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4호 2020년 3월] 뉴스 기획
‘코로나19’ 극복, 동문들도 발벗고 나섰다
방역 최전선 정은경 질본본부장 동문·재학생 4200만원 모금도
재학생과 동문이 성금을 모아 구입한 방역물품을 대구의료원과 안동의료원 등지에 전달했다. 사진=손주승 재학생.
마스크 구매 정보 알려주는 앱 개발도
서울대인 모금을 주도한 재학생은 손주승(식물생산과학 19입)씨와 김영민(전기정보공학 17입)씨다. 예상보다 큰 액수가 모이자 이들은 성금을 특정 단체에 기부하는 대신 직접 방역물품을 구입해 도움이 필요한 의료현장에 나누는 방식을 택했다. 대구의료원과 안동의료원, 경북대병원, 포항의료원, 계명대 동산의료원, 원주의료원 등지에 업체를 수소문해 마련한 방호복 2,000여 벌과 진료용 장갑 2만여 매, 손소독제를 전달했다. 20학번 신입생부터 동문까지 다양한 기부자들도 기부처를 제보하면서 응원했다. 손주승씨는 “개인적으로 기부하려다 시작한 일이다. 500만원 정도만 모여도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많이 모일 줄 몰랐다”며 감사를 전했다.
의료계 동문들은 현장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신종플루와 메르스, 코로나19까지 신종감염병 진료의 최전선을 지켜온 이왕준(의학86-92) 명지병원 이사장이 그 중 하나다. 민간병원으로선 감염병 진료로 주목받는 게 달갑지만은 않은 일. 이번에도 확진자가 입원하면서 외래 환자가 60%나 줄었지만 그는 의연히 치료에 집중했다. 주변 시선에 위축된 직원들을 다독이며 3월 중순까지 확진자 7명을 차근차근 완치시켜 돌려보냈다. 최근 전 국민 대상 코로나19 상담센터(1588-9119)까지 연 그의 병원에 각지의 격려가 쏟아지고 있다.
많은 의료진과 자원봉사자가 대구에 모여든 3월 초에는 의사 출신 안철수(의학80-86) 국민의당 대표와 부인 김미경(의학83-87) 모교 법의학교실 교수가 자원해 의료 봉사활동을 펼쳐 화제가 됐다. 신안군 섬마을에서 공중보건의사로 근무하던 김준식(의학10-14) 동문도 대구에 파견돼 환자 진료에 여념이 없다.
학계에서는 건강 커뮤니케이션과 위기 소통 등을 연구하는 유명순(간호88-94·보대원94-97) 보건대학원 교수 연구팀이 국민의 ‘심리 방역’을 놓치지 않고 있다. 코로나19 발생 초기부터 발빠르게 국민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질병관리본부 및 정부 대응에 대한 평가, 중국인 입국 금지 등 이슈에 대한 여론을 수렴 중이다. 그밖에 프로그래머 이두희(컴퓨터공학03-08) 동문은 “코딩은 사회적 영향력이 있을 때 의미가 있다”며 마스크 구매 정보를 알려주는 앱 ‘마스크 알리미’ 개발을 주도했다.
한편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그간 공공의료 분야에서 걸어온 길이 주목받았다. 의대 졸업 후 보건학 석사학위, 예방의학 박사학위를 받고 가정의학과 전문의 자격을 취득한 그는 개원이 아닌 경기 양주군보건소에서 진료의사로 근무하는 길을 택했다. 1995년 질병관리본부 전신인 국립보건원 연구원으로 공직에 입문, 홍역 등 감염병 발생시마다 역학담당관으로 활동했다.
이후 보건복지부 질병정책과장, 응급의료과장 등을 지내고 질병관리본부로 복귀해 질병예방센터장, 긴급상황센터장 등을 거쳤다. 2015년 메르스가 창궐했을 때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 현장점검반장을 맡아 사태 수습에 앞장섰지만 아픔도 겪었다. 메르스가 종식된 후 초기 대응이 미흡했다는 이유로 의사 출신 동료 공무원들과 함께 징계를 받았다. 회의가 컸을 법한데도 그는 묵묵히 자리를 지켰다.
그런 정 동문에 대해 주변에서는 “담담하면서도 기획력과 추진력을 갖췄고, 꼼꼼하게 최선을 다해 일하는 스타일”이라고 입을 모은다. 1년 선배이자 예방의학 박사 동문인 이형기(의학82-88) 모교 의학과 교수는 “심지가 곧고 추진력이 있다”고 언급했고 의사 출신 보건복지부 사무관 김은나(대학원13-15) 동문은 “질본 역학조사관으로 근무할 때 정은경 본부장의 열정에 영향을 받았다”고 말한 적 있다.
박수진 기자
>>관계기사
모교 병원, 문경연수원을 대구경북 지역 코로나 확진자 격리시설로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