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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7호 2022년 12월] 뉴스 모교소식

동아리 탐방: 서울대 여자농구가 이렇게 셌어?

여자농구부 SUN

동아리 탐방 

서울대 여자농구가 이렇게 셌어?

여자농구부 SUN
 

모교 여자농구부 SUN이 11월 12일 열린 한국대학스포츠협의회(KUSF) 클럽챔피언십 여자농구에서 우승 후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2연속 클럽챔피언십 우승  
모교에서 대학리그 열고 싶어    


모교 여자농구부 SUN(이하 썬)에게 올해는 특별한 해였다. 11월 12일 강원 횡성에서 열린 한국대학스포츠협의회(KUSF) 클럽챔피언십 여자농구 결승에서 연세대 여자농구부 ‘미쓰비’를 꺾었다. 2년 연속 우승이다. 처음으로 코치도 생겼다. 

이제야 ‘드림팀’이 된 것 같다는 썬을 연습일인 11월 29일 체육관에서 만났다. 대회 주전이었던 이래은(체육교육), 김나연(수학교육), 김예은(조소), 전예지(체육교육), 정승윤(자유전공·주장)씨가 몸을 풀다 반갑게 맞이했다. 

이들의 말에 따르면 썬은 원래 강팀이 아니었다. 훈련은 열심히 했지만, “한두 명만 빠져도 흔들리던, 기복 심한 팀”이었다. 변화가 생긴 것은 지난 여름. MBC배 전국대학농구 여대부에 초청받아 출전하게 되자 한국여자프로농구연맹이 선수 출신 지도자인 이종애 코치를 파견했다. “그전엔 저희가 코치 겸 주장 겸 선수였어요. 돈 내고 스킬 트레이닝을 배우기도 했지만 효율적이진 않았죠. 코치님께서 거의 원 포인트 레슨을 해주셨어요. 슈팅도 다 바꿨어요.” (전예지)

공부와 병행하면서도 주2회 훈련과 토요일 연습경기에 거의 ‘올 출석’하니 가르치는 사람도 신명나지 않을 수 없었다. “주전들을 훈련시키는 동안 코치님께서 데려오신 선수 출신 친구분이 신입생들을 봐주셨다. 덕분에 팀원들의 기량이 고루 향상됐다”고 했다. “전엔 같이 뛰는 팀원을 가르치는 게 조심스러웠는데, 믿을 수 있는 어른이 생기면서 코치님을 중심으로 팀이 하나가 될 수 있었어요. 팀원들끼리도 더 돈독해진 것 같아요.” (김예은) 

팀 스포츠를 좋아하는 여학생은 ‘운동 단절기’를 겪곤 한다. 어릴 땐 남학생과 섞여 운동해도, 자라면서 같이 할 사람이 없어지는 탓이다. 전예지씨와 김예은씨는 어릴 적 농구를 접했다가 대학에 들어와서 다시 시작했다. 2020년 들어온 김나연씨는 “코로나 때 유일하게 활동한 게 농구부였다”며 웃었다. 체육관 문이 닫히면 썬은 남양주, 김포까지 가서 빈 코트를 빌렸다. 인원 제한이 생기면 두 명씩 교대로 나와 어떻게든 연습량을 채웠다. 전예지씨는 “‘인강 강사’처럼 유튜브에 이번 주 연습 찍어서 올리면 애들이 ‘인증 영상’을 찍어 올리는 식으로도 연습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왜 그리 농구가 좋을까. “24초라는 공격 제한 시간 내에 무얼 할지가 매번 미지수라 재밌다”(김나연), “좁은 코트에서 격하게 몸을 부딪히며 긴장감 속에 해내는 희열이 있다. 블록 찍고, 리바운드 잡고, 출점도 하기 시작하면서 끊임없이 재밌는 요소가 생긴다”(정승윤)는 답이 돌아왔다. 차기 주장인 이래은씨는 “내가 못해도 다른 사람이 채워주는 팀 스포츠가 좋다. 그 중에서도 농구가 멋있었다”고 했다.

“좁은 코트 위에서 부딪히고 얼굴 붉히다 보면 ‘성격대로 농구한다’는 느낌이거든요. 세상의 단편을 코트 안에서 볼 수 있어요.” ‘농구 광인’이라는 팀원들의 놀림 속에 김예은씨가 고심해서 내놓은 답이다.

이전에도 모교에 ‘라바’라는 이름의 여자농구부가 있었다. 2020년 썬으로 일종의 재창단을 했고, 팬데믹까지 겪으면서 선후배 교류가 끊겼다. 팀 기금이 축적될 리 없으니 사비를 털어 활동하는 형편. 학교에서 받는 지원금은 한두 번 대회 출전비로 바닥나는 정도다. 그런데 이들이 “꼭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은 선배님들이 계신다”며 말을 꺼냈다. “얼마 전에 ‘라바’를 만드셨다는 오세임(성악11-15) 선배님이 저희 우승 소식을 듣고 고생했다며 회식비를 보내 주셨어요. 얼굴도 한 번 못 뵌 선배님인데 정말 감사했죠. 상주 MBC 대회에 초청받았을 때도 교통비와 숙박비가 부담스러워 망설였는데, WKBL에서 영상 관련 일을 하시는 맑은기술연구소의 강승표(기계공학94-98) 심연섭(기계항공공학95-99) 동문님의 지원으로 나갈 수 있었습니다. 정말 감사했어요.” 

인터뷰 중 코트 한쪽에선 신입생들이 별다른 지시 없이 알아서 연습을 했다. 난생 처음 농구공을 잡아도 한두 달 훈련하면 레이업은 할 줄 알게 된다고 했다. “한때 대회 엔트리도 겨우 채웠는데 이젠 신입생끼리 연습 경기도 가능하다. 체격 조건 안 보고 다 받아도 주 3회 훈련을 소화하다 보면 저절로 소수정예가 된다”며 웃음지었다.  

인터뷰를 마친 부원들이 연습에 합류하자 코트는 더욱 달아올랐다. ‘서울대 파이팅’을 외치며 전력 질주하더니 블로킹과 슈팅 스텝, 슈팅 연습이 폭풍같이 몰아쳤다. 자유투 연습으로 한 턴을 마무리한 이들이 땀 범벅이 되어 돌아왔다. 당장 내년 2월에 새해 첫 대회가 있다. “코치님이 그러셨어요. 올라가는 건 어려운데 내려가는 건 진짜 쉽다고요. 확실히 저희 멘탈이 강해진 것 같아요. 상대팀이 저희를 흔드는 행동을 해도 이번엔 밀리지 않았거든요. 다같이 열심히 해서 성장했다는 믿음이 있으니까 한 명에게 의존하지 않고 정말 찬스인 사람에게 공을 주게 됐고요. 열심히 닦아놨으니까 앞으로도 이런 분위기와 문화가 계속 이어졌으면 좋겠어요.” 

‘말해도 되나’ 머뭇거리던 이들이 ‘그냥 지르자’며 뜻밖의 야심찬 계획을 꺼냈다. “사실 내년 9월에 저희가 서울대에서 여자 대학농구 대회를 열어보려고 해요. 후원이 많이 필요해서 지금부터 이곳저곳 알아보고 있습니다. 어렵겠지만 말을 뱉어야 진짜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선배님들의 관심이 절실하게 필요합니다.”   
     
연락처: jsy22@snu.ac.kr      

서울대 여자농구부 SUN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snu.s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