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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4호 2020년 3월] 뉴스 기획

‘코로나19’ 극복, 동문들도 발벗고 나섰다

방역 최전선 정은경 질본본부장 동문·재학생 4200만원 모금도


‘코로나19’ 극복, 동문들도 발벗고 나섰다



방역 최전선 정은경 질본본부장
동문·재학생 4200만원 모금
의료원에 방호복 2000벌 기부
20억 기부 김범수 카카오 의장
의사 출신 역학조사관 지원도


코로나19 사태가 두 달 넘게 지속되는 가운데 모교 동문들도 행정, 의료, 기부와 봉사 등 다방면에서 위기 극복에 동참하고 있다. 가장 주목받는 동문은 단연 정은경(의학83-89) 질병관리본부장이다. 2017년 첫 여성 질병관리본부장으로 취임한 그는 질병관리본부와 산하 중앙방역대책본부를 이끌며 코로나19 대응을 총지휘하고 있다. 매일 언론을 상대로 정례 브리핑을 진행하는 방역 당국의 ‘얼굴’이기도 하다.

한결같이 차분한 모습의 정 동문은 의사 출신인 데다 지난 메르스 유행 때도 현장을 책임진 이력으로 전폭적인 신뢰를 얻었다. 하얗게 센 머리를 손질할 틈도 없이 두 달째 질병관리본부에서 숙식하면서 비상근무 중인 그의 모습에 많은 이가 격려와 응원을 보내고 있다.

연일 격무 중인 질병관리본부 역학조사관에 기꺼이 지원한 의사 출신 동문도 있다. 감염내과 전문의인 송진수(의학98-02) 동문은 지난 2월 28일 질병관리본부 역학조사관 선발에 합격했다. 3월 말부터 방역 현장에 배치될 예정이다.

역학조사관은 일반 진료의에 비해 적은 급여와 계약직 공무원이라는 불안정한 신분 탓에 의사들이 선호하지 않는 편이다. 질병관리본부도 의사 출신 가급 역학조사관은 정원(7명)에 못 미치는 3명이 재직 중이다. 모교 병원과 KOICA, 국제보건의료재단에서 근무했던 송 동문은 “감염병 예방에 보탬이 되기 위해 지원했다”고 소신을 밝히면서도 “저 말고 많은 의사들이 곳곳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며 언론 인터뷰를 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문들은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지역과 단체를 위해 개인과 기업 차원에서 기부행렬에 동참하고 있다. 기부 소식이 알려진 동문 중에서는 지난 3월 4일 김범수(산업공학86-90) 카카오 이사회 의장이 자신이 보유한 20억원 상당의 카카오 주식(3월 4일 종가 기준 약 1만1,000주)을 쾌척해 화제가 됐다. 카카오가 회사 차원에서 20억원을 기부한 것과는 별개로 사재를 내놓은 것이다.

배우 김태희(의류99-05) 동문은 코로나 불황으로 어려움에 빠진 자영업자를 돕는 ‘착한 임대료 운동’에 동참해 자신이 소유한 역삼동 건물의 임차인들에게 3월 임대료를 50% 인하해 준 것이 알려졌다. 배우 김혜은(성악93-97) 동문은 저소득층 아동의 마스크와 생필품 구입에 써달라며 NGO ‘희망친구 기아대책’에 5,000만원을 기부했다.

대학가에 자발적인 기부 운동이 일어난 가운데 모교도 재학생을 필두로 모금 운동이 일어나 성황리에 종료했다. 3월 3일부터 10일까지 진행된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서울대인 모금’(snudonation.org)은 재학생 사이트와 SNS 등을 통해 확산되면서 하루 만에 기부자 400여 명, 기부액 1,400만원을 돌파했다. 총 1,000여 명이 참여, 누적 4,200여 만원을 모아 대구경북과 강원 지역 병원 여러 곳에 ‘서울대학교’의 이름으로 방호복과 진료용 장갑 등을 전달했다.



재학생과 동문이 성금을 모아 구입한 방역물품을 대구의료원과 안동의료원 등지에 전달했다. 사진=손주승 재학생.



마스크 구매 정보 알려주는 앱 개발도



서울대인 모금을 주도한 재학생은 손주승(식물생산과학 19입)씨와 김영민(전기정보공학 17입)씨다. 예상보다 큰 액수가 모이자 이들은 성금을 특정 단체에 기부하는 대신 직접 방역물품을 구입해 도움이 필요한 의료현장에 나누는 방식을 택했다. 대구의료원과 안동의료원, 경북대병원, 포항의료원, 계명대 동산의료원, 원주의료원 등지에 업체를 수소문해 마련한 방호복 2,000여 벌과 진료용 장갑 2만여 매, 손소독제를 전달했다. 20학번 신입생부터 동문까지 다양한 기부자들도 기부처를 제보하면서 응원했다. 손주승씨는 “개인적으로 기부하려다 시작한 일이다. 500만원 정도만 모여도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많이 모일 줄 몰랐다”며 감사를 전했다.


의료계 동문들은 현장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신종플루와 메르스, 코로나19까지 신종감염병 진료의 최전선을 지켜온 이왕준(의학86-92) 명지병원 이사장이 그 중 하나다. 민간병원으로선 감염병 진료로 주목받는 게 달갑지만은 않은 일. 이번에도 확진자가 입원하면서 외래 환자가 60%나 줄었지만 그는 의연히 치료에 집중했다. 주변 시선에 위축된 직원들을 다독이며 3월 중순까지 확진자 7명을 차근차근 완치시켜 돌려보냈다. 최근 전 국민 대상 코로나19 상담센터(1588-9119)까지 연 그의 병원에 각지의 격려가 쏟아지고 있다.


많은 의료진과 자원봉사자가 대구에 모여든 3월 초에는 의사 출신 안철수(의학80-86) 국민의당 대표와 부인 김미경(의학83-87) 모교 법의학교실 교수가 자원해 의료 봉사활동을 펼쳐 화제가 됐다. 신안군 섬마을에서 공중보건의사로 근무하던 김준식(의학10-14) 동문도 대구에 파견돼 환자 진료에 여념이 없다.


학계에서는 건강 커뮤니케이션과 위기 소통 등을 연구하는 유명순(간호88-94·보대원94-97) 보건대학원 교수 연구팀이 국민의 ‘심리 방역’을 놓치지 않고 있다. 코로나19 발생 초기부터 발빠르게 국민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질병관리본부 및 정부 대응에 대한 평가, 중국인 입국 금지 등 이슈에 대한 여론을 수렴 중이다. 그밖에 프로그래머 이두희(컴퓨터공학03-08) 동문은 “코딩은 사회적 영향력이 있을 때 의미가 있다”며 마스크 구매 정보를 알려주는 앱 ‘마스크 알리미’ 개발을 주도했다.


한편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그간 공공의료 분야에서 걸어온 길이 주목받았다. 의대 졸업 후 보건학 석사학위, 예방의학 박사학위를 받고 가정의학과 전문의 자격을 취득한 그는 개원이 아닌 경기 양주군보건소에서 진료의사로 근무하는 길을 택했다. 1995년 질병관리본부 전신인 국립보건원 연구원으로 공직에 입문, 홍역 등 감염병 발생시마다 역학담당관으로 활동했다.


이후 보건복지부 질병정책과장, 응급의료과장 등을 지내고 질병관리본부로 복귀해 질병예방센터장, 긴급상황센터장 등을 거쳤다. 2015년 메르스가 창궐했을 때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 현장점검반장을 맡아 사태 수습에 앞장섰지만 아픔도 겪었다. 메르스가 종식된 후 초기 대응이 미흡했다는 이유로 의사 출신 동료 공무원들과 함께 징계를 받았다. 회의가 컸을 법한데도 그는 묵묵히 자리를 지켰다.


그런 정 동문에 대해 주변에서는 “담담하면서도 기획력과 추진력을 갖췄고, 꼼꼼하게 최선을 다해 일하는 스타일”이라고 입을 모은다. 1년 선배이자 예방의학 박사 동문인 이형기(의학82-88) 모교 의학과 교수는 “심지가 곧고 추진력이 있다”고 언급했고 의사 출신 보건복지부 사무관 김은나(대학원13-15) 동문은 “질본 역학조사관으로 근무할 때 정은경 본부장의 열정에 영향을 받았다”고 말한 적 있다.



박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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