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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5호 2021년 12월] 문화 나의 취미

“미치도록 좋아하는 농구, MBA도 듀크대에서 했죠”

농구칼럼 쓰고 스포츠마케터 활동
 
 
“미치도록 좋아하는 농구, MBA도 듀크대에서 했죠”
 
미국 대학농구 팬  주장훈 동문


 
농구칼럼 쓰고 스포츠마케터 활동
‘스포츠덕후’ 얘기 모아 책 출간


어찌 ‘농구 키드’의 숙명을 피하랴? ‘마지막 승부, 슬램덩크, 농구대잔치, 마이클 조던’이 지배한 10대를 보냈다면. 주장훈(정치96-04) 동문이 그렇다. 어릴 적부터 유달리 스포츠를 좋아한 그는 농구, 그 중에서도 미국 대학농구에 꽂혀 산 지 30년째다.

그야말로 ‘덕생일치’(좋아하는 것과 삶이 일치)다. 스포츠 기자가 되고 싶어 대학신문 기자로 활동했고, MBN 증권부, 경제부 기자를 거쳐 국제부에서 해외스포츠 기사를 썼다. 미국 농구 명문대에서 MBA를 마치고 삼성전자에 입사, 스포츠 마케팅 업무를 봤다. 지금은 MX사업부 마케팅부서에서 근무하면서 농구 매체에 가끔 칼럼을 기고하기도 한다. “절대 강호가 없는 예측불허의 매력”에 푹 빠져 300여 미국 대학농구팀을 속속들이 꿰는 주 동문을 12월 6일 강남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아무리 잘하는 선수도 대학에선 4년만 뛸 수 있어요. 에이스가 졸업하면 전력이 확 바뀌죠. 아직 다듬어지지 않다 보니 프로에선 못 볼 플레이도 나오고요. 누가 봐도 이길 경기가 어이없게 뒤집어지는데, 전 그게 재밌더라고요.”

농구공 튀기는 곳이면 어디든 눈 돌리던 10대 시절, AFKN에서 첫사랑 팀을 만났다. 미국 남부 사립대인 듀크대가 2년 연속 우승하며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었다. “진짜 잘한다 하면서 보는데 아버지께서 ‘남부의 하버드’라고 말씀해 주시더라고요. ‘나중에 유학을 간다면 공부도 잘하고 농구도 잘하는 듀크대로 간다’고 맘 먹었죠.”

모교 재학시절 강팀인 서울대 미식축구팀의 경기를 보며 아쉬움을 달랜 그는 ‘농구 명문’ 듀크대에 진학해 MBA과정을 밟으며 물 만난 물고기가 된다. 면접 때도, 오리엔테이션에서도, 심지어 시험에도 농구 얘기가 나오는 학교였다. 학생에게 판매하는 시즌권을 얻기 위해 텐트를 치고 밤샘하는 ‘캠프아웃’은 기본, 원정경기를 보러 10시간 넘는 거리를 달려가기도 했다.

흔히 ‘덕후가 계를 탔다’고 하는 행운도 누렸다. 2010년 듀크대가 네 번째 통합 우승을 거뒀을 때 그도 현장에 있었다. “스포츠 팬에게 응원팀 우승 직관은 최고의 호사라는데 돌아오지 못할 강을 건넌 것 같다”며 웃었다.



유학시절 듀크대 경기에서 주장훈 동문.



“유학시절 저 덕분에 농구를 좋아하게 됐다는 친구들이 많았어요. 한국에 와서도 듀크대 동문끼리 가족 동반으로 모여서 중계를 보곤 하죠. 주말 경기 보려고 일요일 새벽에도 모여요. 학생 수도 적고, 외국인 비율도 높은 듀크대에 유대감과 소속감을 갖게 되는 건 농구의 힘이 큰 것 같아요.”

미국 대학농구를 보려면 지금이 딱이다. NCAA(미국대학스포츠협회) 농구리그가 11월 개막해 연말까지 300여 대학팀이 산발적으로 맞붙고, 1월부터 대학들을 묶어 만든 32개 컨퍼런스별로 경기를 치른다. 이 결과를 종합해 추첨이 아닌 선정위원회의 정교한 판단으로 68개 팀을 선정, 3월 중순부터 토너먼트가 시작된다. 전미가 농구에 미치는 ‘3월의 광란(March Madness)’이다.

“우선 좋아하는 팀이나 선수를 찾아보세요. 국내는 좋아하는 NBA 선수의 모교를 응원하는 팬들이 많아요. 대학에서 1년만 뛴 선수들도 모교에 애착이 강해서 꼭 모교 경기를 찾아와 응원해 주거든요. 가족, 친척이 다닌 학교 팀을 찾아보는 것도 좋고, 미국 여행 갔다가 대학 캠퍼스에 들러 티셔츠 한 장이라도 산다면, 그걸 계기로 응원팀을 만들 수도 있죠.”

한국인이 뛴다면 좀더 정이 간다. 스테픈 커리의 모교 데이비슨대에 이현중 선수가 있다. “잘해요. NCAA 선수 5,000명 중 야투 성공률 50%, 3점슛 성공률 40%, 자유투 성공률이 90%를 넘는 선수는 이현중 선수 한 명뿐입니다.”

국내에서 미국 대학농구를 보려면 유튜브가 가장 편하다. ‘3월의 광란’ 즈음엔 스트리밍해주는 채널도 많아진다.

팔이 안으로 굽는 걸 감안해도 “이번 듀크대는 더 응원할 맛 난다”는 그다. 미국 최고의 아마추어 농구 감독으로 꼽히는 마이크 슈셉스키 듀크대 감독의 고별 시즌이다. 차기 NBA 드래프트 1순위 파올로 벤케로 선수도 듀크대 소속으로 맹활약 중이다.

듀크대와 마이클 조던의 모교 노스캐롤라이나대(UNC)의 라이벌 관계를 알면 더 재밌다. 대학농구판 ‘엘 클라시코’인 두 학교가 맞붙으면 표값이 1000달러를 훌쩍 넘긴다. “꼭 이겨야 한다”며 그의 눈이 더욱 빛났다.

“내년 2월과 3월 라이벌전이 열려요. 3월 경기는 68강 토너먼트 직전 경기라 의미가 더 큽니다. 프로 진출 예정인 선수에겐 한 경기 한 경기 소중하고, 프로에 못 가는 대부분 선수들에겐 인생 마지막 경기가 될 수도 있거든요. 뜨겁고 순수한 열정을 느낄 수 있을 거예요.”

세 아이의 아빠인 그는 SNS 닉네임도 ‘스포츠 대디’다. “한국에선 자라면서 운동과 멀어질 수밖에 없는데, 나중에 학교나 회사 동료들과 족구라도 할 수 있는 아이들로 키우고 싶다”고 했다.
10년 전 농구, 미식축구, 하키 등 스포츠 마니아들과 ‘레드 셔츠’라는 동호회도 만들었다. 이 동호회 멤버들과 최근 책 ‘스포츠도 덕후시대’를 펴냈다. 프로 배구단에 취직한 법대생, 아이스하키 동호회에서 뛰는 회사원, 응원하는 선수의 경기를 따라 미국 대장정을 펼친 사업가 등 주 동문 못지않은 ‘스포츠 덕후’들의 활약상이 가득하다. 주 동문 또한 유학시절 블로그에 대학농구 관전평을 정리한 것이 스포츠마케터로 일하는 데 큰 도움을 줬다.  

“스포츠 팬덤도 훌륭한 취미가 될 수 있고, 스포츠 팬도 능력과 전문성이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코로나로 스포츠가 큰 타격을 입었지만 우리의 열정은 식지 않았습니다. 삶에 활력을 주는 스포츠, 이왕이면 듀크대에 많은 관심 가져 주세요!”

박수진 기자


▷주장훈 동문 블로그: https://m.blog.naver.com/labon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