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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7호 2021년 4월] 인터뷰 화제의 동문

“무식의 하향 평준화 걱정…내 이름 걸고 유튜브 강좌 열었다”

조동일 국문과 명예교수 개설 1년만에 270여편 제작


“무식의 하향 평준화 걱정…내 이름 걸고 유튜브 강좌 열었다”

80대에 전성기 갱신
조동일 국문과 명예교수





코로나19가 위세를 떨칠 무렵인 지난해 5월, 조동일(불문58-62·국문66졸·국문학 석사66-68·국문학 박사68-76) 모교 국문과 명예교수가 자신의 이름을 건 유튜브 채널을 열었다. ‘조동일문화대학’은 개설한 지 1년이 채 안 되는 짧은 기간 동안 270여 편의 강좌를 제작해 업로드했고, 댓글로 출석 확인 후 논평을 받아 수료증을 발급하는 등 나름의 체계를 구축했다. 내로라하는 대학들도 전례 없는 감염병 위협으로 인해 우왕좌왕할 때 2004년 정년 퇴임한 80대 원로교수가 교육의 한 표본을 제시한 셈. 3월 26일 경기도 군포시 소재의 자택에서 조동일 동문을 만났다.

“학문을 연구하면서 얻은 성과와 깨달음을 생활 체험을 곁들여 널리 알리고 싶었습니다. 강의 올리고 몇 분 만에 댓글이 달리는 등 즉각적인 소통 방식이 놀라웠어요. 그 외 많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저질 콘텐츠가 범람하고 있는 점은 안타까웠죠. 무식의 하향 평준화가 걱정스러웠습니다. 개탄하고만 있으면 무슨 소용이에요. 양질의 콘텐츠가 제공되게끔 해야죠. 진지한 문제의식을 공유하면서 더 나은 세상을 위해 노력하는 국내외 탐구자들과 만나고자 유튜브에 뛰어들었습니다.”

구독자 수 700여 명, 최다조회 수 1,500여 회. 국문학계 대표 원로학자이자 대한민국 학술원 회원인 조 동문의 명성에 걸맞지 않아 보였다. 실망스럽지 않으냐는 질문에 “쉽게 인기를 끌 거라 생각하지 않았다”고 덤덤히 답했다.

“오래 하다 보면 이해하는 사람이 차츰 늘지 않겠습니까. 개설 초기엔 제 연구를 이미 알고 있는 제자나 애독자들이 주로 호응했지만, 지금은 새로운 참여자들의 비중이 점점 더 늘고 있어요. 누군진 몰라도 댓글의 수준이 매우 높고 열성적으로 강의를 시청하고 있죠. 큰 물결이 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조 동문은 자신의 유튜브 강좌가 바람직한 대학 혁신에 기여하기를 희망했다. 지식 전달 위주의 강의는 비대면 수업으로 대체하고, 대면 수업에선 학생 토론과 교수의 개별 지도가 주를 이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코로나19를 계기로 비대면 수업이 온전히 정착되면, 유튜브나 인터넷을 통해 원저자의 강의를 직접 들을 수 있어 남의 지식을 단순 전달하는 교수는 설 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좋은 강의를 시간과 공간의 제약 없이 수강할 수 있게 되면 우리 학문을 해외에 전파하기도 훨씬 쉬워질 거라고 덧붙였다.






“저야 연금 나오고 학술원 수당 받으니까 무료로 강의할 수 있는 거 아니냐고 지적할 수도 있어요. 그 말도 맞지만, 원로교수들이 이런 강의를 여는 건 일종의 재능 기부라고 생각합니다. 사회로부터 받은 혜택에 보답하는 의미도 되고요. 젊은 학자들에게도 유튜브를 통한 무료 강의는 도전해볼 만한 아이템이 될 겁니다. 박사 학위 받고 연구도 많이 했는데 대학에 자리를 못 잡는 학자가 많잖아요. 워낙 경쟁이 치열한데 학령인구마저 줄면서 폐교하는 대학이 속출하고 있으니까요. 유튜브를 통한 비대면 강좌가 ‘학문적 자영업’의 길을 열어줄 거에요.”

조 동문은 추천 온라인 강좌로 ‘창조주권론’을 꼽았다. 창조주권론은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휩쓸 때 K-방역이 성공한 이유를 한국인의 ‘대등 의식’에서 찾은 독자적 이론이다. 서구 유럽에서 기인하고 발전한 시민의식은 계층 또는 계급에 대한 차등 의식을 전제로 평등을 쟁취하기 위해 투쟁하는 양상을 띠는 데 비해, 우리나라의 대등 의식은 못나고 무식하더라도 각자의 위치에서 나름대로 세상에 기여함으로써 차등을 허물어뜨린다. 그러한 대등 의식의 발현이 창조주권이고, 너 나 할 것 없이 자기 이해를 양보, 방역에 동참하는 힘이 됐다고 조 동문은 짚었다.

산수(傘壽)가 넘은 나이에 새로운 도전을 감행하게 된 계기는 또 있다. 타 대학에서 조 동문의 가르침을 받아 국문학 석사, 박사 학위를 취득한 그의 아내 이은숙 씨가 유튜브 채널 개설을 강력히 권했던 것. 아내가 조동일문화대학의 이사장 겸 사무국장이자 기술담당자 겸 진행자이고, 조 동문 자신은 원고 집필자이자 출연자에 지나지 않는다며 몸을 낮췄다. 오랜 간병 끝에 상처(喪妻)하고 혼자 지내다 2년 전 재혼한 조동일 동문. 남편으로서 아내를 생각하는 마음이 애틋했다.

“유튜브 강좌는 물론 최근 출간한 ‘우리 옛글의 놀라움’과 내년 출간 예정인 ‘국문학의 자각 확대’ 등 저서도 아내와의 토론 끝에 일궈낸 결과물입니다. 마지막까지 꼼꼼히 교정을 보고 아내가 ‘합격’이라고 해야 발표하죠. 지금은 코로나19 때문에 해외로는 못 가지만, 국내 명소를 두루 살피며 ‘지역문화 찾아가기’란 주제로 여행기도 쓰고 있어요. 대학 입시 때 놓았던 붓을 고희 때 다시 들어 개인전도 열고 노거수전(老巨樹展)이란 도록도 냈죠. 제 인생의 전성기는 바로 지금입니다.”

나경태 기자


▷조동일 동문 유튜브 ‘조동일문화대학’ 바로가기: https://www.youtube.com/channel/UCPSQ20cl72GBMZrJw6Opgr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