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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5호 2022년 10월] 인터뷰 화제의 동문

동문 유튜버: 문지혁의 보기 드문 책


화제의 동문 유튜버
‘문지혁의 보기 드문 책’ 문지혁 (영문98-05) 소설가

유일한 재능은 ‘포기하지 않음’




“21세기의 작가는 자신의 문학적 경험을 불특정 다수와 나누는 사람이어야 한다.”
네 권의 장편소설과 두 권의 소설집을 펴낸 소설가이자 문학강사 문지혁 동문이 북튜버가 된 이유다. 물량 공세와 속도전이 만연한 유튜브에서, 책 한 권을 2시간 가까이 얘기하는 그의 채널은 드물게 깊고 느리다. 제약 없이 문학의 즐거움을 나누려고 연 강의실에 시나브로 2700여 구독자가 모였다. 문 동문을 이메일로 인터뷰했다. 


-유튜브에선 보기 드물게 호흡이 긴 채널입니다. 스스로 생각하는 채널의 매력은 뭔가요. 
"제 영상들의 길이가 말씀대로 긴 편인데요. 전략적으로 일부러 긴 영상을 찍는다기보다는, 여러 가지 사정으로 지금의 형태가 된 것 같아요. 일단 강의 형식의 라이브 스트리밍이고, 책 이야기를 하다 보면 할 말이 많아지고, 참여하신 분들의 질문까지 받고 대답하다 보면 어느새 한 시간 반을 훌쩍 넘기는 그런 식으로요. 제가 생각하는 제 채널의 매력은 실은 저도 잘 모르겠어요. 지루함을 견딜 수 있는 분들, 책과 문학을 정말로 사랑하시는 분들, 느리지만 무언가를 곰곰이 오래 생각해 보고 싶으신 분들이 찾아주시는 것 같습니다."

-채널 설명에 '보기드문책: a good book is hard to find'라고 쓰셨지요. 책 선정 기준이 궁금합니다. 전공자답게 제임스 조이스, 헤밍웨이 등 영미 문학이 많던데요.
“다루는 책들은 일단 제가 읽은, 제 취향의, 그러면서도 함께 이야기해볼 것이 많은 그런 책들입니다. 저는 사실 다독가는 아니라서 작가치고 책을 많이 읽는 사람은 아닌데요. 다만 읽은 책 중에 좋았던 책을 반복해서 읽고 깊이 생각하고 해석하는 편입니다. 넓은 것보다는 깊은 것에서 의미와 기쁨을 찾는 것 같아요.
따라서 표면의 의미보다 이면의 의미가 더 많은 책, 읽기에 따라 다층적인 독서가 가능한 책, 여러 가능성과 해석의 여지를 주는 책이 제가 찾는 좋은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영미 문학을 주로 다루는 이유는 제가 원서로 직접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한데, 전체는 아니더라도 중요한 부분들은 원문을 참고하는 편입니다. 번역본이 여럿인 경우에는 각각의 번역본들도 살펴보고요.”

-한 편을 준비하는 데 얼마나 걸리시나요? 
“저 혼자 기획하고, 찍고, 편집하는 채널이기 때문에 짧은 영상들은 10분을 기준으로 촬영과 편집에만 5-6시간 정도 걸리는 것 같고요. [먼슬리클래스] 강의 같은 경우는 수업과 똑같이 준비하기 때문에 며칠 정도 걸리는 것 같습니다. 정확히 시간을 재보지는 않아서 잘 모르겠네요.”

- 소설 읽기뿐만 아니라 쓰기도 가르쳐 주시던데요. '나는 소설 쓸 생각은 없는데' 하면서도 은근히 귀가 쫑긋합니다. 소설 쓰기를 돕고자 하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책을 읽는 분들 중의 상당수는 쓰기를 염두에 두고 계신 분들이 많습니다. 지난 십여 년간 학교 안팎에서 제가 분명하게 체감하는 것은, 독서 인구는 줄어들고 있지만 작가가 되고자 하는 사람은 더 많아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저는 글쓰기가 외국어나 악기, 혹은 운동을 배우는 일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는데요. 다른 분야에 비해 유독 글쓰기는 영감과 신비의 영역으로 치부되는 것 같아요. 글쓰기 역시 누군가 체계적으로 연습과 훈련을 돕는다면 훨씬 더 좋아질 수 있는 일이기 때문에, 저는 제가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그 역할을 하려고 합니다. 모두가 위대한 작가가 될 필요는 없지만, 글쓰기를 통해 우리 내면의 우주를 확장하는 일은 누구에게나 필요하고 중요한 일이니까요.”

-작가의 연 수입을 공개했습니다. 민감한 부분 아닌지요. 
“대단한 액수의 돈이 아니기 때문에 딱히 저어되지는 않았습니다. 글쓰기를 통해 벌어들인 정당한 소득이니까요. 다만 많은 분들, 특히 작가를 지망하시는 분들에게 본의 아니게 놀라움과 좌절을 드린 것 같아 그 이후에는 같은 콘텐츠를 만들지 못했네요.”

-유튜브를 시작하고 달라진 점이 있다면요.
“처음에는 영상 편집이 너무 어렵고 벅차기만 했는데, 하다 보니 조금씩 기술도 늘고 재미도 생기더라고요. 텍스트와 전혀 다른 영상의 세계에 발을 내딛으면서 저도 이야기를 만드는 사람으로서 많은 자극과 영감을 받게 되는 것 같습니다. 더불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어떤 방식의 이미지, 화법, 스토리텔링에 익숙하고 반응하는지를 알게 되기도 하고요. 하지만 여전히 영상 편집은 너무 어렵고, 가야 할 길은 멉니다.”

-100편을 올리는 것이 목표라고 하셨어요. 
“말씀을 듣고 찾아보니 제가 이제까지 올린 영상이 어느덧 64편이네요. 2018년 12월에 첫 영상을 올렸으니까 여기까지 오는데 만으로 거의 4년이 걸린 셈입니다.
이왕 느리게 온 김에 앞으로도 천천히 계속해 보려 하는데요, 아마 10년쯤 되면 100편을 넘을 수 있지 않을까요? 제가 가진 유일한 재능은 ‘현실감각 없음’과 ‘포기하지 않음’이니, 서두르지 않고 지금처럼 미련하고 느릿하게 걸어가 보겠습니다.”


박수진 기자

문지혁 동문의 채널 바로 가기: https://www.youtube.com/c/문지혁의보기드문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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