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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2호 2020년 1월] 문화 신간안내

이달의 책: 변형윤 모교 경제학과 명예교수 '학현일지-변형윤 회고록'

“건강에 유의하라, 의젓하고 떳떳하게 살라”는 어머니 말씀

“건강에 유의하라, 의젓하고 떳떳하게 살라”는 어머니 말씀


학현일지-변형윤 회고록


변형윤 모교 경제학과 명예교수
현대경영사


“영원한 상대 학장”. 학현(學峴) 변형윤(상학45-48) 모교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제자들에게 이렇게 불린다. 상대 학장에 임명된 시기가 상과대학이 사라지는 시기이기도 했지만, 학문적으로, 인생 선배로 지대한 영향을 끼쳤기 때문이다.

이런 그가 최근 ‘학현일지-변형윤 회고록’을 펴냈다. 책을 낸 현대경영사는 “국민경제 독본으로 발간·보급해, 국민경제의 발전과 국민의 경제의식 제고에 기여코자 한다”고 밝혔다. 회고록을 통해 변 동문의 ‘따뜻한 경제학’에 대한 소신과 학자로서 바라본 한국의 근현대사 풍경을 만날 수 있다.

변형윤 동문은 주류 경제학 안에서 소득 재분배와 균형적 경제발전을 주장한 원로 진보 경제학자다. 1950년대 후반 한국경제학의 맹아(萌芽)가 싹틀 무렵, 당시까지 생소했던 경제수학, 통계학, 수리경제학, 계량경제학을 도입·이식해 한국적 경제학의 기틀을 마련했다.

그는 무엇보다 소득재분배 문제에 열정을 쏟았다. 영국의 경제학자 엘프리드 마셜의 영향을 받아 ‘냉철한 머리와 따뜻한 가슴’을 평생의 좌우명으로 삼고 1992년 정년퇴임 하기까지 37년 동안 수많은 경제학도를 양성했다. 현 정부 첫 경제수석을 지낸 홍장표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장과 이제민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 김태동 전 청와대 경제수석, 김대환 전 노동부장관, 강철규 전 공정거래위원장 등이 제자다.

경제학을 제대로 하려면 주류경제학뿐만 아니라 마르크스 경제학도 알아야 한다는 소신 아래, 몇몇 교수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모교 경제학과에 정치경제학을 전공한 고 김수행 교수가 임용될 수 있도록 설득하기도 했다.
책에는 개혁적이고 진보적인 교수진을 구성코자 상대 학장 시절 여러 개혁성향의 제자들을 어렵게 미국으로 유학 보냈지만 미국식 사고로 변해 돌아와 안타까웠다는 심정도 담고 있다. 모교 경제학과의 학문적 풍조는 자연히 미국식으로 바뀌었다. 그는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들이 우리 사회에서 누리고 있는 영향력이나 졸업생들이 우리 사회 곳곳에서 차지하고 있는 자리의 중요성을 생각할 때 나로서는 매우 아쉽게 생각하는 대목”이라고 밝히고 있다.

책에는 그밖에 박정희 대통령이 참석한 제1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 평가대회에서 ‘부익부빈익빈’ 발언을 해 파란을 일으킨 일, 1980년 5월 15일 지식인 134인 시국선언에 참여해 해직교수가 됐던 일 등 행동하는 지성인으로서의 면모도 볼 수 있다. 그는 다만 학자들의 정치 참여에 대해 “나는 원래부터 학자들이 정부에 직접 참여하는 것에 기본적으로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다. 결과적으로 ‘자리’에 대한 욕심으로 애초의 순수한 마음을 버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라고 밝혔다.

황해도 황주 출신인 변 동문은 1946년 여름방학 때 고향에 갔다가 어머니와 생이별을 당하는 아픔을 안고 살았다. 당시 헤어질 때 하신 어머니의 말씀 ‘잘 가라, 건강에 유의하라, 의젓하고 떳떳하게 살라’는 세 마디가 평생의 행동지침이 됐다.

김남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