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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2호 2020년 11월] 뉴스 본회소식

트렌드 이끄는 소비자는 ‘MZ세대’

김난도 교수 강연 이목회 조찬포럼

본회는 11월 12일 반포동 쉐라톤 서울 팔래스 강남 호텔 그랜드볼룸에서 김난도 교수를 초청해 ‘2021년 소비자 트렌드’를 주제로 조찬포럼을 열었다.


트렌드 이끄는 소비자는‘MZ세대’

김난도 교수 강연 조찬포럼


“코로나 바이러스가 바꾼 것은 트렌드의 방향이 아니라 속도입니다.”

2020년을 잠식한 코로나바이러스는 새해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까. 소비 트렌드 분석 전문가 김난도(사법82-86) 모교 소비자학과 교수가 예측을 제시했다. 본회는 11월 12일 반포동 쉐라톤 서울 팔래스 강남 호텔 그랜드볼룸에서 김 교수를 초청해 ‘2021년 소비자 트렌드’를 주제로 조찬포럼을 열었다.

김 교수가 이끄는 모교 소비트렌드분석센터는 2007년부터 매년 10월, 다음해의 소비 트렌드를 예측해 발표해왔다. 그 내용을 담은 책 ‘트렌드 코리아’는 단골 베스트셀러다.

예측의 적중률도 높다. 올해를 강타한 ‘언택트(Un+contact, 비대면)’는 2018년 트렌드로 내놓았던 키워드. 당시 콩글리시로 비판도 받았지만, 이젠 매일 쓰는 말이다. ‘워라밸’(워크·라이프 밸런스), ‘소확행’(작지만 확실한 행복) 등도 널리 회자됐다.
이날 포럼에는 패션, 유통, 마케팅, 예술 등 트렌드에 민감한 분야 종사자를 비롯해 동문 60여 명이 참석했다. 유튜브 실시간 중계 또한 이른 아침임에도 300여 명이 시청하면서 뜨거운 관심을 보여줬다. 김 교수는 ‘코로나 사태로 소비트렌드가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가장 많이 받았다며 운을 뗐다. “먼저 2007년부터 발표한 트렌드 키워드 140개를 늘어놓고, 코로나 시대에 주목받는 키워드를 추려 봤다”고 했다.

“‘다시 집으로’, ‘떴다 우리 동네’, ‘언택트’ 등 지금 코로나로 주목받는 키워드들은 이미 저희가 짧게는 2, 3년, 길게는 10년 전 제안했던 것들입니다. 결국 시간의 문제였을 뿐 반드시 올 트렌드였고, 코로나가 속도를 바꿔놓은 겁니다.”

3년 전 그가 기업 강의에서 ‘언택트’ 시대를 예측했을 때 경영자들의 반응도 엇갈렸다는 비화. 그때부터 차근차근 준비하고 투자한 기업은 코로나 사태로 날개를 달았는데, 빠르게 대응하지 않은 기업은 위기를 맞았다는 설명이다. 그는 “코로나로 트렌드가 어떻게 바뀌었는지 정확히 이해하고, 준비하면 위기는 기회가 될 것”이라며 내년 트렌드를 ‘카우보이 히어로(COWBOY HERO)’로 요약해 제시했다.

김 교수는 다음 해의 트렌드 키워드 10개의 머리글자를 한 단어로 엮어 요약해왔다. 그해 띠 동물이 들어가는 것도 하나의 재미. 소의 해인 2021년 트렌드 ‘카우보이 히어로’에는 날뛰는 소를 길들이는 카우보이처럼, 시의적절한 전략으로 팬데믹의 위기를 헤쳐나가자는 희망을 담았다.

머리글자를 따온 10개 트렌드 키워드는 △브이노믹스 △레이어드 홈 △자본주의 키즈 △거침없이 피보팅 △롤코 라이프 △오늘하루운동 △N차 신상 △CX 유니버스 △레이블링 게임 △휴먼 터치다.





첫 번째 키워드 ‘브이노믹스(Coming of V-nomics)’는 ‘바이러스가 바꿔 놓은, 바꿔 놓을’ 경제를 뜻한다. 김 교수는 “업종마다 경기 회복 양상이 달라 코로나 초기에 함께 하강했던 분야들이 상승과 하강으로 갈릴 것”이라며 비대면으로 대체할 수 없는 산업은 V형으로 회복하고, ‘언택트’ 트렌드도 대면과 비대면 혼합의 황금비율을 찾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로 가장 주목받은 공간인 집에 대한 키워드가 두 번째. 쉬고, 운동하고, 일하는 곳으로 집이라는 같은 공간에 여러 기능이 겹치는 것을 ‘레이어드 홈’으로 표현했다.

MZ세대를 보여주는 키워드도 여럿 제시했다. 사회주의 붕괴 후 태어난 MZ세대는 자본주의의 논리를 완벽히 체화한 ‘자본주의 키즈’. 돈과 소비에 대해 편견이 없고, 광고에 대해서도 너그럽다. 중고거래에도 쿨하다. 한정판 제품을 당연한 듯 리셀(되팔이)로 구하고, ‘당근마켓’이 일상인 이들에게 중고거래는 놀이와 투자의 일종이다(N차 신상). 구세대의 ‘아나바다’식 절약형 중고거래와 다른 양상이다.

빠르게 재밋거리를 찾아 다니는 모습은 ‘롤코라이프’(On This Rollercoaster Life)로 비유했다. 가수 비의 ‘깡’ 열풍처럼, 폭발적으로 열광하고 금세 다음 재미를 찾아 떠나는 이들이다. ‘오늘하루운동(Your Daily Sporty Life)’은 구세대의 전유물이던 등산·골프는 물론 색다른 운동을 즐기는 MZ세대의 열쇳말이다. 김 교수가 자신의 자녀와 제자들의 사례까지 들어 MZ세대의 신풍속도를 실감나게 설명하자 참석자들은 연신 경탄과 웃음을 터뜨렸다.

코로나 사태로 업종전환이 불가피한 분야가 많다. 김 교수는 스포츠 용어이자 스타트업 용어인 ‘피보팅(Pivoting)’을 응용해 기민하게 사업영역을 전환하라고 제안했다. 여객기를 화물기로 전환해 위기를 타개한 대한항공을 좋은 예로 들었다.

“고객의 모든 경험이 중요한 시대”라며 ‘CX(Customer experience) 유니버스’라는 키워드도 제시했다. 다수의 캐릭터가 등장해 마블 유니버스의 세계관을 보여주는 ‘어벤저스’처럼, 고객 경험의 유니버스를 만드는 역량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MBTI 테스트, ‘꼰대 테스트’ 등 자기 정체성을 찾기 위한 테스트가 유행 중인 데서는 ‘레이블링 게임’이라는 키워드를 착안했다.

마지막 키워드 ‘휴먼 터치’는 “여전히 인간의 손길이 중요할 것”이란 예측. “구매자들이 마음과 지갑을 여는 결정적 순간을 만드는 건 결국 사람의 손길”이라고 강조했다.

본회 조찬포럼은 ‘SNUA이목회’라는 이름으로 매월 2번째 목요일에 열린다. 사회·경제·과학·문화예술 등 전문분야에서 탁견을 지닌 강연자를 초빙해 지식과 정보를 전달한다. 12월 10일에는 최정표 KDI 원장이 내년 경제 전망을 주제로 강연한다. 참가비는 5만원. 본회는 이날 참석자에게 ‘트렌드 코리아 2021’ 책을 증정했다.
박수진 기자


김난도 교수는

모교 사법학과와 행정대학원 졸업 후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1997년 모교 소비자학과 교수로 임용됐다. 14년째 다음해 한국 사회의 소비 흐름을 예측하는 책 ‘트렌드 코리아’를 발간하고 있다. 경영자와 마케터들의 필독서로 꼽힌다. 에세이집 ‘아프니까 청춘이다’ 등도 베스트셀러를 기록했다. 트렌드 변화를 빠르게 전달하기 위해 최근 유튜브 채널 ‘트렌드코리아TV’를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