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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2호 2020년 1월] 기고 에세이

자서전, 내 삶의 이야기 ⑪ 자서전 초고를 퇴고하는 법

시니어 자서전 전문가 정대영 뭉클스토리 공동대표의 꿀팁

자서전, 내 삶의 이야기 ⑪ 자서전 초고를 퇴고하는 법
불완전한 글이 선명해지는 작업

글 정대영 (국어교육98-07) 뭉클스토리 공동대표


자서전 초고가 완성되었다면 이제 퇴고를 해야 할 때입니다. 미리 말씀드리지만 퇴고는 고난의 가시밭길이 아닙니다. 오히려 자서전 작가가 서술한 의미들이 큰 그림으로 선명하게 눈앞에 다가오는 즐거운 경험입니다.

나의 글을 되돌아보는 작업은 누구에게나 쉽지 않습니다. 퇴고를 가로막는 심리적 장애물은 고정관념과 조급증입니다. 내가 쓴 원고가 나쁘지 않다는 믿음, 이미 쓴 원고를 고치기 어렵다는 관념은 퇴고를 소홀히 하는 원인이 됩니다. 두 번째 장애물은 조급증입니다. 정해진 기한 안에 빨리 결과물을 보고 싶다는 생각은 초고의 오류를 눈감게 하는 요인이 됩니다. 따라서 열린 마음을 가지고 좀 더 느긋하게 원고를 되돌아보려는 태도야말로 퇴고의 시작이며 자서전 출간의 정도입니다.

그럼 어떻게 퇴고를 해야 할까요? 퇴고라는 주제만 가지고도 책 한 권을 써야 할 정도로 말씀드릴 것이 많지만 크게는 스스로 하는 퇴고와 타인의 도움을 받는 퇴고 두 가지로 접근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스스로 하는 퇴고에 대해서만 말씀드리겠습니다.

퇴고의 첫 단계는 스스로 다시 읽기입니다. 초고의 첫 문장부터 마지막 문장까지 찬찬히 다시 읽어보십시오. 처음부터 끝까지 천천히 다시 읽는 작업이 퇴고의 기본입니다. 어렵지 않습니다. 때로는 내 안으로 깊이 침잠할 수 있는 고요하고 즐거운 시간이 될 것입니다. 퇴고에 있어 가장 쉽고 기본이 되는 작업이며 전체를 다시 읽으면서 떠오르는 생각을 따라 문장과 문단을 고치시면 됩니다. 사실 이것만으로도 퇴고의 절반이 이루어졌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다시 읽으면서 고치고 싶은 많은 부분들이 눈에 들어올 것입니다. 문장 호응이 잘못된 곳, 쓸 당시에는 몰랐으나 표현이 과격하여 완곡하게 바꾸고 싶은 곳, 보완설명이 필요한 곳들이 보이실 것입니다.

특히 글을 다시 읽으면서 ‘과연 내가 경험한 사건이나 사실을, 배경지식이 전혀 없는 제3의 독자가 잘 이해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마음 속에 항상 떠올리시길 당부드립니다. 자서전 퇴고의 금과옥조로 여기셔도 좋습니다. 어떤 문장이나 단락을 읽을 때, 위 질문에 거스르는 서술이 보이신다면 바로 그 지점이 보완 서술이 필요한 부분입니다.

자서전의 작가는 어떤 내용을 서술할 때 그것이 ‘당연히 자기의 경험’이기 때문에 그 경험의 앞뒤 사건과 맥락, 사전정보나 전제들을 서술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작가 자신에게는 ‘당연한’ 정보들이 그 글을 읽는 독자들에게는 당연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많은 경우 작가는 어떤 경험을 내보이고는 그 경험이 자신의 마음에 울림이 있는 만큼 타인에게도 울림이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곤 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겪어보지 않은 가상의 독자들은 넓고 다양한 배경을 가진 존재들입니다. 친절하게 앞뒤 맥락을 서술해 주지 않으면 이해하지 못하는 독자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예컨대 자서전의 독자가 글쓴이의 9세 손자라면 이해할 수 있는 인생의 경험이란 제한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독자는 연령, 살아온 배경, 직업, 현재 처한 상태가 너무 다양해서 예측을 불허합니다. 따라서 자서전의 작가는 내게는 당연한 경험이 당연하지 않은 독자를 위하여 자세하고 친절하게 풀어낼 열의가 있어야 합니다. 글을 다시 읽으면서 ‘과연 독자들이 이 부분을 이해할 수 있을까’라고 마음에 떠오르는 그 지점이 퇴고를 할 때 내용을 보완해야 할 중요한 곳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지금까지 말씀드린 퇴고의 방법을 ‘친절한 작가 되기’라고 개념화할 수 있습니다. 한 편의 쓰여진 글은 여러모로 불완전합니다. 불완전한 글이 그래도 조금은 더 선명해지게끔 하는 작업이 자서전의 퇴고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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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서전 제작 문의: 02-2039-6530 / mooncle@moonclestor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