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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6호 2021년 3월] 뉴스 본회소식

“코로나 백신마다 특별한 차이 없어…빨리, 많이 맞아야”

이왕준 명지병원 이사장 조찬포럼

이왕준 명지명원 이사장이 본회 조찬포럼에서 코로나 바이러스 백신을 주제로 강연을 했다.


“코로나 백신마다 특별한 차이 없어…빨리, 많이 맞아야”

이왕준 명지병원 이사장 조찬포럼


“단언하건대 어떤 백신을 맞으셔도 특별한 차이는 없습니다. 현재 우리의 바이오테크놀로지가 총동원된 기술입니다. 두려워하지 마시고 빨리, 많이 맞을수록 효과는 좋아질 겁니다.”

단호한 이왕준(의학83-92) 명지병원 이사장의 말에 마스크를 쓴 청중이 귀를 쫑긋 세웠다. 의사이자 대한병원협회 코로나19비상대응 실무단장으로 1년간 코로나19 최전선에서 싸워온 그였기에 더욱 신뢰가 가는 말이었다. 국내 첫 백신 접종이 시작되기 약 일주일 전인 2월 18일,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전망과 전략’을 주제로 소공동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본회 조찬포럼에서 이 동문은 명지병원의 경험에 비춰 코로나19에 대응하는 의료시스템의 과거와 미래를 조망했다. 먼저 모두가 궁금해 할 백신 이야기를 빼놓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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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트라제네카와 같이 바이러스 매개체를 이용한 백신에 대해 논란이 많죠? 아데노 바이러스 안에 코로나바이러스의 특정한 면역원이 되는 항원 유전자를 심어서 우리에게 넣어주는 겁니다. 전통적인 방식의 백신이어서 가격도 싸고 면역 유지기간이 깁니다. 문제는 65세 이상 환자군에 대해서 충분한 데이터를 갖고 있지 않다는 건데, 아직 충분한 데이터가 안 나왔을 뿐이죠. 언제든지 데이터만 나오면 고령 환자도 접종할 수 있습니다.”

이어 혁신으로 불리는 RNA백신에 대해 설명했다. RNA백신은 바이러스 자체가 아닌 바이러스의 유전정보를 인체에 주입함으로써 코로나19에 대한 면역력을 형성한다. “사실 메신저 RNA를 통해 백신을 만들려고 했던 노력이 20년 됐습니다. 바이온텍은 2008년 창업한 독일의 조그만 벤처회사고, 모더나 역시 창업하고도 백신은 못 만들고 있었죠. 유전자를 잘라서 사람에게 넣으면 우리 몸에서 녹여버리기 때문에 효능을 발휘할 수가 없습니다. ‘리피드 나노파티클’이라는 기름막으로 싸서 세포 안까지 넣는 게 그들의 기술이에요.”

코로나19를 계기로 전폭적인 지원을 받은 두 회사는 백신 개발에 박차를 가했고 전세계가 기다리던 블록버스터 백신을 만들어냈다. 통상 10년의 백신 개발 과정을 단 1년으로 압축시킨 코로나의 위력이다. 이 이사장도 “이렇게 빨리 백신이 개발될 거라곤 생각 못했다”며 “이번 경험이 바이오 기술의 어마어마한 혁명적 환경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기존의 백신보다 개발 기간이 짧지만 첨단 기술이 집약된 백신인 만큼 신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의료 패러다임의 변화로 이어졌다. “2000년에 21세기가 열렸다고 했지만, 훗날 돌아보면 2020년이 진정한 21세기의 뉴 패러다임과 뉴 문명의 시작”이라는 것. ‘4P메디신(Medicine)’ 즉 예측의학, 예방의학, 맞춤의학, 참여의학으로 요약되는 미래의학의 기본 패러다임이 코로나를 통해서 본격화된다고 말했다.

‘병원 고치는 의사’로 알려질 만큼 병원 재건과 혁신의 귀재인 이 동문은 벌써 시동을 걸었다. 작년 8월 명지병원에 기존에 없던 원격의료 시스템 ‘MJ 버추얼 케어 센터’를 열었다.

“병원으로 모든 것이 집적되던 패러다임은 바뀌고 있습니다. MJ 버추얼케어센터 100평 공간에 의사와 간호사 15명이 일하는데 병상엔 아무도 없어요. 모니터와 네트워크만 있죠. 공간적으로 떨어진 것을 연결하는 원격의료가 아니라 예방, 교육, 상담, 심리치료, 재활 등 각 서비스의 요소요소를 포괄적으로 엮어 제공합니다. 제1번으로 하와이와 애틀랜타, 남미 한인회 교포 분들께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이 동문은 코로나 시대의 원격 교육이 ‘대학의 본질’에 대한 의문을 불러왔듯 “병원 또한 의료의 본질과 병원의 역할이 무엇이냐는 근본적인 질문을 받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이 중요한 변곡점을 헤쳐나갈 자신의 각오는 평소 인생관으로 갈음했다.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이라는 말을 좋아하는데, 저는 여기에 ‘일보우일보(日步又日步)’를 더합니다. 새로운 것도 중요하지만, 한 걸음 한 걸음 끈기 있게 채워나가는 혁신과 헌신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비전과 도전력에 이런 열정을 갖는다면 우리 인생에 승리가 있을 겁니다.”
박수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