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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5호 2022년 10월] 뉴스 본회소식

“여러분이 자본가라면 우버 막는 한국에 투자하겠습니까”


“여러분이 자본가라면 우버 막는 한국에 투자하겠습니까”


최재붕
성균관대 기계공학부 교수



부작용만 걱정하면 혁신 없어
MZ 세대 활약할 공간 열어야


2019년 ‘포노 사피엔스’를 출간해 베스트셀러 반열에 올린 최재붕 성균관대 기계공학부 교수가 9월 28일 서울 마포구 SNU 장학빌딩에서 열린 본회 수요특강 연단에 섰다. 2020년 10월 본회 첫 조찬포럼에서 강연하고 2년 만이다. 최재붕 교수는 출시 당시 찬사와 지탄을 동시에 받았던 스마트폰이 일각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인류의 삶을 바꿔놓고 있는 현실을 적시하면서 “이 나라의 엘리트인 여러분들이 디지털 대전환에 대해 확실히 인지해 후손들을 잘 이끌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2007년 아이폰이, 2010년에 갤럭시S가 출시됐으니까 스마트폰 대중화의 역사는 솔직히 10여 년밖에 안 됩니다. 그러나 그 짧은 시간 동안 우리 삶의 방식이 다 바뀌었어요. 은행 안 가도 은행 업무 다 할 수 있죠. 공부도, 회의도 스마트폰으로 하죠. TV도 필요 없다는 의견이 부지기수입니다. 디지털 대전환이 일어나고 있다는 데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아요. 가히 혁명적이죠. 애플 MS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세계 1등 기업부터 5등 기업은 모두 디지털 문명을 창조하고 이끄는 기업들입니다. 전 세계 자본이 여기에 미래가 있다고 판단하고 주식을 사들이는 거예요.”

미국 IT 기업이 돈을 쓸어 담았던 최근 5년 동안 시가총액 세계 1000위 기업에서 한국 기업의 수는 반으로 줄었다. 최 교수는 한미 양국의 사회적 표준이 다르다는 점에서 원인을 찾고, 우버를 예로 들어 설명했다. 현재 뉴욕의 택시기사는 손님을 태워도 미터기를 켜지 않는다. 스마트폰을 통해 자동으로 요금이 결제되는 우버를 선호하는 것. 눈비 오는 날엔 비싸지고 평일 낮 시간대엔 싸지는 차등적 요금 정책이 기사들한테도 환영받고 있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뉴욕의 택시기사 5명이 우버 도입에 반대하며 목숨을 끊었다.

“저도 50대 후반이니까 우버를 금지하는 게 좋습니다. 택시에 디지털 플랫폼을 도입하면 여기에 친숙한 젊은 층만 이득 보지 제 또래 기사들은 피해를 보잖아요. 사회 취약층을 보호하자는 합리적인 취지에서 우버를 불법으로 규정지은 겁니다. 따뜻하죠. 마음이 편안해져요. 그런데 여러분이 자본가라면 그런 사회에 투자하시겠습니까? 우리나라의 사회적 표준은 2010년에 머물러 있고, 온 국민이 이를 지키기 위해 변화와 혁신을 막고 있습니다. 그런 사회에 투자하시겠어요? 한국에 넣었던 돈 빼다 미국에 넣는 게 너무 당연한 겁니다.”

최 교수는 “어른들이 배워야 하는 시대가 왔다. 내가 아는 모든 표준은 끝났다”고 각성하는 것에서부터 디지털 대전환이 시작된다고 말했다. 이어 “4차 산업혁명이 성공하려면 디지털 문명에 친숙한 MZ 세대의 활약이 중요한데 국회의원이나 국내 대기업 CEO 평균 연령을 보면 여전히 한국 사회는 50대, 60대가 모든 것을 결정한다”고 짚으면서 IT 개발인력 구인난을 일례로 현 시스템의 한계를 꼬집었다. 구글 페이스북이 발표한 자사의 평균 임금은 한화 약 3억7000만원. 2억원은 줘야 개발자를 데려올 텐데, 국내 대기업은 이만한 처우를 허락하지 않는다. 연공서열을 중시하는 풍토 탓이다. 그러니 뛰어난 인재는 죄다 해외로 나간다. 상황이 이런데도 바뀌기 힘든 건 우리 국민 95%가 기존 시스템의 수혜자이기 때문이다.

“전기차, 자율주행차가 대세가 됐는데도 우리나라 대학은 여전히 내연기관 가르칩니다. 학과 통폐합의 필요성이 일찍부터 제기됐는데 부작용을 주장하면서 혁신을 주저하고 있어요. 각 학과의 이해가 얽혀 있거든요. 그러나 MIT 스탠퍼드에선 이미 10년 전부터 학과 통폐합을 준비하고 실행에 옮겼습니다. 규제는요, 우리들 마음에서 비롯됩니다. 정치인들 탓으로 돌리지 마세요. ‘난 어느 정도 성공했고 부를 일궜고 여기서 변하지 않으면 참 편하겠는데’ 하는 마음에서 나오는 거예요. 문제는 전 인류가 바뀌었다는 겁니다. 선진국이 된 우리나라는 더 이상 남의 것 베껴 발전할 수도 없게 됐고요. 디지털 혁명과 선진국 혁명, 대한민국은 두 개의 도전에 직면한 유일한 나라입니다.”

최 교수는 “실수나 부작용 거의 없이 기분 좋게 나갈 수 있었던 개발도상국 시절은 끝났다”고 하면서 “혁신을 이루려면 부작용을 두려워해선 안 된다”고 일갈했다. 대학에 대한 사회의 요구가 등록금 동결, 공정한 입학 전형뿐인 국내 세태를 비판하면서 기여 입학제를 시행하는 미국의 명문 대학이 혁신을 끌어낼 힘을 키우고 있다고 짚었다. 이어 취미로 드론을 배운 초등학생이 전국대회에서 우승하고, 코딩에 재능을 보인 고등학생이 학교 자퇴 후 창업한 사례를 제시하면서 “지식을 공유하고 서로 협력하는 커뮤니티를 통해 스스로 학습하는 방식이 새로운 표준이 됐다”고 말했다.

“선생님 말씀, 부모님 말씀 잘 듣고 옛날 방식으로 공부했다간 마흔 살에 회사에서 잘린다는 걸 요즘 아이들은 알아요. 스스로 길을 찾고 공부하는 제자들 보면 소름이 쫙 돋습니다. 그러니 존중해줘야 해요. 삼성, LG, 현대 등 국내 최고 대기업에 입사했는데도 신입사원 30%가 1년 만에 이직을 합니다. ‘여기 있다간 내가 망하겠다. 성장이 기대되지 않는다’ 생각하는 거예요. 디지털 인재가 놀 수 있는 물을 만들어주는 게 기업 성장의 핵심이 됐죠. 사회도 마찬가지입니다. 기성세대가 젊은 세대를 이해하는 쪽으로 가야 해요. 여러분들 가정만 돌아봐도 부모 세대가 자녀 세대와, 조부모 세대가 손주 세대와 소통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나요. 대한민국은 50년 만에 후진국에서 선진국으로 도약한 저력 있는 나라입니다. 우리 후손들이라고 이런 저력이 없을까요? 당연히 있습니다. 서울대 동문 여러분들이 미래 세대에 길을 활짝 열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본회는 이날 참석한 동문 전원에게 최재붕 교수의 신간 ‘최재붕의 메타버스 이야기’를 증정했다.

나경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