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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1호 2022년 6월] 문화 신간안내

화제의 책: 조순 선생과 정운찬 동문의 55년 사제의 인연


조순 선생과 정운찬 동문의 55년 사제의 인연


나의 스승, 나의 인생



정운찬 (경제66-70)
동반성장연구소 이사장
나남출판

정운찬 동반성장연구소 이사장이 쓴 이 시대 참스승 조 순 선생 이야기. 한국 경제학의 대부인 조 순(상과대학전문부47-49) 모교 명예교수(제17대 경제부총리·제30대 서울시장)는 뛰어난 연구와 저술, 강의로 오늘날 한국 현대 경제학의 초석을 마련한 인물이다. 그의 대표 저서 ‘경제학원론’은 1974년에 처음 출간된 이래 오늘날까지 11판을 기록하며 한국에서 가장 널리 읽힌 경제학 필독서다.  

조 순 선생은 ‘조순학파’를 형성할 정도로 훌륭한 제자들을 많이 키워낸 것으로도 유명하다. 정 동문은 “조 순 선생은 나를 끌고 밀며 내 인생을 만들어 주셨다. 나는 그분의 사랑으로 성장한 제자”라고 말한다.

두 사람의 인연은 55년 전인 1967년에 시작됐다. 엄혹한 군사정부 시절 가난한 고학생으로 꿈을 갖는 것조차 사치라고 생각하던 정 동문 앞에 조 순 선생은 혜성처럼 나타났다. 빛나는 지성과 훌륭한 인품을 두루 갖춘 선생은 학문적으로나 인간적으로나 존경할 만한 사표(師表)였다. 당시 미국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고 돌아온 조 순 선생은 모교에서 최초로 케인즈 이론을 비롯한 현대 경제학 강의를 시작했다. 영어, 독일어, 한문은 물론이고 문학, 역사, 철학까지 섭렵한 선생의 현란한 수업은 배움에 목말랐던 학생들을 매료시키기에 충분했다. 특히 창조적 정신과 정책 구상이 사회 변혁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케인즈 이론 강의는 많은 학생이 실천적 경제학의 세계에 눈뜨게 해 주었다. 

조 순 선생의 제자는 수없이 많지만 ‘나의 스승, 나의 인생’에서 그린 선생과 정 동문의 관계는 매우 특별하다. 두 사람은 55년간 아버지와 아들 같은 사제의 인연을 이어왔다. 부친을 일찍 여의고 하루하루 생계를 걱정하던 정 동문을 위해 선생은 아버지 역할까지 해 준 것이다. 선생은 한국은행에 다니던 정 동문의 학문적 가능성을 알아보고 미국 유학길에 오르도록 도와주었고, 그의 결혼을 위해 신부 부모를 만나 설득하기도 했다. 특히 조 순 선생은 상아탑에 머물던 정 동문이 사회적 책무를 다하는 지식인으로 거듭나도록 이끌어 주었다. 

선생을 따라 살며 교수와 총장, 국무총리를 역임한 정 동문은 “선생의 말씀을 가슴에 새기고 그 가르침을 우리 사회의 모든 사람들과 나누고자 늘 노력해왔다”고 말한다. 

정 동문은 올해 창립 10주년을 맞은 동반성장연구소 이사장으로서 중소기업과 대기업, 빈자와 부자, 여성과 남성, 농촌과 도시가 함께 성장하고 공정하게 나누는 공동체를 지향하고 있다.김남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