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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6호 2020년 5월] 기고 에세이

유종해 연세대 명예교수 에세이

순리대로 사는 일
동문기고

순리대로 사는 일

유종해 
법학50-54
연세대 명예교수

공자님의 가르침에 순천자(順天者)는 흥하고 역천자(逆天者)는 망한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은 하늘의 이치를 따르면 흥하고 하늘의 이치에 역행하면 망한다는 지극히 기본적인 진리의 말씀이다. 모든 나라의 문화전통에서 반역자 혹은 배반자를 싫어하고 미국 서부활극에도 반역자 거짓말쟁이는 멸하였고, 일본 사무라이 극을 보아도 모반자, 정의롭지 못한 자 즉 역천자는 말로가 반드시 없는 것을 우리는 자라면서 교육을 받아왔다. 인간은 종종 ‘땀’보다 ‘돈’을 먼저 가지려 하고, ‘설렘’보다 ‘희열’을 먼저 맛보려 하며, ‘베이스캠프’ 보다 ‘정상’을 먼저 정복하고 싶어 하는 욕망이 있다. 노력보다 결과를 먼저 기대하기 때문에 무모해지고, 탐욕스러워지고, 조바심 내고, 빨리 좌절하기도 한다.

자연은 봄 다음 바로 ‘겨울’을 맞게 하지 않았고, 뿌리에서 바로 꽃을 피우지 않게 하였기에 오늘 땅 위에서 아름다운 꽃을 피우게 했고 가을엔 어김없이 열매를 거두게 했다(가을을 ‘Fall’이라고 부른다). 만물은 물 흐르듯 태어나고, 자라나서 또 사라진다. 노자도 이 말을 상선약수(上善若水)라고 불러 순리의 중요함을 강조하고 있다. 자연은 이렇게 말해준다. “모든 것에는 순서가 있고, 기다림은 헛됨이 아닌 과정이었다.” 그래서 어느 시인은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리 울었나 보다”라고 하지 않았나. 꽃 한 송이를 피워내는 데도 기다림의 시간, 계절의 변화와 긴 기다림이 필요한 것을 알아야 한다.

이 세상에는 변치 않는 게 없고 아름다움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도 없고, 지금 가진 것을 영원히 누릴 수도 없다. 또 어떤 글을 보니 하나님이 공평해서 다 고르게 인류에게 은혜를 베풀었다고 한다. 유치한 비유가 될지 몰라도, 미인 여성에게는 두뇌는 뛰어나게 안 주고, 잘 생긴 남자에게는 체력을 덜하게 주었다고 내가 어렸을 때 소학교 선생님에게서 들은 일이 있다. 또 어떤 책에서 이런 글을 읽었다. 이빨이 강한 짐승에게는 뿔을 주지 않았고, 나는 새에게는 두 다리만 주었고, 아름답고 향기로운 꽃에는 열매가 없다고 한다. 가장 아름다운 걸 버릴 줄 알아야 ‘꽃’은 다시 피는 것처럼, ‘사람’도 순리를 따르면, 꽃처럼 아름답게 삶이 더욱 밝아질 거라 생각해 본다.

요즈음 중국 우한에서 시작한 코로나 바이러스19가 우리나라에도 큰 피해를 주고 유럽과 미국에도 상당한 피해를 주고 있어 오늘 현재 350만명이 병에 걸려 고생하고 있다. 이 현상은 인간이 너무나 오만하게 자연을 해쳤고 환경을 훼손하여 하늘이 내린 재앙이라고 말할 수 있다. 

나는 법대 8회로 졸업하고 6·25사변으로 공부를 못해 전공도 바뀐 행정학 교수로 Y대에서 교수생활을 정년했다. 나에게 서울대는 자랑이요 재산이다. 그런데 우리 대학 JK란 후배가 순리를 거역하고 법대교수다운 순리를 따르지 않아 한편 부끄럽고 속상하다. 서울대인은 당연히 순리대로 살아야 하며, 타의 모범이 되어야 하고 어떤 경우라도 순리대로 살아 이 사회가 좀 더 밝아지기를 바라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