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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5호 2020년 4월] 인터뷰 화제의 동문

“야생은 바이러스 세상, 모르는 종만 160만”

최강석 모교 수의학과 교수 인터뷰

‘바이러스 쇼크’ 저자 최강석(수의학86-91) 모교 수의학과 교수

“야생은 바이러스 세상, 모르는 종만 160만”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국경 너머 남의 나라 일로만 여겼던 코로나19가 최근 들어 우리의 일상을 송두리째 쥐고 흔들고 있다. 주말 종교행사는 물론 퇴근 후 저녁 모임에 참석하는 것도 꺼려지고, 마스크 없인 집 근처 편의점에도 안 가게 됐다. 계절은 바뀌어 봄볕이 따스해졌는데 여전히 한겨울인 양 집 안에만 틀어박힌다. 해외로 눈을 돌리면 상황은 더 심각하다. 스페인의 한 요양원에선 병든 노인들이 방치된 채 죽음을 맞았고, 이탈리아에선 코로나19에 걸려 사망한 이들의 부고 기사가 신문 지면을 가득 메운다.

최강석(수의학86-91) 모교 수의학과 교수는 학자들에게 지금과 같은 재앙은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고 말한다. 무려 11년 전 저서 ‘바이러스의 습격’을 통해 그 위험성을 알린 최강석 동문은 2016년 출간했던 ‘바이러스 쇼크’의 증보판을 펴내 코로나19를 비롯한 바이러스의 위협으로부터 어떻게 우리 자신을 지켜야 되는지 설파하고 있다. 농림축산검역본부에서 27년간 연구원으로 근무하다 올해 초 모교 수의학과 교수로 부임한 최 동문을 지난 3월 24일 그의 연구실에서 만났다.

“인구 1,100만명의 중국 우한시가 코로나19 감염자 발생 한 달 만에 봉쇄됐습니다. 대도시 하나를 통째로 봉쇄했다는 것 자체가 당시 중국 정부로선 초강수를 둔 거예요. 중세시대에나 취할 만한 강경 대응을 21세기에 재현했으니까요. 그러나 봉쇄되기 전에 이미 상당 수의 주민들이 고의든 아니든 해외로 빠져나갔을 겁니다. 부지불식간에 바이러스를 전파했을 거고요. ‘팬데믹(pandemic)’ 우려했던 대로 세계 유행이 확산 일로로 가고 있습니다.”

11년 전 바이러스 위협 경고
농림축산검역본부서 27년 근무

미국, 유럽 등 다른 나라에 비해 국내 상황은 비교적 진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아직 안심할 순 없다는 게 최 교수의 설명이다. 국가 간 교류와 왕래가 세계 경제에 끼치는 영향이 지대한 만큼 국내 상황이 진정 국면에 접어들더라도 해외에서 유입되는 감염자를 완전히 막을 순 없기 때문. 3월 25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의 정례 브리핑에 따르면 당일 오전 0시 기준 신규 확진자 100명 중 51명이 해외에서 유입돼 과반이 넘었다. 최 동문은 중국에서 최초 발병해 우리나라와 이란, 이탈리아를 거쳐 미국과 유럽에 들불처럼 번지는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속속들이 휩쓸고 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안타깝게도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손을 자주 씻고, 사람 많은 곳에선 마스크를 착용하며, 모임과 외출을 자제하는 수밖에 없어요. 조금이라도 의심 증상이 나타나면 자가 진단, 자가 격리를 통해 코로나19의 확산을 막는 데 협조하는 것은 물론이고요. 확진자 한 사람, 한 사람을 추적, 관리하는 정부의 강력한 방역 정책은 의료 및 보건 인력의 희생으로 지탱되고 있습니다. 그분들에겐 경의를 표해 마땅하지만, 이런 강경책은 오래 지속될 수 없어요. 소상공인은 물론 중소기업, 대기업까지 생산과 소비가 급속도로 위축되면서 위기에 내몰리고 있습니다. 병에 걸려 죽기 전에 굶어 죽게 생긴 거죠. 방역과 경제 활동 사이의 적절한 균형점을 찾고, 이를 유지하면서 백신이나 치료제 개발의 시간을 벌어줘야 합니다.”

최 동문이 전망하는 백신 및 치료제 개발 소요시간은 최소 1년. 코로나19와의 싸움은 이미 장기전으로 접어들었다. 어디 코로나바이러스뿐인가. 야생에 존재하는 미지의 바이러스는 160만 종에 달한다. 제2, 제3의 코로나 사태가 오지 않을 거라고 단언할 수 없는 이유다. 최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신종 전염병은 ‘푸시(push) & 풀(pull)’을 배경으로 ‘믹서기 동물’을 통해 사람에게 옮아온다. 

1998년 말레이시아를 강타한 니파바이러스의 감염 경로를 보면, 농지 개간으로 인해 본래의 서식지를 잃은 과일박쥐가 이주를 강제당하면서 시작됐다. 야생동물을 자연 상태에서 밀어내는 ‘푸시’ 요인이다. 쫓겨난 과일박쥐는 망고나무가 잔뜩 심어진 말레이시아의 어느 양돈장에 정착하게 되는데, 이곳의 풍부한 먹잇감은 야생동물을 끌어당기는 ‘풀’ 요인이 된다. 과일박쥐가 먹고 버린 망고를 양돈장의 돼지가 먹었고, 돼지에서 농장 인부로 전염이 일어났다. 

“인수공통감염병을 일으키는 핵심은 중간매개동물입니다. 독감바이러스 때도 돼지가 그 역할을 했죠. 청둥오리 계통의 야생 철새에게 있던 독감바이러스는 조류와 인간의 세포 수용체 구조가 서로 다르기 때문에 사람에게 직접 넘어오지는 못했습니다. 그러나 돼지는 양쪽 수용체를 다 갖고 있어 조류로부터 유입된 독감바이러스가 본래 갖고 있던 돼지 바이러스와 버무려져 사람에게 전염되는 새로운 바이러스를 만들어 냈죠. 사스는 박쥐에 있던 바이러스가 사향고양이에게 전염돼 만들어졌고, 메르스 때는 낙타가 그런 믹서기 역할을 했어요. 믹서기 동물의 특징은 사람과 자주 접촉하는 가축이라는 점입니다. 어떤 동물이 향후 믹서기 동물 역할을 해서 신종 바이러스가 출현할지는 예측하기 힘들어요. 사람과 가축의 보건 방역을 하나로 묶어 관리하는 ‘원헬스(one-health)’ 개념이 중요해지는 이유죠.”

야생동물과 가축 그리고 인류를 통합적으로 봐야 한다는 원헬스의 개념은 2003년 사스를 계기로 형성됐다. 가축 단계에서 전염병의 유행을 통제하지 않으면 결국 사람에게 넘어온다는 자각 때문이었다. 야생동물의 이동엔 국경이 없으므로 바이러스로 인한 대재앙을 예방하려면 국가 간 협력도 필수적이다. 생태계를 고려하지 않는 무분별한 난개발도 지양돼야 한다. 

“환경 문제가 심각해지기 전 기술과 경제를 발전시킨 선진국들이 저개발국가를 지원하여 자연을 보전하게끔 유인해야 합니다. 야생동물을 저 사는 곳에서 밀어내지 않도록 하는 거죠. 또한 신종 바이러스가 출현하면 경제 논리에 휘둘리지 않고 꾸준히 연구해 경험을 축적해야 합니다. 그래야 전혀 새로운 바이러스가 출현하더라도 나름대로 대응할 수 있는 옵션이 생기니까요. 개인 차원에서도 바이러스 상식을 갖추고 이를 준수해 자기 자신을 지키는 것은 물론 다른 사람에게 전염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최 동문은 조류전염병 전문가다. 양계 및 축산농가를 보호하는 게 우선이지만, 닭 전염병은 동물과 사람 전염병 연구에 이상적인 모델을 제시하기 때문에 인수공통감염병을 해석하고 대응하는 데도 기여할 수 있다. 27년 만에 모교로 돌아온 그의 행보가 주목받는 이유다.
나경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