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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8호 2022년 3월] 오피니언 동문칼럼

한미동맹은 가장 확실한 전쟁억지력

최중경 사단법인 한미협회 회장
동문칼럼
 
한미동맹은 가장 확실한 전쟁억지력
 


최중경
경영75-79
사단법인 한미협회 회장
전 지식경제부 장관
 
 
한미동맹처럼 중요하지만 개념 인식이 덜 되어 있는 사례를 찾기 어렵다. 가장 혼란스러운 때는 ‘이 정부는 한미동맹을 좋아하고 저 정부는 싫어하기 때문에’ 한미동맹 강화를 위한 활동에 동참하기 부담스럽다고 말하는 기업과 대화할 때이다. 70년이 넘은 한미동맹은 왜 아직도 덜 익은 과일 같은 대접을 받고 있을까?
 
한미동맹은 이념이슈인가? 우크라이나 사태의 시사점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서고 블링컨 국무장관 일행이 방한해서 하얏트 호텔에 묵었다. 하얏트 호텔 앞을 지나다 앳된 여학생이 피켓을 들고 서 있기에 다가가서 보았더니 ‘Yankee Go Home!’이라 적혀 있었다. 이 여학생은 무엇을 얼마나 알고 신념에 차서 반미를 외치고 있을까? 어른들이 책임을 다하지 않은 결과가 부르는 후폭풍은 매섭다. 어른들이 사춘기에 들어선 자식에게 공부해서 성적 올리라고 몰아친 적은 있어도 자식의 손을 잡고 안보와 국방의 중요성을 얘기한 적이 있었던가? 미국이 이룬 역사적 성과와 세계최강의 군사대국, 경제대국으로서의 국제적 위상과 영향력, 현대 자유민주주의 정치의 철학적 기반이 된 건국이념을 차분하게 설명해 주는 곳이 존재했던가? 세계 최강 미국과 군사동맹을 맺고 있다는 것은 그 자체가 다른 나라가 볼 때 부러워 할 일인데 왜 우리나라에서는 딴 목소리가 나올까?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함으로써 이러한 질문에 힘들여 답할 필요가 없어졌다.

군사동맹은 전쟁억지를 위해 존재한다는 실용주의 관점에서 이해되어야 한다는 산 교훈이 우크라이나 사태인 것이다. 이웃 나라의 힘에 굴복되지 않으려면 스스로 더 강한 군사력을 갖고 있거나 이웃 나라보다 강한 나라와 군사동맹을 맺고 있어야 한다. 이웃 나라와 우리나라의 이념이 같고 다른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물리적인 힘의 우열과 영토 욕심에 관련된 문제이다. 우크라이나가 소련 연방 해체를 맞이하여 독립했을 때 NATO(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이나 미국과의 군사동맹을 조건으로 핵무기를 러시아에 양도했더라면 오늘날의 비극은 없었을 것이다.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이고 핵무기를 뺀 재래식 군사력 기준으로 세계 6위 군사 강국인 대한민국이니 아무 탈 없을 것 같지만, 중국, 러시아, 일본에 둘러싸여 있고 핵으로 무장한 북한이 있기 때문에 자력으로 안보를 100% 확보하기 어렵다. 한미군사동맹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한 현실적 요청인 것이다. 

전시작전권한이 미군에게 있는 것은 더 강한 군대가 동맹을 이끄는 자연스러운 순리에 해당한다. 민족 자존심을 내세우며 환수하겠다는 주장을 들어보면, 한국군 혼자 감당할 수 있다는 억지 주장을 펴거나 이성과 논리보다는 민족 감성에 호소한다. 다른 숨겨진 의도가 있기 때문일까? NATO군 사령관은 미군 장성이고 전시작전권한은 당연히 미군에게 있지만 어느 유럽국가도 이의를 달지 않는다. 유럽사람들 눈에는 전시작전권한을 논쟁거리로 삼는 대한민국 국민이 이해하기 어려운 연구대상이다.

이승만 前대통령 소신의 산물
실용주의 관점서 필요 재확인
 
한미동맹을 통해 보는 지도자의 덕목
한미군사동맹은 당시 대통령 이승만 박사의 소신과 집념의 산물이다. 미국은 정전협정에 반대하는 이승만 대통령을 설득하기 위해 ‘전쟁이 재발하면 16개 참전국 군대가 돌아온다’고 약속한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아무런 구속력이 없는 립서비스를 믿고 정전협정에 동의하는 것은 공산화를 의미한다고 믿었다. 한편으로는 미국 내 프린스턴대 동문들과 조지워싱턴대 동문들을 설득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국군 단독의 북진통일을 내세우고 그 의지를 전격적인 반공 포로 석방으로 보여주며 미국을 압박했다. 

‘고집불통의 늙은이’라고 욕하면서도 모든 미국정부 관련자들이 속으로는 국익에 철저한 약소국 지도자를 존경했다. 1953년 7월 이 대통령이 미국을 국빈 방문했을 때 닉슨 부통령이 의전관례를 깨고 직접 공항에 나와 맞이했고, 상하원합동의회에서 연설했을 때 당찬 약소국 대통령을 보기 위해 방청석 입장권 쟁취 경쟁이 일어났으며 모든 의원이 기립하여 박수를 보낼 정도로 큰 관심을 보였다. 

지도자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야 하는 책무에 충실해야 하고 그 책무의 이행을 뒷받침할 수 있는 강력한 의지와 날카로운 혜안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이 책무를 힘의 논리가 아니라 이념과 감성의 잣대로 이해하고 수행하는 것은 본인의 불찰이며 나라와 민족의 불행을 예약하는 것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