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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7호 2019년 8월] 인터뷰 화제의 동문

“국회에 일본 전문가가 없어요, 안타깝지요”

김현철 모교 일본연구소 소장 인터뷰



“국회에 일본 전문가가 없어요, 안타깝지요”

김현철 모교 일본연구소 소장




일본 정치·경제·문화 종합적 연구
“서울대만은 일본 연구 끈 놓지 말자”



“여론의 부침과 관계 없이 꾸준히 일본을 연구하는 게 중요하지 않겠습니까.”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로 반일과 극일 여론이 뜨겁던 지난 7월 23일. 관악캠퍼스 일본연구소에서 만난 김현철(경영81-85 국제대학원 교수) 모교 일본연구소 소장은 초연하게 운을 뗐다. 1994년 설립한 일본연구소는 국내에 유일무이한 종합적 성격의 일본 연구기관으로 꼽힌다. 언어·문화 연구 위주의 타 대학 연구소와 다르게 일본의 정치·경제·사회·문화를 두루 연구하면서 독보적인 위치를 지켜왔다.

그런 일본연구소가 요즘 희비가 엇갈리는 시기를 보내고 있다. 정부·민간 차원에서 일본에 대응하고 논의하는 자리에는 이 연구소 소속 교수들이 어김없이 불리고 있지만 이들의 연구비조차 줄 수 없는 재정난에 빠졌다. 연구와 학술사업에 써야 할 지원금이 1년 전에 끊겼다는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다.

게이오대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고 쓰쿠바대 교수를 지낸 김 소장은 국내에 드문 일본 기업경제 전문가로 연구소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청와대 경제보좌관을 지내고 지난 3월 모교에 복귀해 가장 어려울 때 연구소를 맡게 됐다. 하소연 대신 그는 우여곡절 많았던 모교 일본 연구의 흐름부터 짚었다.

“‘감히 어떻게 서울대에’라고 뼈 있는 농담도 오갔죠.” ‘민족의 대학’이라는 사명에 일어일문학과도 두지 않은 서울대였다. 일본 관련 학과나 연구기관 얘기만 꺼내도 반대에 부딪혔다. “국제대학원에 지역학 연구의 일환으로 일본 전공을 만들 때도 찬반 양론이 있었어요. ‘자료만 모으겠다’고 설득해서 간신히 ‘일본자료센터’와 ‘연구센터’를 연 게 시작입니다.”

하버드대에서 일본사를 전공한 김용덕 초대 국제대학원장이 강하게 추진해 2004년 연구소로 개편했다. 정운찬 당시 총장이 지원한 10억원을 종잣돈 삼고, 2008년부터 10년간 정부 인문한국사업으로 받은 지원금 덕에 모교 일본 연구의 중심으로 자리잡을 수 있었다. “두 가지에 차별점을 뒀어요. 전후 현대 일본에 포커스를 맞추고, 정치·경제·사회·문화를 완결하는 연구자 세트를 구성했죠. 연구소에서 차담회만 한 번 해도 최근 경제보복 조치의 흐름과 대응에 대한 논의가 끝날 정도로 최고의 전문가가 모여 있습니다.”

이렇게 자타공인 일본통인 국제대학원의 일본 전공 교수 3명과 연구만 전념하는 교수 6명 등이 현재 모교에서 급여만 지급받는 상황. 정부의 차기 지원사업에 도전할 예정이지만 성사 여부가 불투명하다. 무엇보다 이러는 사이 일본 연구의 명맥이 끊기는 것이 가장 걱정이다. “일본에 관련된 논문을 쓰는 대학원생은 장학금도 주고, 일본에 관심 있는 학부생을 대상으로 펠로우십도 운영하면서 어떻게든 후속 세대를 양성하려고 했어요. 그런 사업을 줄이고 언젠가는 없애야 하는 상황이 됐죠. 제3세대 일본연구자가 단절될 위기에 놓인 겁니다.”

‘지일파’에 더해 일본 내 ‘지한파’를 양성하는 사업도 중단됐다. 역사교과서 문제가 뜨거울 때 한일 중고등학교 사회과 교사들의 교류회를 열었고, 양국의 젊은 국회의원 간 교류도 주선했다. 몇 년간 지속하며 파급력을 확인한 일이기에 더욱 아쉽다. “요즘 사태에서 느낀 것은 국회에 일본 전문가가 없는 것이 가장 안타깝다”고 했다.

“서울대만은” 인터뷰 내내 김 소장은 이 말을 거듭했다. “민족의 대학인 서울대만은 일본 연구의 끈을 놓아선 안 되고, 단 한 명이라도 일본을 연구하는 후속세대를 양성해야 한다”는 호소다. “한일 관계는 언젠가 수습되더라도 한일 갈등이 촉발한 동북아 지형변화는 계속 진행될 겁니다. 그 연구는 누가 하겠습니까. 일본연구소가 중심이 되어 서울대의 중국과 미국, 아시아연구소, 통일평화연구원까지 공동 작업을 해나가야죠. 서울대는 이러한 공동 연구와 종합 대책이 나올 수 있는 국내 유일한 거점이에요.”

간절함이 통한 것일까. 인터뷰 다음날 모교 관정도서관 건립을 지원한 관정이종환교육재단에서 연구소에 1년간 2억5,000만원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가뭄에 단비는 내렸지만 꾸준한 연구를 위해선 계속 마중물을 부어줘야 한다. “혹시나 다른 곳이 유행처럼 일본을 연구하더라도 서울대만은 엉덩이 무겁게 연구하자는 게 연구소의 기본 정신이었어요. 그 정신 덕에 아무도 관심이 없었을 때도 우직하게 연구할 수 있었지요. 언젠가 또 다시 우왕좌왕할 때 서울대가 주옥같은 연구 결과와 대처 방안을 내놓을 때가 있을 겁니다. 동문들의 관심이 절실합니다.”


박수진 기자



일본연구소 홈페이지: http://ijs.snu.ac.kr/

문의: 02-880-85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