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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2호 2021년 9월] 뉴스 본회소식

1092명에게 27억원, 선배들이 베푼 사랑

재단법인 관악회 2학기 장학금 전달
 
1092명에게 27억원, 선배들이 베푼 사랑
 
재단법인 관악회 2학기 장학금 전달
줄잇는 장학금…박영구 동문도 1억
비대면 수업으로 침울한 분위기, 장학금이 힘이 됐다



재단법인 관악회(이사장 이희범)는 올해 재학생 1092명에게 장학금 총 27억원을 지급했다. 2021학년도 2학기 장학금으로는 모교 학부생과 대학원생 총 560명에게 장학금과 생활비 장학금 등 14억여 원을 지급했다. 장학생은 1학년 55명과 외국인 유학생을 포함한 학부생 488명, 학·석사 연계과정 1명, 석사과정 43명, 박사과정 13명, 석·박사 통합과정 15명이다. 

8월 19일에는 박영구(상학62-67) 전 삼성코닝 대표이사 사장이 본회에 장학금 1억원을 쾌척해 특지장학금을 설립했다. 

박 동문이 거액의 기부를 결심한 배경에는 대학시절 선배에게 받은 장학금에 대한 고마움이 있었다. 본지와 전화 통화에서 그는 “대학시절 상과대학 대선배이신 고 이필석(경성고상35졸 전 산업은행 총재) 선배님께 2년간 장학금을 받았다. 사무실로 찾아뵙고 인터뷰도 했다. 쭉 그 장학금을 받으면서 공부하고 무사히 졸업했기에 굉장히 감사한 마음이 있었다”고 했다.

“대선배님께 신세를 졌는데, 최근 들어 내 후배들에게도 그렇게 베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실천에 옮겼다”는 것. 박 동문은 “내 장학금을 받는 학생들이 열심히 공부하고 나중에 잘되어서 릴레이로 기부를 이어간다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박 동문을 위시해 8월 한 달 동안 크고 작은 액수의 장학금 기부 행렬이 이어졌다. 8월 장병주(조선항공공학53-59) 전 울산대 교수도 1100만원을 기부했다. 장 동문은 “가정형편으로 서울에서 공부가 불가능함에도 하루 두 끼로 견디면서, 하느님의 은혜로 학업을 마칠 수 있었다”며 “감사함을 작은 정성으로 보답하고자 한다”고 전했다.

김충행(교육행정54-58) 전 경인교대 명예교수는 1000만원을 기부했다. 김 동문은 “코로나로 집에 있으니 적적한 가운데 동창신문과 기부금 안내서를 받았다. 구순을 앞두고 친구들도 세상을 떠나고, 사람을 만날 일도 드문데 ‘동행’이라 적힌 안내서를 보니 서울대가 내 친구라는 생각이 들더라”며 “학창시절 고마웠던 사람들에 대한 마음을 담아 기부하게 됐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에 따라 연속 4학기째 수여식을 생략하면서 장학금과 수여자의 만남은 이뤄지지 못했지만, 장학생들은 장학금이 어려운 시국에 보내주는 응원과 같다고 말한다. 장학생들은 본회에 보낸 감사편지를 통해 “계속되는 비대면 수업에 침체되고 무기력해지기도 했는데, 장학금이 다시 동기를 부여해줬다”는 뜻의 감사 인사를 전해왔다.

1980년 장학사업을 시작한 본회는 2015년부터 한 해 장학생 1000여 명, 장학금 30억원 규모를 달성했다. 올해까지 1만5000여 명에게 누계 378억원의 장학금을 지급했다.

8월 말 기준 5000만원 이상 기부자가 설립한 특지 및 기금장학회는 153개이다. 이번 학기는 64명의 장학생에게 총 1억8000만원을 지급한 임광특지장학회를 비롯해 특지 99곳에서 장학금을 수여했다. 한두 명을 꾸준히 지원하는 특지장학회도 다수 있다.

특정 동문 또는 관악회와 결연을 맺어 지급하는 결연 장학금은 174명이 받았다. 월 30만원씩 6개월간 생활비를 지급해 학업에 집중하도록 돕고 있다.
본회에 1억원 이상을 기부한 기부자는 서울대병원(본원, 강남센터, 분당병원, 보라매병원)과 국립암센터, 차병원 청담차움에서 일부 금액을 지원 받아 건강검진을 할 수 있다. 해당 기부자는 먼저 관악회로 문의한 후에 본회가 건강검진 예약을 진행한다.

박수진 기자




장학생이 보내온 편지
 
누군가의 응원과 지지
최재영 (경제 3년)

 
안녕하십니까, 선배님! 장학생으로 선정해주신 것에 대한 감사의 인사와 함께 간단한 제 소개를 해드리고 싶어 이렇게 편지를 작성하게 됐습니다. 먼저, 이러한 지원을 통해 학업에 더욱 열중하고 다양한 진로체험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그토록 바라왔던 일이었고, 꼭 필요한 상황이었기에 선배님(기부자님)께서 해주신 응원과 지지가 정말 큰 힘이 됐습니다. 

선배님의 지지에 힘입어 앞으로도 더욱 열정적으로 목표를 향해 나아가, 점차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자 합니다. 부끄럽지 않은 후배가 될 수 있도록 지금 걸어가고 있는 길에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저는 전라남도 여수에서 태어나 초등학교, 중학교를 모두 서울에서 졸업했습니다. 어렸을 적부터 ‘돈’에 관한 문제를 다룬다는 흥미로움 하나로 경제에 관심이 많았는데, 중학교 시절 당시 기획재정부 장관이셨던 윤증현 전 장관님과 편지를 주고받았던 것을 계기로 장차 경제 분야에서 일하고 싶다는 꿈을 키웠습니다. 외국어고에 진학해 열심히 공부했고, 수많은 국가의 인재들이 배출돼 온 서울대에 진학할 수 있었습니다. 

대학에 진학하고서는 책 속의 공부와 책 바깥의 공부를 병행하고자 노력했습니다. 학업뿐 아니라 대인관계, 생활 등등 모든 측면에서 주체적으로 생각하고, 결정하고, 책임지고자 했습니다. 이렇게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새로운 지혜들을 배워나간 저는 1학년을 마치고 국방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육군 정보병으로 입대했습니다. 군에서 단체생활하는 법, 배려와 양보하는 법, 갈등에 대처하는 법 등을 몸으로 익혔습니다. 그렇게 쌓은 소중한 추억과 좋은 경험을 가지고 나와 복학을 했고 나눔교실, sam멘토링, 튜터링 등 여러 봉사활동에 참여하며 지금에 이르렀습니다.

제 짧은 식견으로 고민한 지금의 진로는 기업과 경제 분야를 전문으로 하는 법조인입니다. 1학년 때 법조인을 꿈꾸는 친구들이 많던 분위기에 휩쓸려 ALSA라는 법 학회에 들어갔습니다. 그때 처음 접하고 공부했던 법은 생각보다 매력적이었습니다. 법조문이 가진 무게감과 현실에 직결된 내용들에 반했고, 법을 진로로 고려하기 시작했습니다. 

다만 여전히 경제학이 재밌었기에, 특히 전역 후 금융에 대한 관심이 굉장히 커졌기에, 두 가지를 모두 할 수 있는 직업을 찾았습니다. 그렇게 기업법무를 전문으로 하는 법조인을 꿈꿨고, 앞으로의 학업 또한 금융과 법이라는 두 루트를 병행하는 공부를 하고자 합니다. 

앞으로 맞닥뜨릴 난관들, 고민들, 부담들을 이겨내고 조금 더 나은, 성숙한 사람이 되고자 하는 과정에 큰 힘을 실어주셔서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이후로도, 그리고 짧게는 당장 시작한 새로운 학기에서도 지원해주신 은혜에 힘입어 열심히 나아가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