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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6호 2020년 5월] 인터뷰 화제의 동문

이주민센터 ‘친구’ 조영관·이진혜·이제호 변호사

이주민 권익 변호, 미래를 위해 뿌리는 평화의 씨앗

왼쪽부터 이진혜·이제호·조영관 동문



이주민센터 ‘친구’ 조영관·이진혜·이제호 변호사

이주민 권익 변호, 미래를 위해 뿌리는 평화의 씨앗


코로나19로 인한 긴급재난지원금이 5월 중 전 국민에게 지급된다. 100% 지급이냐, 소득 하위 70% 지급이냐 논란은 있었지만, 이주노동자를 포함한 외국인들은 애초부터 수혜 대상에서 제외됐다. 우리 국민이 아니니까 못 받는 게 언뜻 당연해 보이는데, 이주민센터 ‘친구’(이하 센터)의 모교 동문 변호사들은 그것이 ‘부당한 차별’이자 ‘인간 존엄의 훼손’이라고 말한다. 지난 4월 27일 서울 대림동에 있는 센터 사무실에서 조영관(로스쿨 박사과정)·이진혜(법학05-11)·이제호(식물생산07-13) 동문을 만났다.

“긴급재난지원금의 재원이 국민의 세금에서 비롯되는 만큼 지급 대상을 한국 국적자로 제한한다는 게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입장입니다. 그러나 체류 자격을 얻어 국내에 거주하는 이주민도 소득세·지방세·부가가치세 등 직간접 세금을 꼬박꼬박 납부하고 있어요. 외국인이라 할지라도 대한민국 영토에 존재하는 한 법률상 의무를 다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모든 주민에게 지급되는 기본소득에서 이주민이 제외될 이유는 없다고 봐요.”(이진혜)

이주민 단체 ‘이주공동행동’의 법률대리인이기도 한 이진혜 동문은 “코로나19로 인해 일감이 줄고 생계를 위협받는 건 이주노동자들도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또한 “기존 사회복지 제도에서 소외돼온 그들이 재난 상황에서조차 차별과 배제를 경험하게 된다면, 이는 심각한 사회 갈등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주가 경제적 동기를 갖고 일어나는 건 맞습니다. 우리나라 청년층이 기피하는 힘들고 위험한 일을 도맡아 하는 게 남의 나라 산업 역군이 되기 위해서는 물론 아니에요. ‘코리안 드림’을 쫓아 한국에 온 것이죠. 그러나 서로의 필요가 맞물려 있다는 것 또한 인정해야 합니다. 농어촌 지역은 이미 이주노동자가 없으면 일손을 놔야 할 정도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요. 이주민을 대하는 현재의 관점이나 자세가 미래 한국 사회의 양상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 될 것입니다.”(조영관)

 공공연한 차별 사회 갈등 불씨
“필요 인정하고 서로 존중해야

조영관 동문은 “제도의 차별이 일상의 차별을 조장하고 심화시킨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외국인 고용허가제’는 외국인 근로자의 고용조건을 국내 근로자와 동등하게 보장해주는 제도로서 2004년 8월 시행됐다. 그러나 사용자의 허락 없인 사업장을 이동할 수 없는 ‘독소조항’을 포함하고 있어 외려 사업주에게 협박의 빌미를 제공, 임금 삭감은 물론 공공연한 폭행과 모욕을 당해도 꼼짝달싹 못하게 옭아맨다. 한국인 사용자의 동의 없이는 퇴사도 이직도 할 수 없고, 불법체류자로 전락해 강제 송환되기 때문. 제도적 모순이 일상의 부조리로 이어지는 것이다.

“나이지리아 출신 이주노동자의 아들 ‘미라클’은 한국에서 태어나고 자랐지만, 학교 갈 나이가 되도록 ‘생일’이 없습니다. 한국인 엄마가 출생신고를 하지 않은 채 아빠와 아이를 떠났기 때문이죠. 양육의 책임을 다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외국인인 미혼부는 출생신고 및 등록을 할 수 없습니다. 서류상으론 존재하지 않는 아이인 탓에 유치원도 못 가고 병원 진료도 못 받죠. 흔히 다문화사회가 됐다고 말하는데, 우리 사회가 진정 이주민을 포용하고 있는지 되돌아봐야 할 것입니다.”(이진혜)

코로나19가 한풀 꺾이면서 지금은 좀 누그러들었지만, 한창 기승을 부릴 땐 중국인 동포에 대한 혐오가 극심했다. 바이러스의 발원지가 중국 우한이라는 이유로 무차별적인 멸시와 비난을 받았다. 아무 데나 침 뱉고 손으로 음식을 먹는다는 가짜 뉴스가 퍼졌다. 눈먼 손가락질을 피하기 위해 집 밖에선 입도 뻥긋 못 했다는 고백이 줄을 잇는다. 이번엔 중국이었지만, 다음엔 또 어느 나라를 향해 혐오의 ‘화살’을 겨눌지 모른다. 이주민을 대하는 우리 사회 인식의 현주소다. 센터의 막내 변호사인 이제호 동문은 보다 개인적인 차원에서 외국인과의 공존을 이야기한다. 

“우리 사회에 이주민이 들어와 함께 살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자 거부할 수 없는 현상입니다. 대림동에선 한국어보다 외국어가 더 많이 들려올 정도죠. 직장이나 거주 공간이 다르다 해도 일상에서 어쩌다 한두 번은 이주민들과 마주치게 됩니다. 그런 마주침은 앞으로 더 흔해져 일상이 될 거고요. 그때마다 서로 낯설고 어색하고 두려움을 느끼기까지 한다면, 우리는 물론 이주민들에게도 행복한 삶이라고 할 수 없죠. 이주민 문제의 해결은 그러한 불쾌함을 해소함으로써 남과 나의 행복을 도모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받을 수 있다면 더 좋고요.”(이제호)

센터의 동문 변호사들은 이주민의 권익을 변호한다는 이유로 ‘매국노’ 소리를 듣기도 한다. 그러나 이제호 동문은 “그렇다고 해서 투사의 이미지가 덧씌워지는 것 또한 부담스럽다”고 말한다. 이주민 관련 이슈는 노동자·아동·여성·장애인 등 다양하게 걸쳐 있고, 그에 따라 센터의 사업 또한 교육·문화로까지 확장되는데, 그의 주된 관심은 교육이라는 것. 공익 전업 변호사가 되면 폭넓은 교육 경험을 쌓을 수 있을 거라 기대하고 센터에 왔다고 한다. 자기계발의 새로운 기회가 오면 이직을 고민하겠지만, 직장보단 직무가 중심인 업계 특성상 비상근으로 계속 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조영관 동문은 센터의 비상근 변호사인 동시에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상근 변호사다. 센터장이자 센터의 창립 멤버이기도 한 그는 “이진혜·이제호 두 상근 변호사가 커리어 관리 때문이면 몰라도 경제적인 이유로 센터를 떠나진 않게끔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지금도 그리 넉넉하진 않지만, 2012년 출범 당시에 비하면 많이 발전했습니다. 억울함을 호소하는, 저희를 필요로 하는 이주민이 많다는 게 힘들어도 버티게끔 하는 동력이죠. 가족도 친구도 없는 이주민을 보호해줄 수 있는 유일한 장치가 법인데, 그 법이 너무 어렵고 복잡해 이들을 소외시키고 있습니다. 되레 법을 잘 아는 사업주가 이를 악용할 때가 더 많죠. 이주민들이 한국에 사는 동안 조금 덜 상처받았으면 좋겠습니다.”(조영관)
나경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