고 갔더니 구름이 낄 때가 있어요. 그럴 땐 드라이브 했다고 웃어넘기죠. 날씨 앱에서 맑을지 흐릴지 애매해서 도박하는 마음으로 갔는데 오히려 좋을 때도 있고요.” 학생들에겐 장거리 이동도 만만찮은 일이다. 선배들의 도움을 받아 렌터카로 움직이는데, 그나마 장비를 태워 보내고 회원들은 대중교통으로 관측 장소까지 찾아갈 때도 있다고 했다. 

역사가 오랜 동아리답게 활동을 도와주는 장치들이 마련돼 있다. 최 회장은 “안전이 최우선인 만큼 렌트카 보험도 최고 등급으로 들게끔 동아리 재정으로 지원한다”고 했다. 노후한 망원경을 신식으로 교체하기 위해 동아리 차원에서 ‘망 적금’도 모으고 있다. 



날이 맑으면 별이 잘 보이는 곳으로 소규모 관측회를 떠난다. (사진 제공=AAA)


밤샘은 기본, 여름엔 모기에 뜯기고, 영하 30도의 겨울밤엔 핫팩으로 무장하고도 온몸이 얼어붙는 가운데 서로 돕고 챙겨주다 보면 새록새록 정이 쌓일 수밖에. 그래선지 대학마다 천문동아리는 ‘연애하기 좋은 동아리’로 소문났다. AAA는 어떨까 물었더니,  “몇백여 명이 활동하는데 이 중에 커플이 없는 것도 이상한 것 아닐까요?” 우문현답이 돌아온다. 최 회장은 “별을 좋아한다는 공통점으로 친해져서, 다양한 친목활동으로 더 많은 추억을 쌓는 게 우리 동아리의 숨은 장점”이라고 했다.  

얼마 전 제임스웹 망원경이 새로운 우주 사진을 공개했을 때도 다 같이 설레는 마음으로 지켜봤다. 천문학 전공자로서 설명도 해줬다는 최 회장은 “우리 모두 새로운 충격을 받았다. 사진이 아름답기도 했지만, 인류의 우주를 보는 능력이 향상된 것 같다. 그동안 천문학계에서 관측적인 증거로 해답을 찾지 못한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가 될 것 같다”고 했다. 고교 때부터 천문 관측 활동을 했다는 그는 “만지거나 가까이 볼 수 없는 존재지만 멀리서도 관측하거나 사진을 찍어서 별에 대한 정보를 알아내는 게 천문의 매력”이라고 했다.

별 보기를 좋아하는 이들은 “한 번 빠지면 나가기 어려운 취미”라고들 말한다. “자신이 성장할수록 별이 더 잘 보이고, 좋은 사진이 나온다. 그래서 끝이 없다”는 것이다. 졸업 후에도 천문 활동을 이어가는 AAA 회원이 많다. 90년대 베스트셀러 ‘재미있는 별자리 여행’을 쓴 이태형(화학83-87) 충주고구려천문과학관 관장, 천체사진가 권오철(조선해양공학92-96) 동문은 아예 업으로 삼았다. 동아리 지도교수인 김기훈(물리88-92) 물리천문학부 교수도 AAA 출신. 최 회장은 “8월 19일 2년 만에 3박 4일 여름 관측회를 연다. 팬데믹 때문에 경험하지 못했는데 OB선배들도 참석해 10년 전, 20년 전 이야기를 들려주시는 자리라고 하니 기대된다”고 말했다.

별을 좋아하면 AAA의 인스타그램(@snuaaa)이 보물창고다. 회원들이 찍은 별 사진과 촬영 정보를 공유하고 유성우와 일식, 월식, 혜성 등 천문 이벤트, 관측 팁도 알려준다. 11월 초 학내에서 천체사진전을 연다.      

AAA 인스타그램에서 별구경 하기: https://www.instagram.com/snuaa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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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