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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2호 2022년 7월] 문화 나의 취미

“투닥거리고 화해하고…그래도 합 맞추면 행복해져요” 

강미규 동문 직장인 밴드 ‘강스밴드’ 운영
 
 
“투닥거리고 화해하고…그래도 합 맞추면 행복해져요” 
 
강미규(작곡78-82) 동문 직장인 밴드 ‘강스밴드’ 운영




대학시절 밴드로 무대 올라
키보드·드럼 연주 등 다재다능


퀸의 프레디 머큐리, 자우림의 김윤아. 밴드의 얼굴이자 정신적 지주를 뜻하는 ‘프런트맨’, ‘프런트우먼’들이다. 5년 넘게 자신의 이름을 건 직장인 밴드를 이끄는 ‘프런트우먼’ 동문이 있다. ‘강스밴드’의 강미규 동문이다. 

6월 28일 등촌동 한 건물의 지하 주차장에 있는 연습실 문을 열자 강 동문이 반갑게 맞이했다. 한쪽엔 단을 높인 스테이지에, 아늑한 좌석까지 갖춰 홍대의 소규모 지하 공연장 느낌이 나는 공간이었다. 매주 수요일 저녁 ‘강스밴드’ 멤버들은 이곳에서 합을 맞춘다. 2017년 결성된 강스밴드는 퍼스트 기타와 세컨드 기타, 베이스, 드럼, 키보드, 보컬 3명 등 총 8명으로 구성됐다. 강 동문의 포지션은 키보드. 

사실 그는 대학 시절부터 밴드 활동을 했다. 음대생에게는 다소 외딴 취미였다. “당시만 해도 클래식 음악 전공자가 밴드 음악 한다면 혼이 났죠. ‘유스호스텔’이란 동아리에서 결성한 ‘반더포겔 밴드’였는데 섬에서 공연도 하고, 학교 축제도 나갔어요. 교수님이 그걸 보셨는지 다음날 출석 부르시다가 ‘강미규, 노세 노세 젊어서 노세다. 어디 클래식 하는 놈이 그런 걸 해?’ 하시더라고요.”  

그런 그에게도 출산과 육아로 인한 ‘음악 단절’ 시기가 찾아온다. 미국에서 딸과 아들을 키우느라 겨를이 없기도 했다. “교회에서 지휘는 했지만 따로 나를 위해 뭘 하진 못했어요. 아이들 대학 다 보내고 이제 나 혼자만의 시간이라 생각하니 옛날에 하고 싶던 게 떠오르더군요. 마침 한국에서 지금의 연습실을 쓸 수 있는 상황이 마련됐어요. 밴드를 만들겠단 생각보단, 이 악기 저 악기 갖다놓고 건드려보자는 생각이었죠.” 

리듬 악기가 궁금해 드럼을 배우러 간 학원에서 어느 밴드의 건반을 맡아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차라리 내가 하나 만들어야겠다’ 싶어 음악 동호인 사이트에 구인광고를 냈다. 한 명씩 모이더니 연장자인 강미규 동문 아래 50대, 40대까지 넘나드는 밴드가 구성됐다. “‘강스밴드’란 이름은 사실 내 뜻이 아니었다. ‘누나가 만든 밴드’라며 만장일치로 정했다”고 그가 웃으며 말했다. 

유튜브에 올라온 강스밴드의 레퍼토리는 다양하다. ‘배드 케이스 오브 러빙 유’, ‘누구 없소’ 등 포크 록 장르, 윤도현밴드와 자우림 등 젊은 감성 곡들까지. “이런 곡, 저런 곡 다 해요. 회의에서 ‘이번엔 달리는 거 해 보자’ 하면 ‘하이웨이 스타’ 연주하고, ‘요즘 드라마에 나오는 곡 너무 좋던데?’ 하면서 김필의 ‘그때 그 아인’ 같은 신곡도 해보고요.”

한때 직장인 밴드 붐이 일었지만 장수하는 밴드는 드물다. ‘강스밴드’의 유지 비결은 뭘까. 멤버들의 생업도 출판사, 영상업체 등 음악과 거리가 멀다. “오래 보려면 실력도 중요하지만 인성도 중요하다”고 강 동문은 말했다. 



강미규 동문(오른쪽 둘째)과 밴드 멤버들.


“우리가 돈 벌려고 모인 게 아니잖아요. 보면 반갑고, 서로 뭐라도 도움 될까 하는 마음이 있어야죠. 여성 보컬 뽑을 때도 전화를 받자마자 예의도 바르고 얘기해보고 싶은 느낌이 오더라고요. 노래방 가면 주인이 소리 듣고 와서 ‘아깝다, 밴드 한 번 해보라’ 하도 말해서 우리 오디션을 봤대요. 아주 파워풀해요. 남성 보컬은 40대인데 고운 미성이고요. 가끔 ‘넌 우리랑 하는 게 좋니?’ 물으면 ‘전 좋아요’ 해요. 우리야 고맙죠.” 
 
음악 전공자에 ‘절대 음감’인 그도 밴드에선 항상 배우는 자세로 임한다. “귀가 정확하니 지적해 줄 순 있겠지만 전 필드 경험이 적잖아요. 그래도 가끔은 중심을 잡아줘야 하죠. 밴드가 왜 싸울까 했더니, 묘한 자부심들이 있어요. 자기 파트가 심심하다고 토라질 땐 ‘어떻게 모든 곡에서 본인이 두드러지겠냐, 싱어가 우리 얼굴인데 원하는 대로 해주자’ 하면서 서로 양보도 해요.” 

청춘 만화나 영화 속 밴드들처럼 투닥거리고 화해하고, 어려워도 한 곡 한 곡 도전하면서 지금까지 왔다. 수요일마다 강 동문은 연습실에서 밥을 짓는다. 아예 밥솥과 커다란 국냄비, 냉장고를 갖다놨다. “종일 열심히 일하고 달려왔을 텐데, 매번 라면 끓이고 짜장면 시켜먹을 수는 없지 않겠냐”는 마음이다. “그야말로 식구죠. 매일 아침 여덟 시 전원이 단톡방에 이모티콘을 올리면서 아침 인사를 해요. 하루종일 아무 연락이 없으면 전화 와요. ‘뭔 일 있어?’하고요.”

미국에 사는 두 아이들과 예쁜 손주들을 보러 출국해도 3주를 넘기지 않고 돌아온다고 했다. 공항에서 밴드 멤버들이 기다릴 때도 있다. 더 오래 있어 달라던 아이들도 “엄마를 찾아주는 데가 있어서 좋다”며 기뻐한다. 

두 달 전부터는 모교 문리대 동문 밴드 ‘엑스타스’가 강 동문의 연습실에 둥지를 틀었다. 본지에 소개된 강문기(식물68-76) 동문이 기타를 치고, 강미규 동문은 키보드를 맡아 연습을 돕는다. “음이 틀려서 쳐다보면, 강스밴드 멤버들은 ‘무서워, 내가 뭘 잘못했다구?’ 하는 반면 엑스타즈 선배님들은 점잖으세요. ‘다시 한 번 해봅시다’, ‘연습 좀 더 해야 되겠어’ 말씀하시죠(웃음). 워낙 열심히 하시고, 좋아해 주셔서 나름 보람이 있네요.”

그에게 음악은 ‘함께할 때 더 즐겁고, 다른 사람에게 즐거운 감흥을 줄 때 더 좋은’ 것이다. 수시로 가족과 친구들을 불러 오붓한 분위기 속에서 공연을 연다. 동문 합창단에서도 활동 중이다. 
“조용하게 하려 했는데 이제 멤버들이 외부 공연도 다니고, 봉사활동도 해보자고 하네요. 일생을 돌아보니 어떤 종류든 언제나 제 곁엔 악보가 있었어요. 같이 연주하고 연습하는 것이 제겐 행복이고 즐거움이에요.”


박수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