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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4호 2022년 9월] 뉴스 모교소식

3학기 9월 학기제 도입한다…닻 올린 모교 중장기 발전계획

부문별 중장기 발전계획 ①교육
3학기 9월 학기제 도입한다…닻 올린 모교 중장기 발전계획
 
부문별 중장기 발전계획 ①교육
 
기숙대학 세워 연대의식 높이고 다전공제 넘어 무전공제 추진


최근 ‘서울대학교 중장기 발전계획(이하 발전계획)’이 발간됐다. 발전계획은 1장 미래사회의 변화와 서울대학교의 역할, 2장 부문별 발전계획, 3장 전략 및 실행과제 추진계획 등으로 나뉘며 ①문명사적 전환기의 서울대학교 교육 혁신 ②국가와 인류 문제 해결을 위한 선도적 연구 ③총체적 웰니스를 지향하는 학생지원·복지 ④질적 국제화와 지식기반형 사회공헌 ⑤지속가능한 미래지향적 멀티캠퍼스 구축 ⑥ 다양한 재원확보를 통한 안정적 재정 운용 ⑦시너지를 창출하는 성숙한 대학운영체제 확립 등 7개 부문별 발전계획을 담고 있다. 본지는 이번 호부터 7차례에 걸쳐 부문별 모교 중장기 발전계획을 소개한다.- 편집자 주


발전계획은 코로나19 팬데믹과 이로 인한 디지털 대전환의 가속화, 미중 패권전쟁 심화와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글로벌 가치사슬의 격변과 기후위기, 인구구조의 변화 등 시대의 변화에 부응해야 한다는 인식에서 시작됐다. 2040년까지 세계 20위권 싱가포르대, 홍콩대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오세정 총장의 요청에 따라 2021년 4월, 2040년을 바라보는 중장기 발전계획 수립을 위한 연구모임이 조직됐고 비전, 교육, 연구, 학생지원·복지, 국제화·사회공헌, 멀티캠퍼스, 재정, 대학운영체제의 8개 분과가 구성됐으며, 교원·학생·직원·외부 전문가 등 총 85명의 위원이 참여했다. 1년 남짓한 기간 동안 100회가 넘는 분과별 모임과 20여 차례의 각 분과위원장 및 본부 처·국장들과의 논의를 거쳐 완성된 발전계획은 새로운 시각에서 모교의 역할을 조명해 보고자 다양한 외부인사들의 의견을 듣는 간담회와 외부 컨설팅도 병행했다. 그 결과 ‘국가와 인류의 미래에 공헌하는 지식공동체’를 2040년 모교의 비전으로 도출했다.

‘문명사적 전환기의 서울대학교 교육 혁신’에선 3학기·9월 학기제가 제시됐다. 겨울 방학을 없애고 9~11월, 12~2월, 3~5월로 나눠 각 3개월 12주씩 정규 학기를 진행하며 6~8월 여름 방학 땐 국제 하계 강좌를 수강하거나 교환학생, 인턴 등 다양한 경험을 하게 하자는 안이다. 이를 통해 9월에 개학하는 대다수 유럽·미주 대학들과 더 원활한 교류가 가능할 전망이다.

발전계획은 기숙대학(Residential College 이하 RC)을 활용해 6개월간 다양한 기초 교육을 제공하면 9월에 정규 학기를 시작해도 신입생 선발 전형 일정은 현행 그대로 유지할 수 있다고 짚었다. 

또한 RC가 “학과·학부, 단대·대학원 간 장벽을 넘어 학부생들이 함께 거주하면서 자유롭게 교류하는, 상호 이해와 연대의식을 높이고 사고의 범위를 넓히는 전인 교육의 장이 될 것”이라면서 코로나 시대 때 확대된 비대면 교육과 이로 인해 더 심화될 것으로 보이는 고립화·개인주의 문제에 대한 해결책으로서도 RC를 강조했다.

다만 “의무적 공동생활을 강제하는 RC는 학생들의 저항이 클 것일 뿐만 아니라 실효성도 떨어질 수 있다”며 반드시 학생 선호도를 고려할 것과 신입생이 참여하는 ‘새내기 대학’ 형식의 RC를 실험적으로 시행하고 확대하는 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발전계획은 미래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인재의 양성을 위해 전공 간 벽을 허물고 현행 자가설계전공 제도를 개선해 비약적으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썼다. 유연하고 탄력적인 학위 제도의 정립을 목표로 선발 땐 세부 전공을 정하지 않고, 수강하는 과목에 따라 학위를 받을 수 있도록 단기적으론 현행 다전공제를 전폭 지원하고, 중기적으론 무(無)전공제를, 장기적으론 6년제 멀티 트랙 프로그램의 도입을 제안했다. 먼저 큰 방향을 설정한 다음엔 “교수의 소속을 학과나 학부가 아닌 단대, 대학본부 차원으로 바꾸는 등 단계별 혁신을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면서도 전공 간 경계를 허무는 것이 입시, 대학조직, 전공 설계는 물론 교수 충원과 소속의 자율화 등 현실적 문제와 맞물려 있어 치밀한 대책 없이 추진하는 것은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음을 명시했다.

발전계획은 다전공제의 개선을 위해 부·복수전공 학과나 학부서도 전공과 관련한 충분한 정보와 지침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정립돼야 한다고 짚으면서, 현재 교무처가 추진 중인 ‘아카데믹 어드바이저(Academic Advisor 이하 AA)’ 제도가 효과적으로 정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부생 개인의 학업 지도, 진로 조언, 심리 상담 등 멘토 역할을 담당하는 AA는 반드시 교수일 필요는 없으며 자격을 충분히 갖춘 박사과정 학생이나 박사수료생, 강의 조교(Teaching Assistant)를 활용하는 방안도 효율적일 것이라고 조언했다.

발전계획은 △이공계 재학생은 주전공 이수의 부담이 커 다른 학과(부)의 수업을 듣기 어려운 점 △인문사회계 재학생에겐 경쟁이 치열한 학과(부)의 복수·부전공은 진입 장벽이 매우 높은 점 △수요가 몰리는 일부 학과(부)에 대한 지원이 충분하지 않아 교육의 질이 충분히 보장되지 못하는 점 등 현실적인 문제를 지적하기도 했다. 

지식·기술의 생명주기가 짧아지고 삶의 재전환을 통한 인생 다모작 경향이 가속화됨에 따라 대학 또한 일회성 교육으로 그칠 게 아니라 귀환 학습자를 위한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과 학습 플랫폼을 활성화해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발전계획은 스탠퍼드대의 개방형 순환 모델을 예로 들면서 재학생과 귀환생의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고 고등교육 학습 패턴의 다양화, 생애 전반의 학습 제공, 다양한 학습자를 통한 포용적 교육 시스템 확보, 대학 안팎의 광범위한 참여로 인한 교육 선순환을 도모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교육부문 위원장을 맡은 이재영(영문83-87) 모교 영문과 교수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서울대가 바뀌어야 한다는 건 분명한 사실이고 대학의 가장 본질적인 기능은 교육”이라며 “별거 아닌 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다른 대학보다 앞서야 한다는 의무감, 선제적·주도적으로 대학이 나아갈 방향을 제언해야 한다는 책임감으로 치열하게 논의했다”고 전했다.
나경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