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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6호 2022년 1월] 뉴스 모교소식

2040년 서울대는, 어떤 모습일까?

2022-2040 장기발전계획 중간보고
2040년 서울대는, 어떤 모습일까? 
 
2022-2040 장기발전계획 중간보고
 
법인화 10주년 발판삼아 마련
RC·9월 학기제 도입 여부 관심
교수 소속·연구 칸막이 없애고
재정 2배 목표, 학교채 발행 제안


모교(총장 오세정)는 지난해 12월 28일자로 법인화 10주년을 맞이했다. 지난해 6월 법인화 10주년 백서를 발표해 법인화 이후 변화 및 혁신 과정을 성찰하고, 이를 토대로 향후 20년간 장기발전계획 수립에 착수했다. 지난달 발표한 ‘2022-2040 장기발전계획 중간보고서’에는 관악 RC(Residential College·거주형 기숙대학) 시행부터 9월 학기제, 입학정원 축소 등 파격적인 구상이 포함돼 주목 받고 있다. 

모교가 장기발전계획 중간보고서에서 설정한 중점 과제는 △전공/학과 간 장벽 없애기 △획기적 입시제도 변화 △디지털 대전환시대를 주도할 교육·연구 프로그램 △전방위적 국제화 △사회공헌 확대 △재정과 거버넌스다. 

장기발전계획에서는 입시제도부터 학부정원 감축이라는 개혁안을 내놓았다. 구체적인 감축 규모와 실행 여부는 불투명하지만, 이러한 제안이 나온 배경에는 학령인구 감소세에 대응하고 정원 미달 사태를 겪는 지방 대학의 고통을 분담하려는 의도가 있다. 

법인화 10주년 백서에서 ‘법인화 10년간 교양교육에서 질적 수준 확보를 이뤘지만, 사회적인 수요에 부응한 전공 교육과 학문 발전에선 부족했다’고 자평한 모교는 학사구조 개편안도 내놨다. 단기적으로는 관악생활관 RC, 중장기적으로는 3학기제와 9월 학기제 도입, 단대/학과/학부 벽 허물기를 실행과제로 제안했다. 

RC는 신입생이 기숙사에서 생활하며 학부 교육을 받는 거주형 대학 체제다. 학업과 생활이 연계돼 봉사활동과 공동체 의식 등 전인 교육을 실현하기 좋고, 다양한 학생과 교류 기회를 제공한다. 케임브리지대, 옥스퍼드대 등 유럽에서 시작해 하버드대와 예일대, 프린스턴대 등이 운영 중이고 국내에서는 연세대가 2013년부터 송도캠퍼스에서 신입생 RC교육을 하고 있다. 모교에서도 시흥캠퍼스 건립 당시 RC 도입을 추진하다 학생들의 거센 반대에 부딪혀 무산된 적 있다. 

모교는 우선 2학기에 희망학생을 대상으로 기숙사 1개동에서 RC 시범사업을 시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차후 관악학생생활관 920~926동을 재건축해 RC를 확대한다는 방안을 내놨다. 

3학기제는 기존의 2학기가 아닌 가을·겨울·봄의 3학기로 운영하는 학사제도다. 영국과 호주 일부 대학에서 실시하고 있다. 세계 주요 국가에서 채택한 9월 학기제는 1학기를 9월에 시작하는 제도로 도입시 학생, 교수의 국제 교류와 이동이 용이해진다는 장점이 있다. 초중고교 시스템과 연계가 필요해 구체적인 방안은 논의가 필요하다.  

또 학과 간 장벽을 없애기 위해 학과에서 단과대학/본부로 교수 소속과 정원을 자율화, 유연화하고, 교과목 운영을 유연화하며, 학제간 연구를 활성화한다는 계획이다. 팬데믹·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게 가상공간 등을 활용한 혁신적 교육방식을 정착시키고, 재교육·평생교육을 확대한다는 안도 내놨다.  

모교는 법인화 10주년 백서에서 지난 10년간 SCI 논문 중 피인용 상위 1% 논문 수, 네이처·사이언스·셀 등 저널 게재 논문 수 등 연구의 질적·양적 지표가 50%에서 200% 정도까지 대폭 증가했다고 밝혔다. 특히 법인화 이후 학문 분야별 QS 세계대학평가에서 과학기술뿐만 아니라 인문·사회·예술 등의 학문 분과까지 골고루 상위권에 포진하게 됐다. 

장기발전계획을 통해 모교는 상시채용제 도입, 파격적 연구장학금과 스카우트를 통해 우수 신임교원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학내 융복합 집단 연구도 지원하겠다고 제안했다.



재정 면에서 법인화는 정부의 안정적 재정지원과 모교의 자체 노력으로 재정을 확충하고, 수익사업과 자산운용의 자율성을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됐다. 모교의 2020년 재정규모(순계 기준)는 1조3135억원으로 2001년(8535억원) 대비 53.9% 증가했다. 다만 정부출연금 지원과 등록금 수입에 대한 의존이 갈수록 어려워지면서 자체재원을 확충하는 방안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이에 모교는 장기발전계획에서 2040년까지 현재의 두 배인 3조원대로 재정을 확대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학교채 채권 발행을 통해 관악학생생활관 재건축, 경전철 서부선 도입 등 대형 프로젝트 자금을 조달한다는 방안을 내놨다. 

지식재산 실용화를 위한 산학협력체제와 창업 지원도 강화한다. 2017년 이후 모교는 다양한 국내외 기업과 MOU 체결을 통해 산학협력 발전을 도모했다. 모교가 출원·등록하는 국내외 특허 건수도 증가 추세다. 수익사업을 총괄하는 SNU 홀딩스를 설립해 기술사업화와 벤처투자 지분관리를 통한 자체 재정 확충에 나선 상태다. 

여기에 ‘SNU 창업벤처’를 설립, 교내 창업을 활성화하고 지분 투자로 이어지게 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모교는 법인화로 인해 조직을 유연하게 변경하고 개편할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지만, 지배구조 면에서는 의사결정구조와 총장 선출제도 등에 대해 개선의 여지가 있음을 밝혔다.  

그밖에 배리어프리 캠퍼스 조성, 시흥캠퍼스 글로벌인재학부(가칭) 설치, 법인화 이후 만든 ‘SNU in the World Program’ 등 재학생의 해외수학과 외국인 유학생 교육 프로그램을 더욱 확대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2013년 설립한 글로벌사회공헌단과 K-MOOC, 학내 온라인 콘텐츠 SNUON을 통한 지식나눔이 성과를 올렸다고 보고, ‘한국형 미네소타 프로젝트’ 추진 등과 사회봉사 교과목을 학부생 필수과목으로 지정하는 등의 안을 냈다.  

모교는 이번 장기발전계획 수립을 위해 전 교직원과 학생, 동문을 대상으로 장기발전계획 수립을 위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교직원 1만4530명 중 1433명, 재학생 4만8261명 중 1860명, 동문 423명이 참여했다. 

다만 이번 장기발전계획 중간보고서는 장기발전계획위원회에서 마련한 제안적 성격의 계획안으로, 모교가 공식 검토하거나 추진하기로 결정된 공식 의제가 아님을 밝혔다.
박수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