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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2호 2025년 1월] 뉴스 본회소식

한국 언론에 나오는 트럼프와 진짜 트럼프는 다르다

서정건 (정치89-94)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한국 언론에 나오는 트럼프와 진짜 트럼프는 다르다
서정건 (정치89-94)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미 양당제선 IRA 폐기 등 쉽지 않아
2027년쯤 김정은과 만날 것

트럼프는 우리가 보지 못했던 미국 대통령이라 당황스럽죠. 그렇지만 미국을 새롭게 알게 되는 좋은 기회이기도 합니다.”

미국 의회와 대통령제 등 미국 정치 전문가인 서정건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가 트럼프 차기 미국 대통령에 대한 혜안을 공유했다. 1218일 마포구 본회 장학빌딩에서 ‘2024 미국 대선 분석과 미국 외교 전망을 주제로 열린 수요특강에서다. 서 동문은 모교 졸업 후 미국 텍사스대에서 미국 의회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고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 교수를 역임했다.

트럼프의 중국 정책은 국내에서도 관심을 모으는 주제다. 그러나 이번 미국 대선은 인플레이션, 불법 이민, 낙태, 민주주의 등 철저히 국내 정치 이슈에 집중했다. 관세 등 통상 문제나 과학 기술 문제는 모두 중국 이슈와 유사했지만 중국 문제는 본격적으로 등장하지 않았다. 비개입주의가 대세이기에 고립주의 같은 일종의 외교 정책도 대두되지 않았다. 이는 외교 정책이 쟁점이 되지 않는 미국 대선과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등장했다는 것을 의미하며 미국의 포퓰리즘 외교 정책에 대한 탐색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미국 의회를 구성하는 양당제 하에선 어떤 이슈든 네 가지 정책을 예상해볼 수 있다. 중국 이슈도 마찬가지다. 신장 위구르의 강제 노동 방지 등 중국 인권 문제에 대해선 민주당과 공화당이 초당파적(bipartisan)으로 합의한 상황이다. 반면 기후 위기 및 중국 대응 문제에 대해선 확실하게 당파적(partisan)이다. 기후 위기를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쪽은 민주당뿐이기 때문이다. 중국 통상 이슈엔 공화당 내에서 입장이 분열될 수 있고(wedge), 중국에 대한 입장에선 민주당과 공화당 각각 내부에서 입장이 갈리는 동시 분열(cross-cutting)이 예상된다.

트럼프가 바이든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폐기할지도 초미의 관심사다. 그는 입법적으로는 트럼프와 공화당이 IRA를 폐기할 수 있지만, 정치적으론 애매한 상황이라고 했다. IRA 통과 당시 공화당에서 단 한 명도 IRA를 찬성하지 않았음에도 IRA의 수혜 대상은 공화당 지역구에 쏠려 있다. 대표적으로 한화큐셀이 태양광 전지 공장을 지은 조지아주 돌턴은 여자 트럼프로 유명한 공화당 하원의원 마조리 테일러 그린의 지역구다. 트럼프가 공언한 대로 IRA를 폐기하려면 의회 표결을 거쳐야 하는데 공화당 의원들이 딜레마를 겪으리란 것이다. 그는 향후 미국 정치와 한국 경제를 연결하여 고려할 때 미국 의회가 핵심적으로 중요하다우리나라는 언론 중심, 대통령 중심 접근에서 탈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북한 문제는 어떨까. 그는 트럼프는 개인 차원으로 북한 문제에 접근하는 최초이자 최후의 미국 대통령이다. 반드시 김정은을 만날 것이고, 언제, 어디서, 무엇을 위해 만나느냐가 관건이라고 했다. “트럼프의 변하지 않는 개성은 뭘까요? ‘관종입니다. 북한 김정은과 싱가포르, 하노이에서 만났을 때 전 세계 언론이 자신을 주목했던 것을 트럼프는 잊지 못해요. 초반엔 인플레이션, 불법 이민 등 미국 국내 문제 해결에 주력하지만 다음 대선 후보가 거론될 즈음 자신에게 관심이 떨어지면 김정은 위원장이 생각날 겁니다. 2027년쯤 깜짝 카드로 평양을 방문할 가능성이 충분합니다.”

서 동문은 트럼프와 김정은의 하노이 회담 당시 미국 내에서 ‘No deal is better than a bad deal’ 기조가 팽배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다시 한번 회담이 이뤄지면 ‘Bad deal’이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ICBM을 폐기하고, 핵무기는 현 수준에서 동결하는 조건으로 미국이 대북 제재를 해제한다는 내용이라면 우리에겐 핵을 이고 살게 만드는 나쁜 딜이 된다. 그는 미국에 어필하려면 우리 정부가 북한 핵무기에 대한 대안을 마련해 놔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의 말을 예단해 일희일비하며 맞춰 주려 하지 말자며, ‘미리미리보다 그때그때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대응하자고 말했다. 트럼프가 방위비 분담금을 언급하자마자 국내에선 이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우려했다. 그러나 정작 실현 가능성은 복잡한 변수를 따져봐야 한다. 농담 섞어 못 들은 척이 최선의 대응책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서 동문은 트럼프가 대북 특사를 임명했다고 대서특필된 적 있지만 실상은 베네수엘라와 북한 등 전 세계 분쟁 지역을 담당하는 특사였다. 이렇듯 한국 언론에 나오는 트럼프와 트럼프를 직접 듣는 것은 차이가 있다언론의 속성에 놀아나면 트럼프에 제대로 대응할 수 없다고 조언했다.

박수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