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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6호 2020년 5월] 뉴스 모교소식

101학군단 전원 장학금·생활비 지원

파격지원으로 후보생 모집, 바르고 건강한 인재 산실


101학군단 전원 장학금·생활비 지원

파격지원으로 후보생 모집
바르고 건강한 인재 산실


1, 2학년 때 선발된 학군장교 후보생은 3, 4학년 동안 군사학 수업과 군사훈련을 받고 임관종합평가 등을 거쳐 장교가 된다. 지난 2018년 임관식에서 56기 학군장교들의 모습.



학군단의 위기라고 한다. 모교 ROTC도 예외는 아니다. 1963년 첫 임관 인원 500여 명의 대규모를 자랑했던 모교 학군단의 현재 정원은 20명. 후보생 모집도 예전같지 않아 어려움을 겪어왔다.

이 가운데 학군단은 정체되지 않고 끊임없이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본회 관악회를 통한 동문들의 지원과 학교의 협조에 힘입어 후보생에게 도움이 될 만한 혜택을 늘려왔다. 지난해엔 후보생 입단 1만명을 돌파했다. 모범적인 서울대인의 DNA를 만드는 모교 ROTC(101학군단)를 찾았다.

지난 4월 29일 방문한 관악캠퍼스 학군단은 아직 곳곳에 모집 공고가 붙어 있었다. 원래대로라면 선발 일정이 한창일 때지만 코로나19 여파로 홍보가 여의치 않아 6월까지 모집 기간을 늘렸다. “예년처럼 캠퍼스 내 대대적인 홍보가 어려워 후보생들마다 주변 학생을 대상으로 홍보를 부탁하고 있다”는 학군단 김영길 교수의 설명이다. 김 교수는 타 대학 ROTC 출신으로 군 예편 후 지난해부터 모교 학군단에서 안보학과 리더십을 강의하고 있다.

ROTC 동문들과 관계자들은 “서울대 학생이 ROTC를 선택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존경해야 할 일”이라고 입을 모은다. 모교 학생에게는 ROTC의 메리트가 크게 와닿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부담스러운 의무복무 기간에 방학 중 군사 훈련을 받다 보니 학생들이 선호하는 ‘SNU in world’ 등의 해외연수도 가기 어렵다. 개인적인 성향의 요즘 학생들에게 ‘원하는 것을 못 할 수도 있지만, 서울대의 위상과 책임을 생각해달라’는 호소만 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후보생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늘려주는 방향으로 유인책을 강화했다. 실제로 몇 년 사이 모교 ROTC생에 대한 혜택은 파격적일 정도로 커졌다. 김 교수는 “후보생 전원에게 조건 없이 2년간 등록금 전액을 지원하고 있다. 작년까지 후보생의 절반만 지원했던 생활비도 올해부터 8분위 이하는 매달, 9분위 이상은 매 학기 30만원씩 전원에게 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국내 대학 ROTC 중 이 정도의 혜택을 지원하는 곳은 모교뿐이다. 학업과 훈련, 때로는 복수의 아르바이트까지 병행해야 하는 후보생들의 어려움을 크게 덜었다.

101학군단 출신 중 김은종(경제59-63· 1기)·김종섭(사회사업66-70·8기) 동문, 육군 병장 출신인 박호전(경영62-66) 동문과 김영희(작곡62-66) 동문 부부가 관악회 특지장학금을 통해 후보생들의 학업을 책임지고 지원한다. 선후배 간의 정도 아낌없이 베푼다. 손길승(상학59-63·1기) SK텔레콤 명예회장은 매년 직접 학군단을 찾아 후배들에게 리더십을 강의하고 학교 인근의 고깃집에서 푸짐한 식사를 대접한다.

그밖에 월 단위 품위유지비와 교재비, 국방부에서 장려금 300만원을 개인에게 지급한다. 지난해 2학기부터는 희망하는 후보생 전원에게 기숙사 입주도 보장한다. 아침 7시부터 체력단련을 하고 군사학 수업을 들어야 하는 후보생에 대한 배려다.

한때 후보생 1인당 20만원에 불과했던 본부 지원 규모도 늘었다. 김 교수는 “학교에서 지원해주는 내용도 괄목할 만큼 개선이 돼 현재 1인당 연간 100만원을 학교에서 지원한다. 관악회의 장학금과 생활비 지원을 합치면 1인당 연 800만~900만원 규모”라며 “큰 도움을 주신 관악회와 동문님들, 학교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취업시장에서 ROTC 출신의 메리트가 사실상 사라진 지금은 위탁교육제도가 큰 메리트다. 모교 ROTC 임관 후 위탁교육생에 선발돼 모교 의대에 학사편입할 수 있다. 매년 1~2명은 이 과정을 통해 군 병원 의사가 되는 과정을 밟는다. 민간대학원 석사와 박사 과정도 지원할 수 있다.

사병에 비해 10개월이나 긴 28개월의 복무기간은 여전히 ROTC를 선택하는 데 큰 장벽이다. 지난해 국회 토론회에서 복무기간 단축을 포함한 제도 개선을 논의한 적 있지만 진전은 없었다. 김 교수는 “전임자와 인수인계 패턴이 굳어져 있기에 복무기간을 줄이면 안보에 공백이 생기는 것이 가장 큰 우려”라며 복무 기간에 대한 심도 깊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비록 어려움은 있지만 모교 ROTC는 소수정예로 특별한 인재를 양성한다는 자부심이 있다. 여성 후보생도 소수지만 끊이지 않고 배출된다. 고등교육을 받은 이들이 장교의 소양까지 갖춰야 한다는 ROTC 제도의 ‘노블레스 오블리주’ 취지에도 모교 ROTC가 잘 들어맞는다. 김 교수는 “순수하고 심성 착한 서울대생이 교육을 받으며 더욱 단단해져 가는 모습에 보람을 느낀다”며 사회에서 ROTC 출신 후배를 만나게 될 모교 동문들에게 부탁을 전했다.

“한 명 한 명 소중한 인재라는 마음으로 2년 동안 다듬고 뒷받침해주어 훌륭히 성장하도록 총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리더십과 준법정신, 올바른 품성과 체력까지 고루 갖춘 우리 학생들이 전역 후 각자의 분야에서 대한민국 최고의 리더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을 부탁드립니다.”

박수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