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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6호 2019년 7월] 기고 에세이

자서전, 내 삶의 이야기 ⑤ 지극히 작은 것부터 쓰세요

자서전 서술 방법
자서전, 내 삶의 이야기 ⑤ 자서전 서술 방법

지극히 작은 것부터 쓰세요

글 정대영 (국어교육98-07) 뭉클스토리 공동대표


자서전을 쓰려는 분에게 딱 한 마디만 조언하라고 한다면 저는 고심 끝에 다음과 같이 말씀드릴 것입니다. “지극히 작은 것을 쓰십시오.”라고요.

우리의 삶은 평범해 보이는 일상들로 이루어져 있고, 일상이란 당시에는 지극히 당연해 보였던 사물들, 주변인물들, 배경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 요소들의 그물 안에 새로운 사건들, 선택들이 들어오면서 삶은 변화를 맞이하게 됩니다. 무엇을 어떻게 써야할지 고심하시는 분이라면 과거의 어느 시점에서 ‘작은 것’을 포착하여 기억을 떠올려 보시는 것이 좋은 방법입니다.

글에서 어떤 추상적인 메시지를 던지고자 하신다면 그것이 어렵고 위험한 작업일 수 있음을 유의하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왜냐하면 추상적인 주제일수록 구체적으로 와 닿게 설명하기가 어려울 뿐더러 그것을 뒷받침할 수 있는 사례나 나의 경험을 서술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경험들을 연관짓고 의미를 부여하며 주제를 뒷받침하는 것에는 상당한 인지적 부담이 동반될 뿐만 아니라 그것이 항상 보편타당하게 구성되리라는 보장이 없기 때문에 골치가 아프거나 이야기가 산으로 가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습니다. 예컨대 나는 A라는 메시지를 던지고자 했는데 관련된 이야기들을 모아보면 독자의 입장에서는 B라는 메시지로 이해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추상의 위험성을 말씀드렸으니 그 반대에 대한 말씀을 드려야할 것 같습니다. 추상의 반대말은 구체가 되겠으나, 자서전의 관점에서는 ‘작은 것’으로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작은 것은 이야깃거리의 씨앗이 됩니다. 딸이 사춘기를 겪던 시절 아빠와 싸우고 나서 다음날 주었던 포스트잇 메모지 한 장이라든지, 힘들고 어려울 때 인생의 반려자가 끓여준 김치찌개와 격려의 말 한 마디, 가족이 함께 키우던 반려견 등이 인생에서 ‘작은 것’의 훌륭한 사례입니다.

위에서 잠시 언급하였듯이 ‘작은 것’은 사물이 될 수도 있고, 한 마디 말일 수도 있으며, 사소했던 만남이나 관계일 수도 있습니다. 예컨대 어떤 분이 자신의 사업에 대한 글을 쓰고자 하신다면, 바로 사업적 관계를 서술하실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작은 것의 입장에서는 구체적인 사물, 사건, 만남에 주목합니다. 법인 도장을 처음으로 만들었던 때의 설렘일 수도 있고, 처음 직원을 뽑았을 때 자신의 비전을 열정적으로 설파했던 아침 조회 시간의 한 순간일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보면 작은 것이란 ‘짧은 순간’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많은 분들이 어떤 긴 시기를 한 호흡으로 글을 써내려고 합니다. 5년간 어디서 일했던 것을 단 몇 문장으로 표현하려고 시도하며 스스로 불만족스럽게 느끼기도 합니다. 제가 볼 때 1년 단위의 시간도 그것을 통째로 서술하기에는 너무나 긴 시간입니다. 1년이라는 시간 안에도 다사다난한 사건과 회한들이 켜켜이 쌓여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것을 한번에 규정지으려는 시도보다, 그 시기 중 짧았던 한 때의 장면을 편안하게 묘사해 가면서 당시의 정경과 감정들을 구체화하다 보면 그때 내 마음에 품었던 고민과 문제의식들이 발견될 것입니다. 동시에 이 짧은 순간에 대한 스케치가 당시 1년에 대한 상징적 구심점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작은 것에 집중하다 보면 자연스레 글은 구체성과 생동감을 띠게 되고, 그것이 당시의 일상으로 발전되며 기억의 연쇄 작용에 의해 관련된 것들이 따라오게 됩니다. 우리의 생에서 작은 것들은 아름답습니다. 작은 것들을 들여다보는 태도는 나무를 돌보는 것과 같습니다. 내가 그 나무 하나하나를 어루만질 때, 나무들이 모여 자연히 숲을 이룰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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