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보기

Magazine

[512호 2020년 11월] 문화 신간안내

화제의 책: 구름의 마음 돌의 얼굴

“쫓아다녔던, 좋아했던 그림의 세계가 내 삶이었다”



“쫓아다녔던, 좋아했던 그림의 세계가 내 삶이었다”



구름의 마음 돌의 얼굴

김용원 삶과꿈 대표
삶과꿈


한국 미술 작품, 미술시장에 관한 의미 있는 안내서가 나왔다. 김용원(법학59-64) 도서출판 삶과꿈 대표가 쓴 ‘구름의 마음 돌의 얼굴 : 내가 만난 작품 내가 만난 작가’란 책이다.

‘내돈내산’이란 신조어가 있다. 온라인 블로그나 유튜브 등에 자기 돈을 주고 산 물건에 관한 후기를 남길 때 쓰는 말이다. 협찬이 아니기 때문에 솔직, 생생하게 쓴다는 의미다.

책 ‘구름의 마음 돌의 얼굴’은 김용원 동문이 자기 돈 주고 산 작품에 대한 후기라 더 와닿는다. 전직 편집국장 출신답게 쉽고 단정한 문장과 적재적소의 자료, 이미지를 배치해 해당 작품, 작가의 만남이 입체적으로 다가온다. 글 쓰는 과정을 처음부터 지켜본 딸(김진영 연세대 교수)은 “2014년부터 올해까지 개미처럼 쓰셨다”고 전했다. 컴맹이기 때문에 발품을 팔며 책방과 자료실, 화랑, 미술관, 현지답사를 기자 시절처럼 했다.

김 동문은 화랑 주인이 화상 겸 큐레이터를 겸하며 현대화, 고서화, 골동품을 취급하던 옛 인사동 시절부터 개발연대와 민주화 운동기를 통과해 2019년 김환기 작품이 크리스티 옥션에서 132억원에 낙찰되기까지 60여 년 현대 한국미술계의 변천사를 생생한 기억과 충실한 자료로써 재현했다.

신혼 초 학창시절 담임선생님이었던 박상옥 화백 개인전에 들렸다가 ‘안개꽃’ 그림 한 점을 샀다. 그림 값은 삼만 환, 박봉의 신문기자 한 달치 월급에 해당했다. 그러나 식탁 앞에 그림을 거는 순간 집안이 달라졌다. 그것이 김 동문의 그림 수집의 시작이었다.

신문사 언론인으로, 대기업 경영인으로 활동한 지난 60년 세월 한국미술 수집에 몰두했다. 돈이 많은 것도, 미술에 대한 전문지식이 있었던 것도 아니지만, 오직 미술품에 대한 사랑과 수집의 집념만으로 한때 화랑가에서 “가장 질 좋은 컬렉터”로 손꼽히기도 했다.

그의 뛰어난 안목으로 빛을 보게 된 작가도 여럿이다. 한국 현대 조각의 전설로 남게 된 비운의 조각가 권진규, 일본의 권위 있는 광풍회 최고상 수상자로 고향 제주도에 정착한 변시지 화백 등이 저자가 남보다 일찍 발굴해 성공의 길을 지켜본 경우이다.

그밖에도 천경자·박고석·이응노·최영림·김원숙·김종학·방혜자·이영학·송영방·전수천·김익영·백남준 등 직접 교류했던 화가들과의 일화, 명동화랑, 현대화랑, 한화랑, 동산방, 가나화랑 등 한국 대표 화랑과 미술계 동향에 관한 저자 고유의 예리한 관찰이 흥미로운 읽을거리 겸 자료를 제공한다.

고서화에도 남다른 애착을 가진 저자는 추사 이후 대표 서예가의 글씨를 통해 자연의 이치에 따른 인격 수양을 도모해왔다. 책 제목 ‘구름의 마음 돌의 얼굴’은 검여 유희강의 현판 글씨 ‘운심석면(雲心石面)’에서 따온 것. 자신의 수집품과 수집 내력 전부가 공적 문화유산의 자취로 남겨질 미래를 기대하면서 온 가족이 힘 합해 마련한 평창동 북한산 자락의 전시공간 역시 ‘운심석면’으로 이름 붙였다.

이 책의 발간 의미에 대해 김형국 가나문화재단 이사장은 이렇게 말한다.

“그의 수집은 우리 화단에 명멸했던 중요 미술가를 거의 망라한 인명록이다. 고단수 미술 사랑이 좋은 미술수집으로 나아가기 마련이고 어떤 형식으로든 결국 공공재로 귀착되기 마련인 점에서 수집 경위의 기록도 공적 자산으로 남아야 할 가치가 분명하다.”

김남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