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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1호 2024년 12월] 뉴스 본회소식

“‘2국가론’은 김정은의 불안에서 비롯…부화뇌동해선 안 된다”

김천식 (정치76-83) 통일연구원장


조찬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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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론은 김정은의 불안에서 비롯부화뇌동해선 안 된다

김천식 (정치76-83) 통일연구원장


북한의 남한 지우기는 실패할 것
민족자결권 실현 통일 포기 말자


동독이 서독과 자신들은 다른 민족이며 2국가로 가겠다고 헌법에 못 박은 게 1974년입니다. 그런데 그 15년 후 동독이 망하고 독일은 통일됐죠. 그런 일이 지금 한반도에서 일어나는 게 아닌가 싶어요.”

1년 전 북한의 ‘2국가론선언이 큰 파장을 일으켰다. 남한을 동족 아닌 적으로 간주하고 핵 공격의 당위성까지 내세워 통일 회의론도 불러일으켰다. 이 가운데 1114일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남한의 자유통일론과 북한의 2국가론을 주제로 본회 조찬포럼이 열렸다.

연사는 통일부 통일정책실장과 통일부 차관을 역임한 김천식 통일연구원장. 40여 차례 북한에 방문했고, 김정일을 비롯해 김영남, 장성택, 김용순 등 고위 관료들과 남북 현안을 협상했다. 그는 청년 시절 통일을 해보겠다고 뛰어들어 청춘을 다 바쳤는데 남북관계가 이렇게 돼 면목이 없다면서도 지금 정세는 사태가 막바지에 다다른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며 생각을 펼쳐 보였다.

그는 2국가론을 김정은의 불안감과 생존 본능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본다. 그동안 북한은 폐쇄, 개방 거부, 핵 개발, 선군 정치를 통해 체제를 유지해 왔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은 그림자를 드리웠다. 핵무장은 성공했지만 경제난으로 민심은 이반했다. 이 가운데 감당할 수 없는 한류와 반동사상문화’(남한식 문화)가 확산한다. 커지는 반사회주의, 비사회주의, 패배주의 속에서 북한 주민들은 자꾸 남쪽을 바라본다. ‘남한 지우기는 체제가 망해가고 있음을 인지한 김정은의 고육책인 셈.

그러나 김 동문은 이러한 북한의 노력은 절대 성공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김일성의 항일 무장 혁명 투쟁이란 허구에 기초하고 민족 해방조국 통일이란 신화를 통해 체제를 유지해 온 북한이다. 남한과 동족임을 부정한다면 김일성과 김정일을 부정하고 북한 80년사를 완전히 뜯어고쳐야 하는 모순에 봉착한다. “북한 도서관만 봐도 민족과 통일 개념이 빠진 책이 없어요. 동독도 세뇌를 받고 서독과 동족임을 부인하다 베를린 장벽 붕괴 한 달 만에 그 생각이 무너졌습니다. 하물며 수천년 역사를 가진 한민족 의식이 김정은의 한 마디로 없어질까요.”

북한 정권의 또다른 불안감은 중국과의 관계다. 핵실험 이후 북한 대외 무역의 중국 의존도는 100%에 달한다. 원유와 식량까지 공급받으며 중국에 생명줄을 쥐여준 꼴이다. 북한이 원하는 방향은 아닐 거라고 김 동문은 분석했다. “만주에 있던 조선 공산주의자들이 스스로 공산당을 만들지 못하고 중국 공산당에 들어가 밑바닥을 형성한 때부터 중국 공산당과 북한 노동당은 갈등 관계였죠. 김정은 정권을 위협하는 가장 강력한 존재도 중국 공산당이고요. 그런 북한이 핵무기 개발 후 중국의 손아귀에 들어가 있으니, 김정은 입장에선 무척 겁나는 일입니다.” 김정은은 중국의 영향력을 약화하기 위한 헤징(Hedging)’ 전략으로 북미 관계 회복을 꾀했지만 여의찮았다. 이젠 러시아로까지 눈을 돌린다. 모두 김정은의 불안에서 출발한 일들이다.

김 동문은 북한은 남북 간 상시적인 긴장이 필요하기 때문에 평화 공존을 원하지 않는다며 북한 정권의 불안감으로 말미암은 ‘2국가론에 부화뇌동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그리고 우리 정부가 천명하는 자유통일 독트린에 힘을 실어줬다. “통일 문제의 본질은 체제 통일입니다. 체제가 통일되지 않은 상태에서 국가가 통일될 수는 없어요. 사실 남북한의 체제 실험은 세계사에 유례가 없습니다. 같은 민족, 역사, 언어, 문화, 경제 수준을 가졌고 오히려 분단 당시엔 북한의 경제 상황이 더 유리했죠. 체제 실험 결과 남한은 성공의 슈퍼스타이자 신생국 중 유일한 선진국, 지상낙원을 선전했던 북한은 세계 최빈국이자 최악의 인권국이 됐습니다.”

그에 따르면 자유통일은 헌법의 자유 평화통일 규정에 입각해 민주공화국 건립을 목표로 한 독립 정신을 이어받고, 국제법 원칙인 민족자결권을 실현하는 일이기도 하다. 1919년 기미 독립선언에 명시됐듯 민족자결권은 자주독립의 근간이었고, 해방 이후 유엔 결의를 비롯한 모든 국제사회의 공감대는 한반도에서 한민족의 자유 의사에 의한 평화통일을 지지해왔다. “통일은 우리의 자결권을 지키는 것, 자결권을 스스로 포기해선 안 된다고 힘주어 말했다.

우리의 국력이 상당함에도 불구하고 분단돼 있어서 주변 나라에 무시 받습니다. 남들이 만들어놓은 질서 속에 살고 있기 때문에 존중받지 못하는 것 같아요. 통일을 얘기한다는 건 더 잘 사는 나라, 더 강한 나라를 만들겠다는 꿈이 있음을 보여주는 겁니다. 그 꿈이 있는 나라와 없는 나라는 천양지차예요. 우리의 존엄을 지키기 위해서도 통일해야 합니다.”

박수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