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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9호 2020년 8월] 문화 신간안내

화제의 책: 김명자 서울국제포럼 회장 '팬데믹과 문명'

“자연과 인간 공존할 때 인류 문명 지속 가능”


“자연과 인간 공존할 때 인류 문명 지속 가능”



팬데믹과 문명
김명자 서울국제포럼 회장
까치



유례 없는 재앙을 극복하는 과정은 신의 계시나 영웅주의의 위력이 아니었다. 페스트로 인해 교회의 권위는 이전과 달라졌다. 기도해도 병은 낫지 않았고 사람들은 교회의 권위에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 페스트는 인본주의, 초기 자본주의의 태동의 배경이 됐다.

코로나19 역시 인류 문명의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하는 이들이 많다. ‘산업혁명으로 세계사를 읽다’를 출간한 지 8개월 만에 신작 ‘팬데믹과 문명’을 낸 김명자(화학62-66) 전 환경부 장관은 “치료제와 백신이 나와도 바이러스는 계속 변이를 일으킨다. 이번 사태가 지나가더라도 또 다른 팬데믹이 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라며 “자연과 인간이 공존할 때 인류 문명이 지속 가능하다는 세계관의 전환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통섭적인 과학 정책가이자 학자인 김명자 동문은 일반 대중을 위한 과학 커뮤니케이터로서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과학 분야 베스트셀러 ‘과학혁명의 구조’, ‘엔트로피’ 등을 공역하고 ‘동서양의 과학전통과 환경운동’ 등 20여 권의 대중과학서를 집필했다.

이번에 출간한 ‘팬데믹과 문명’도 그 연장선에 있다. 마스크를 쓴 세계 각국 시민의 얼굴 일러스트 표지에서부터 친근감이 느껴진다.

김 동문은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팬데믹 현상을 일회성 사건으로 보고 미시적으로 접근하면 근원적 해결이 될 수 없다는 생각에서 ‘팬데믹과 문명’을 출간했다”며 “팬데믹과 문명의 시공을 관통하는 관계성을 통합적으로 다루는 것이 바이러스의 공포로 인한 패닉 현상을 이해하고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김 동문은 의학, 역사, 정치, 경제, 문화 등 다채로운 분야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팬데믹에 관한 과학적 이해와 문명사적 맥락을 바탕으로 앞으로의 대응에 관해 통섭적이고 입체적으로 들려준다.

특히 문명사 속에서 고대로부터 천연두, 페스트, 콜레라, 스페인 독감, 에이즈 등의 감염병이 시대와 지역을 불문하고 경제, 사회, 정치, 문화 등 모든 분야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살피는 대목은 무거운 주제이지만 흥미롭다.

“현재 인류는 여섯 번째 대멸종을 향해 가고 있다. 인간의 시간 개념으로는 머나먼 일이다. 그러나 인간이 인공적으로 대멸종을 앞당기는 쪽으로 가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인간 사회가 재앙 수준의 고난을 겪으리라는 것은 거의 확실하다(P. 47)”라고 지적하는 대목은 무분별한 우리 삶의 경고로 읽힌다. 인류의 산업 문명이 지구 생태계를 빠르게 변화시킴으로써 기존의 지질시대와는 구분되는 인류세를 초래하게 되었고, 그로써 기후변화와 과도한 개발 등의 인간 활동이 야생 동식물의 서식지를 파괴함으로써 병원체의 확산을 촉진하는 상황이 되고 있음을 사례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김 동문은 책 마지막 장 ‘21세기 코로나 이후의 세상’에서 4차 산업혁명을 통한 기술혁신이 현재 인류 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기후변화, 환경 오염, 생태계 파괴, 자원위기, 보건안보, 빈부격차 등의 요인을 해소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때 지속가능한 발전이 기약될 수 있음을 깨닫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덧붙여 “4차 산업혁명의 성공은 인재 양성, 규제 혁신, 교육 혁신에 달려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며 “우리나라처럼 인재가 국가 발전의 최고 자산인 경우에는 더욱 그러하다. 초중고등 교육에서 과학 수학 교육은 건축의 기초 공사나 다름없다”고 말한다.

김남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