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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호 2019년 11월] 문화 나의 취미

협심증 이기려 시작한 운동으로 박사 학위까지

70대 운동 전도사 이순국 동문
 
 
협심증 이기려 시작한 운동으로 박사 학위까지
 
70대 운동 전도사 이순국 동문
 

 

 
“운동하셔야 합니다.” 장노년에 접어들면 귀에 못 박히게 듣는 충고. ‘해야 한다’면서 막상 어떻게 하는지 알려주는 곳은 없다. 걷기는 쉽지만 드라마틱한 변화가 없고, 더한 운동은 무릎이 아까워 엄두가 안 난다. 가끔 TV에서 ‘몸짱 노인’을 봐도 ‘원래 운동 좀 했던 사람이겠지’ 싶다.
 
주저하는 노년을 위해 이순국(경제60-68) 전 신호제지 회장이 ‘운동 전도사’로 나섰다. 올해 78세인 그는 일흔 이후의 삶을 노년 운동의 효과를 증명하는 데 바치는 중이다. “특출나지 않은 내가 나이 일흔에 운동을 시작했다. 운동하면 반드시 건강해진다”. 증거는 자신의 몸, 그리고 연구를 통해 얻은 데이터다.
 
지난 10월 25일 판교의 헬스장에서 이 동문을 만났다. 주 3회 조깅, 주 6일 근력 운동을 한다고 했다. 작지만 다부진 체구에 얼굴엔 맑은 혈색이 돌았다. 최근 ‘몸짱 할아버지’로 알려졌지만 인수합병의 귀재, 재계 25위까지 올라갔던 신호그룹의 총수로 그를 기억하는 이들이 많다. “32세 때 사업에 뛰어들어 운동과 담을 쌓았죠. 타고난 약골에 술담배도 했어요.” 외환위기 여파로 기업을 매각한 뒤 은퇴한 그에게 후유증처럼 협심증이 찾아왔고, 한 차례 쓰러졌다 일어난 이후 운동에 매달려 지금까지 왔다.
 
운동을 시작하면서 그의 시계는 거꾸로 가기 시작했다. 8년이 지난 지금, 30세 전후로 1년에 1%씩 감소한다는 근육량이 9%(6kg) 늘었고 뼈에 붙은 근육량인 골격근량은 8kg 늘었다. 키도 1cm 자랐다. 운동 관련 학위 두 개, 저서 두 권은 덤이다. 서울과학기술대에서 스포츠과학으로 석사학위를 받고 지난해 상명대에서 운동생리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경제학 전공으로 학사학위를 받은 지 50년 만이다.
 
고령엔 골프와 걷기 정도로 충분하다고 믿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이 동문은 “나이 들수록 근육을 늘려야 한다”고 역설한다. 70세가 넘어도 덤벨을 들거나 벤치프레스를 하는 등 강도 높은 저항성 운동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의 박사논문에서 20여 명의 고령자를 대상으로 실험해 증명했다. “우리나라는 기본적으로 운동에 대한 컨셉이 없어요. 영어에서 액티비티(activity), 엑서사이즈(exercise), 스포츠(sports)로 분리된 것을 모두 운동이라고 부르죠. 우리는 엑서사이즈가 취약합니다. 건강해지려면 유산소와 저항성 운동인 무산소 운동을 적절히 결합한 엑서사이즈를 해야 해요. 건강을 증진시킨다는 의도를 가지고, 신체의 전 부분에 고르게 자극을 주는 운동을요.”
 
그가 말하는 운동은 조기축구 같은 스포츠와도 확실히 구별된다. “경쟁이나 내기 없이 자신이 운동 강도와 시간을 조절할 수 있어야 엑서사이즈라고 할 수 있어요. 단 균형 있게, 운동이 효과를 보는 유효한계와 다치지 않는 안전한계 사이에서 해야 합니다.”
 
신년 초 붐비던 헬스장도 몇 달만 지나면 한산해진다. 혼자 하는 운동은 동기 부여가 어렵지 않느냐는 물음에 그는 “건강해진다는 확신이 없어서 동기가 안 생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운동하면 좋아진다는 걸 구체적으로 공부한 적이 없으니까요. 막연하게 좋다지만 구체적으로 모릅니다. 제가 70살 넘어서 대학원을 간 이유도 그겁니다. 제 몸으로 비포 애프터를 증명했고, 데이터를 만들었죠.”
 
김 동문은 나이 들어 운동을 시작하려면 부상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먼저 내 체력이 어느 정도인지를 아는 게 좋다고 권했다. 국민체육진흥공단에 전화하면 체력인증센터를 안내받아 체성분 분석과 심폐지구력, 근력 평가 등을 받을 수 있다.
 
그 다음 이 동문이 낸 책을 참고할 만하다. 첫 번째 책 ‘나는 일흔에 운동을 시작했다’가 왜 운동을 해야 하는지 설득하는 책이었다면, 두 번째 책 ‘몸짱 할아버지의 청춘 운동법’은 실천을 돕는다. 라텍스 밴드 같은 간단한 도구로 집에서 할 수 있는 운동부터 기구가 설치된 공원, 헬스장까지 장소별 운동법을 일일이 사진으로 찍어 수록했다. 주별 운동 프로그램도 있어 펼쳐놓고 따라만 하면 된다. 블로그에도 연락처를 공개했다. “덕분에 운동을 시작했다”는 사람들의 연락이 더 많아지길 꿈꾼다.
 
“올해 작년보다 운동강도가 더 올라갔다”며 웃음짓는 이 동문은 적어도 80세까지는 운동량을 늘려갈 계획이다. 계속해서 안 해본 도전을 해보고 싶다며 “90 이후엔 마지막 도전으로 비교종교학을 공부하고 싶다”고 말했다.
 
박수진 기자
 
 
 
 
*이순국 동문 블로그: blog.naver.com/sh_subic
*이순국 동문 유튜브 '이순국박사의 건강한 이야기' : https://www.youtube.com/channel/UC-hQb7j-C8NefDOeYo_lBb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