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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6호 2021년 3월] 뉴스 본회소식

공부하는 동창회, 조찬포럼 기지개

매월 2회 강연회…정세균 총리도 참석


3월 11일 열린 본회 조찬포럼에서 신각수 전 주일대사가 연단에 올랐다. 이날 포럼엔 이희범 본회 회장, 오세정 모교 총장, 정세균 국무총리를 비롯한 동문 70여 명이 참석했다.


공부하는 동창회, 조찬포럼 기지개

매월 2회 강연회…정세균 총리도 참석


“두 번째 목요일 조찬포럼, 네 번째 수요일 사수회. 한 달에 두 번씩 학습 세미나를 여는 대학 동창회는 국내는 물론 해외 어디도 없을 겁니다.”

3월 11일 아침 7시 30분 소공동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본회 조찬포럼. 김인규(정치69-73 경기대 총장·본회 상임부회장) 본회 학습위원장의 말에 좌중에서 박수와 웃음이 터져나왔다. 오로지 배움에 대한 열의 하나로 희붐한 새벽부터 걸음을 서두른 보람이 느껴졌다.

이날 포럼은 본회가 일곱 번째로 여는 아침 학습 모임이었다. 취임 직후 이희범 본회 회장은 ‘평생 학습하는 동창회’를 내세웠다. 학습위원회를 구성하고, 2020년 10월 최재붕 성균관대 교수의 ‘포노 사피엔스의 시대’ 강연으로 월 2회 학습모임의 스타트를 끊었다.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코로나19 확산 추이와 방역 지침에 대응해 일정이 급변했다. 이희범 회장은 “모임을 공지하고 취소하고, 본의 아니게 규모도 줄이면서 양치기 소년 같은 일이 반복됐다. 동창회는 사람들의 모임인데 팬데믹이 장기화되면서 참으로 어려운 상황”이라며 미안함을 전하곤 했다.

학습 모임이 흐지부지되지 않은 것은 동문들의 열의 덕분이다. 애초 ‘졸업 후에도 배움의 기회를 달라’는 동문들의 요청에서 비롯된 모임이다. 오프라인 참석은 물론, 유튜브 생중계를 통해 강연을 듣는 동문들이 꾸준하다. 김난도 교수의 2021년 소비자 트렌드 강의는 이른 아침부터 300명이 시청하기도 했다.

2월부터 조심스럽게 모임을 재개해 3월 11일 포럼에는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완화에 따라 참여 인원을 대폭 늘렸다. 신각수(법학73-77) 전 주일대사가 ‘바이든 행정부의 동아시아 정책과 한일관계 전망’을 주제로 강연한 이날 70여 명이 참석해 모처럼 활기를 띠었다.

포럼 시작 전에 정세균(ALP 5기) 국무총리가 방문해 동문들과 인사를 나누기도 했다. 정 총리는 이희범 본회 회장의 산자부 장관 후임이자 오세정 모교 총장이 국회의원으로 활동할 당시 정계에서 인연이 있어 더욱 반가워 했다. “이른 아침에도 불구하고, 시대의 흐름을 읽고 미래 비전을 모색하기 위해 귀한 걸음 해주신 여러분을 보니 ‘역시 서울대’란 감탄이 나온다”고 인사했다.


“동맹 강조 바이든 정부, 한일관계 회복 시급”

신각수 전 주일대사

“美, 일본 통해 동아시아 본다”




올해 초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스가 일본 총리와 미일안보조약의 적용 대상에 센가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가 포함된다는 취지의 전화회담을 가졌다. 중국과 일본의 영유권 분쟁지역에 대해 일본의 손을 들어준 것으로 해석돼 미일 간 ‘밀월 관계’가 깊어졌다는 분석이 쏟아졌다. 우리로서는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는 동향이다.

미일관계 전망과 한국의 대응에 대해 일본통이자 다자외교 전문가인 신각수(법학73-77) 전 주일대사가 동문들과 고견을 나눴다. 3월 11일 본회 조찬포럼 ‘바이든 행정부의 동아시아 정책과 한일관계 전망’을 통해서다. 신 동문은 1976년 외무부에 입부, 양자외교와 다자외교 전문가임을 인정받는 외교통상부 제1·2차관을 역임하고 2011년부터 2년간 주일본대사로 재직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독도를 깜짝 방문해 한일관계가 급랭했던 그 시기다. 그런 신 동문의 강연 소식이 알려지자 많은 동문이 관심을 보였다.

신 동문은 “미국의 동아시아 정책의 핵심은 일본이고, 한국은 그런 일본과 관계를 회복해 한미일 공조에 협력해야 한다”는 요지로 강연을 펼쳤다. 그는 “미국의 동아시아 정책은 일본이라는 프리즘을 통해서 보고 집행된다”며 “한미 관계를 ‘린치핀(핵심축)’으로 보고 주춧돌보다 더 중요하게 해석하는 의견도 있지만 단순 비교는 어렵다”고 말했다. 미국의 국방력을 투사하기 가장 적합한 지역은 일본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아베-트럼프의 끈끈한 밀월 관계가 스가-바이든에서도 이어질까. 신 동문은 “스가 총리는 아베 총리보다 아시아를 중시하고 미중 대립을 완화하는 데 조금 더 방점을 둔 것 같다”고 했다. 일본은 최근 미국이 주도하는 통신 네트워크인 ‘클린 네트워크’에 불참하는 등 강력한 미일 동맹 가운데 독자적인 전략공간을 만들려 노력하고 있다는 것. 스가 총리의 연임 여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어 그는 “사실 일본 내에서 ‘미국이 일본을 버릴 수도 있다’는 의구심이 강하다”며 1971년 미국이 일본에 사전 통보 없이 중국과 외교관계 정상화를 했던 ‘닉슨 쇼크’의 트라우마가 크다고 분석했다.

바이든의 미국이 트럼프 정부의 파괴적인 외교 행태를 청산하고 동맹을 복원시켜 중국의 도전에 맞서려는 지금이야말로 한일 협력이 필요한 순간이다. 그런데도 “한일관계 협력이 왜 필요한지 한국도, 일본도 잘 모르는 것 같다”고 그는 지적했다. 특히 한일 관계 악화로 한미일 결속이 느슨해진 것을 우려했다.

“한일 협력은 우리가 지향하는 자유주의 국제질서를 지키는 데 중요한데 상호 경원이 심화되면서 ‘윈-윈(win-win)’이 아닌 ‘루스-루스(lose-lose)’가 되고 있다. 한반도 주변에 형성된 한·미·일과 북·중·러의 대립 구도에서 북·중·러의 결속은 오히려 강해지고 있다. 2019년 중러 합동 군사훈련에서 독도를 침범한 것도 한일 관계가 정상이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다.”
이어 한일 갈등이 고착되기까지 ‘4개 단층’을 꼽았다. 과거사 문제, 독도로 대변되는 영토 문제, 한국이 중국에 기울었다는 ‘중국경사론(中國傾斜論)’의 팽배, 악화된 양국 국민 감정이다. 특히 한일 관계가 악화일로로 치닫기 전 돌이킬 기회가 많았다는 아쉬움을 표했다.

한일 관계의 발목을 잡는 과거사 문제에도 기회는 있었다.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해 “한일 양국 정부가 합의를 했는데, 괜찮은 상품을 만들어놓고 세일즈에 실패한 셈”이라고 평했다. “과거사와 한일 협력을 구분한 문재인 정부의 투트랙 정책은 옳은 방향이라 생각하지만, 원 트랙을 고수하는 일본과 맞지 않아 진전이 없고, 오히려 가해자인 일본이 과거사 문제로 역공 중”인 현실도 짚었다. 일본 내 ‘중국경사론’이 팽배한 데도 아쉬운 부분이 있음을 표현했다. “양국이 전략적 대화를 통해 중국에 대한 이견을 해소해 가면서 협력했더라면 이렇게까지 관계가 나빠지진 않았다. 가장 큰 문제는 중국 경사론이 워싱턴까지 퍼져 있다는 것이다”.

그가 고착된 한일관계를 푸는 해법으로 제시한 것은 역사 교육과 연구다. “전후 세대가 한일의 메인 스트림이 된 만큼 역사에 대한 인식이 다르다. 역사를 돌아보고 교훈을 얻어 미래의 한일 관계를 만들어가야 하는데 역사 연구가 뒷전으로 밀려났다”고 했다.

그럼에도 다시금 협력을 강조했다. “한국과 일본은 선진국으로 지향하는 가치가 같다. 제3국 외교관을 만나면 한일처럼 자연스러운 전략 파트너가 없는데 왜 이렇게 싸우냐고 한다. 일본이 한국의 편에 설 때 미국을 설득하는 일도 쉬워질 것이다.”

그는 양국 사이가 더 나빠지는 것을 막는 ‘관리’ 차원에서, 한일 관계의 뇌관으로 꼽히는 일본 전범기업의 국내 자산 현금화만큼은 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자칫 돌이킬 수 없는 파국으로 향할 수 있다는 것. 셔틀외교의 조속한 재개와 상대방의 중요성을 알리는 메시지를 통해 ‘회복’을 도모하고, 중장기 로드맵을 통해 ‘안정화’로 나아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이날 포럼 전 인사에서 “일본 문제에서 우리 정부는 투트랙 기조를 일관되게 견지하고 있다. 한일 관계의 미래지향적 발전을 위해 언제든지 일본 정부와 마주앉아 대화를 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전했다.

동문들은 코로나로 일상이 제한된 가운데, 어렵게나마 지속된 본회 학습 모임을 통해 활력을 얻는다는 반응을 보였다. 두 차례 강연에 참석했다는 박용립(경영73-77) 동문은 “개인적으로 흥미 있는 내용이어서 좋았고 코로나19가 아니더라도 한 달에 두 번씩 이렇게 강연을 들을 수 있는 곳이 없어 반갑다”고 말했다.
박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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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1일 열린 본회 조찬포럼에서 신각수 전 주일대사가 연단에 올랐다. 이날 포럼엔 이희범 본회 회장, 오세정 모교 총장, 정세균 국무총리를 비롯한 동문 70여 명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