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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8호 2019년 9월] 기고 에세이

자서전, 내 삶의 이야기 ⑦ 설명하지 말고 보여주라

내 삶이 내 삶 같지 않고 허전하다면 눈에 보이듯 생생하게 상황 그려보자
설명하지 말고 보여주라


글 정대영 (국어교육98-07) 뭉클스토리 공동대표



삶이 내 삶 같지 않고 허전하다면
눈에 보이듯 생생하게 상황 그려보자


자서전의 재미를 평가한다는 것 자체가 온당치 않은 시도일 수 있지만 한편으론 내 글을 읽을 미래의 독자가 내 삶에 공감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작가에게 자연스레 들기 마련입니다. 자서전 작가의 1차적 목표는 내 일생을 남김없이 정리하는 것이겠지만 어쩌면 속마음은 내 글을 누군가 읽어주었으면 하고 바라는 마음이 더 본심에 가깝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래서 열정적으로 글을 쓰지만 초고를 완성해 놓고 다시 읽어보면 뿌듯하긴 하지만 왠지 모르게 빠진 부분도 있는 것 같아 자기의 능력 부족을 탓하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이때 봉착하게 되는 질문은 바로 이것입니다.

“내 삶인데 왜 서술된 내용은 허전하기만 하고 내가 살아온 삶 같지가 않지?”

원인이 어디에 있을까요? 사실 너무나 다양한 원인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분들이 공통적으로 겪는 지점을 말씀드린다면 바로 ‘설명하기(describing)’와 ‘보여주기(showing)’의 차이에서 상당 부분 결정된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글쓰기 방법 중에는 ‘설명하기(describing)’와 ‘보여주기(showing)’라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설명하기란 저자의 가치판단이 포함되어 요약적으로 사건이나 상황을 서술하는 방식입니다. 제한된 지면과 시간 안에서 비교적 적은 노력으로 이야기의 전체 줄거리를 다룰 수 있다는 점에서 장점이 있지만 그만큼 독자의 상상력이 개입될 여지가 줄어든다는 점에서 단점이 있습니다.

한편 보여주기란 저자의 가치판단을 최대한 배제하면서 눈에 보이듯이 있었던 상황 그 자체를 객관적으로 서술하는 방식입니다. 아주 생생하게 어떤 시점의 모습과 사건을 전달할 수 있고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한다는 점에서 장점이 있지만 불필요하게 길어질 수도 있고 어디서 어디까지 묘사를 해야 할지 완급을 조절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단점이 있습니다.

예컨대, ‘나의 어머니는 온화하고 현명하셨다.’라는 서술은 ‘설명하기’입니다. 이 표현에는 어머니에 대한 저자의 가치판단이 완료되어 있습니다. 제가 이렇게 쓰신 분에게 ‘어머니에 대해서 생각나는 것을 더 써보세요.’라고 말씀드리면 대부분 ‘더 이상 쓸 게 생각나지 않는다.’고 말씀하시는 경우를 자주 마주치게 됩니다. 안타까운 점은 평생을 함께한 어머니가 왜 더 생생하게 풍부히 전달되지 못할까라는 데 있습니다.

어머니에 대한 ‘보여주기’ 서술 방식을 사용하면 얼마든지 무궁무진하게 일거수일투족을 원하는 만큼 드러내 보여줄 수 있습니다. 보여주기 방식을 활용하면 이렇게 됩니다. ‘나의 어머니는 아버지께 큰 소리 한 번 내시는 법 없이 언제나 조곤조곤 낮은 목소리로 말씀하시곤 했다. 머리에는 쪽을 지시고 비록 낡았지만 광목으로 된 헌 옷을 항상 깨끗이 다려 입으셨으며 가족들에게도 그렇게 하셨다. 어머니께서 좋아하시는 음식은 잡채였는데 추석 제사가 끝나고 가족들이 다 먹고 남긴 음식을 부엌에서 홀로 앉아 드시던 모습이 생각난다.’

어떤가요? 어머니는 온화하고 현명하셨다고 설명하는 것과 눈에 그리듯 보여주는 것의 차이가 느껴지시는지요. 따라서 글을 쓸 때에는 설명하기와 보여주기 방식을 조화롭게 사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는 많은 분들에게 ‘보여주기’ 방식을 훨씬 많이 연습해 보시라고 조언을 드립니다. 왜냐하면 많은 분들이 자기도 모르는 새에 ‘설명하기’의 문체만을 사용해서 자서전을 완결지으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설명하기만을 사용했을 때 글은 단조롭기 쉽고 원고 분량이 짧게 끝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보여주기’는 내가 굳이 덧붙이지 않아도, 원래 있는 그대로를 독자가 판단하여 느낄 수 있기 때문에 공감과 감동을 끌어내는 데 첨병 역할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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