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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6호 2021년 3월] 뉴스 본회소식

“공연장서 자더라도 클래식 듣길, 교양이 스며든다”

도용복 사라토가 회장 수요특강

도용복 사라토가 회장이 본회 사수회 수요특강에서 강연을 했다.


“공연장서 자더라도 클래식 듣길, 교양이 스며든다”

도용복 사라토가 회장 수요특강


‘별은 가도 꿈은 남듯이 사람은 가도 사랑은 남는가. 봄은 가도 산새는 울듯이 사랑은 가도 상처는 남는가.’

시를 읊조리듯 낮은 목소리로 강연을 시작한 도용복(78세) 사라토가 회장은 “저와 여러분들의 삶이 이 시구와 같지 않나 생각한다”며 초로의 길목에서 남은 인생을 아름답게 사는 방법 중 하나로 음악을 제시했다. 2월 24일 열린 본회 수요특강 ‘음악이 있는 세계 문화기행’을 통해서다. 이날 아침 강연을 위해 하루 전날 부산에서 서울로 올라온 도 회장은 23일 예술의전당에서 오페라를 관람한 일화를 들며 박수 예절에 대해 일깨웠다.

“요즘 트로트가 굉장히 유행이어서 그런지 클래식 공연장에서도 일부 관객들이 함성을 지르더군요. 아직 노래가 끝나지도 않았는데 말이에요. 제가 무척 민망했습니다. 음악의 여운은 오래 남지요. 그래서 선진국의 청중들은 노래가 끝나고 한참 지난 뒤에야 박수를 칩니다. 가수가 인사할 때 박수와 환호를 보내도 늦지 않아요. 환호를 보낼 때도 테너가 노래할 땐 브라보, 소프라노가 노래할 땐 브라바, 합창 중창은 브라비, 라고 외치는 게 맞습니다.”

도 회장은 경북 안동에서 태어나 출세를 꿈꾸며 혈혈단신 부산으로 떠났다. 당시 그의 나이 열다섯. 고향을 떠나 마땅한 거처도 없이 낮엔 석탄을 나르고 밤엔 다방에서 디스크자키로 일하며 학업을 병행했다. 전자기술고등학교에 진학해 라디오를 만들었으니 음악에 대한 관심은 일찍부터 무르익은 셈.

이후 도 회장은 사업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베트남전쟁에 참전했고, 전역 후 전파사 등을 운영하여 큰돈을 벌었다. 자수성가한 사업가로 명성도 얻었지만, 잠복해 있던 고엽제 합병증이 발병하면서 50대에 생사의 위기를 맞았다. 음악은 위기의 전환점이 됐다. 플루트를 전공한 둘째 딸의 권유로 음악을 배우고 향유하면서 영혼을 치유한 것.



오지 탐험도 중요한 삶의 이정표가 됐다. 30년 가까운 시간 동안 전 세계 170여 개국을 다녀왔다. 편하게 즐기는 관광지가 아니라 가이드가 뱀에 물려 죽거나, 강도를 만나 가진 돈을 모두 빼앗기기도 했던 오지를 탐험했다.

‘不經一事 不長一智(불경일사 부장일지)’ 한 가지 일을 경험하지 않으면 한 가지 지혜가 자라나지 않는다는 뜻으로, 수많은 나라를 오가며 견문을 넓힌 도 회장이 경험으로 배우는 공부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제시한 명심보감의 한 구절이다. ‘한국의 조르바’로 불리는 그는 이런 측면에서 여행도, 오지 탐험도 공부의 일종이라고 말했다.

인생의 굴곡진 시기마다 전쟁이 있었던 만큼 도 회장은 6·25전쟁 참전국에 대한 애정이 깊다. 모차르트 변주곡 ‘반짝반짝 작은별’의 리듬에 UN 참전국 21개국의 이름으로 직접 노랫말을 붙였다.

“공연장에서 박수를 보낼 땐 무조건 일어나 기립 박수를 보내주십시오. 그렇게 열심히 누군가를 응원할 때 나에게 덕으로 돌아옵니다. 그렇기 때문에 결국 모든 것은 나에게서 비롯된다는 것을 저는 경험하고 있어요. 그리고 여러분 여행하십시오. 저는 지금도 고엽제 약을 먹고 있지만, 무척 건강합니다. 피곤하다고 미루지 마시고 당장 시작하십시오. 제 건강 비결은 여행입니다. 클래식 공연장도 자주 가보세요. 혹 지루해서 공연 중에 잠들더라도 거기서 잠드십시오. 스며듭니다. ‘일근천하무난사(一勤天下無難事)’ 한결같이 근면한 사람은 하늘 아래 어려움이 없습니다.”

한편 도 회장은 자녀 교육에 대한 조언으로 ‘키부츠 밸런티어 프로그램’을 소개하기도 했다. 이스라엘 집단농장의 한 형태인 키부츠엔 만 18세 이상 35세 미만의 신체 건강한 전 세계 청소년들이 모여드는데, 무료로 숙식이 가능하고 외국 청년들과 평등하게 교류하면서 세상을 보는 더 큰 안목과 통찰을 키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자신의 소개로 키부츠에 갔다 온 청소년의 감사 편지를 직접 읽기도 했다.

도 회장은 골프공 제조업체 사라토가 회장, 한국합창조직위원회 공동조직위원장을 맡고 있다. 본회는 이날 참석 동문 모두에게 도용복 회장의 저서 ‘빠샤 아저씨’와 ‘6·25전쟁 1129일(이중근 편저)’을 제공했다.
나경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