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2호 2025년 1월] 기고 에세이
재학생의 소리: 관악에서의 첫 겨울
안재영 생태조경·지역시스템공학부 석사 과정
재학생의 소리
관악에서의 첫 겨울
안재영
생태조경·지역시스템공학부 석사 과정
“영아, 오늘은 옷 단디입고 나서라.”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면 우리 집은 비상입니다. 이맘때쯤 고향 집 앞에서 마을버스를 기다리고 있으면 오돌오돌 떨었던 기억이 납니다.
제 고향은 창원입니다. 겨울이라고는 해도, 찬비와 바닷바람에 더 익숙합니다. 눈이 온다 하면 가끔 내린 눈발에 신이 나 뛰어다니곤 했습니다. 그런 제가 서울에 올라온 뒤 맞이한 첫 겨울이 이리 다를 줄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관악캠퍼스 여기저기에 새하얀 눈이 소복이 내려앉은 모습을 보니 온 세상이 꼭 커다란 백설기를 덮어쓴 것 같아 마음이 괜스레 들떴습니다. 연구실 가족들과도 손이 시려 빨갛게 얼어갈 때까지 오리들을 빚고 눈사람을 만들었습니다.
또, 밤새 퍼부은 눈이 아침에 반짝이면, 저도 모르게 “아, 겨울이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구나” 하고 감탄하게 됩니다. 산책로로 나갔더니, 하얀 눈 위에 작은 오리들이 옹기종기 앉아 있었습니다. 누군가 정성껏 만들었을 그 오리들을 바라보며, 저도 그 순백의 겨울을 더 만끽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한참을 들여다보았습니다. 그러나 막상 발걸음을 옮기려니, 뽀드득 소리를 내던 눈이 어느새 단단히 얼어붙은 듯했습니다. 발끝에서 전해지는 미끄러움에 간담이 서늘해졌습니다. 고향에서 겪던 겨울과는 달리, 관악에서의 겨울은 기쁨과 긴장을 한 번에 안겨주는구나 하고 실감합니다. 부지런히 길을 쓸어내고 염화칼슘을 뿌리며 미끄럼에 대비하는 모습을 보고, 겨울이란 동화처럼 아름답지만, 그 뒤에 대비해야 할 시련이 숨어 있음을 새삼 깨닫습니다. 그럼에도, 남녘 고향에서 들고 온 온기 때문일까요? 혹독한 추위 속에서도 마음 한구석이 포근해져 묘한 안도감이 일곤 합니다. 아직 겨울은 한창이니, 앞으로도 관악의 눈길은 제게 여러 번 놀라움과 조심스러움을 안기겠지요.
눈 내린 경치를 감상하며 기숙사로 오는 길이 참 미끄럽습니다. 미끌-이래서 사람들이 눈 오는 날을 싫어하나? 미끌-이번에는 거의 엉덩방아를 찧을 뻔 했습니다. 머지않아 봄이 찾아와 이 캠퍼스 구석구석에 꽃을 피울 때쯤이면 이곳의 낯선 겨울과 친해져 있지 않았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