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보기

Magazine

[504호 2020년 3월] 문화 신간안내

화제의 책: 푸른 사과의 편지

65학번 상대 동기회가 발간한 홍일점 고 최정림 동문 유고집


65학번 상대 동기회, 홍일점 고 최정림 동문 유고집 발간


푸른 사과의 편지

고 최정림 동문 유고수필집
서울대 상대65동기회 발간




‘65동문들의 우정과 정성을 담아 이 유고집을 최정림 학우에게 바칩니다. 언젠가 우리 다시 만날 때까지 부디 하늘나라에서 영원한 안식을 취하소서’

먼저 떠난 평범한 한 여자 동기생을 기리며 동기들이 마음을 모아 책을 펴내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탁승호(경영65-72) 상대 65동기회 회장은 “상대 홍일점이었던 최정림(상학65-69) 학우는 동기들의 이런저런 모임과 봄, 가을 소풍에 열성적으로 참여하고 우리의 우정을 돈독히 하는 윤활유가 되었다. 역사 문화 등 여러 분야에 박학다식해서 그 주제가 무엇이든 함께 논하고 얘기를 나누다 보면 절로 감탄하곤 했다”며 “그녀가 세상을 떠나기 전 마지막 5년간 ‘푸른 사과’라는 필명으로 친구들에게 띄운 222편의 편지들을 책으로 엮었다”고 전했다.

최정림 동문은 2008년 한맥문학 신인상에 단편소설 ‘사막으로 간 남자’가 당선돼 소설가로 등단했다. ‘나를 향해 빛나는 별’(2015), ‘착한 남자의 경쟁력’(2017),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2017) 등 다수의 작품을 발표했으며 본지와 상대 동창회보 ‘향상의 탑’에 재미있는 글을 종종 선보였다. 흑색종, 방광암, 유방암, 폐암으로 오랜 투병 생활을 하다 지난 2018년 4월 세상을 떠났다.

최 동문은 1965년 경기여고를 수석 졸업하고 그해 190명의 상대 신입생 중 홍일점으로 입학해 동아일보에 화제의 인물로 보도되기도 했다. 남학우들 관심의 대상이었음은 물론이다. 유병만(경제65-69) 동문은 “50여 년 전 종암동 향상의 숲에 홀연히 나타나 연초록 숲을 감싸는 따스한 햇살같이 우울한 마음을 환한 빛으로 감싸주던 따뜻한 마음의 친구였다”고 회상했다.

최 동문이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5년간 동기들에게 보낸 222편의 편지에는 삶에 대한 관조와 긍정적 자세가 그대로 녹아 있다.

“‘봄의 첫날, 외로운 가을의 끝을 생각하네’라고 바쇼의 하이쿠는 말하지만 저는 멀리 가을까지 생각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저 지금 이 순간 살아 있음을 기쁘게 생각하고, 가족들과 또 다정한 친구 있음에 감사하고 싶을 뿐이지요.” -본문 125신 중에서

“막상 당해 보니 인간 세상에 살고 죽는 것 이상의 큰 문제는 없습니다. 다른 걱정거리는 이에 비하면 하찮은 것이죠. 그러니 다들 작은 걱정은 잠시 내려놓으세요.” -본문 141신 중에서

최정림 동문은 2017년 11월 아래의 마지막 편지를 보내고 2018년 4월 9일 동기들의 곁을 떠났다.

“‘블레이드 러너 2019’에 복제인간을 대량생산하는 회사의 ‘More human than human is our motto’라는 목표가 나옵니다. 지성과 감성 면에서 인간의 정의를 다시 생각하는 의미심장한 말인데요. 감성의 진폭이 사라진 요즘 내 안에 남아 있는 인간다움이 얼마나 되나 반추하게 됩니다.” -본문 222신 중에서


김남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