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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6호 2019년 7월] 뉴스 본회소식

재학생, 동문, 교직원 300여 명 오로 삼매경에 빠지다

제16회 서울대 동문 바둑대회, 농생대 단체전 2연패 쾌거

제16회 서울대 동문 바둑대회
재학생, 동문, 교직원 300여 명 오로 삼매경에 빠지다



농생대, 단체전 2연패 쾌거
16년간 개근한 동문도 4명
오세정 총장 이종구 의원 참석


지난 7월 7일 열린 제16회 서울대 동문 바둑대회에서 농생대 팀이 단상에 내놓았던 단체전 우승기를 도로 가져갔다. 2년 연속 단체전 우승을 차지한 것. 본 대회 초유의 일이라 주최 측은 물론 출전 동문들도 놀라움을 감추지 않았다.

김기옥(농생물71-78)·노근수(임산가공77-84)·김 욱(농공82-88)·이재철(농업토목86-91)·지성욱(바이오시스템소재99입) 동문 등 지난해 출전 멤버들이 그대로 다시 출전한 농생대 팀은 4전 연승, 승점 4점을 기록했다. 농생대 팀은 제3회 대회를 시작으로 수차례 순위권에 오른 고수들이다. 2016년, 2017년 연속 준우승에 머무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우승을 차지했다.

박치문(국문68-79)·신병식(미학73-78)·선석기(중문75-79)·강형근(불문82-87)·최준영(국문87입) 동문으로 구성된 인문대 팀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준우승에 그쳤다. 개인전 최강조는 노시정(자유전공09-17) 동문이 우승했다.



단체전에서 2년 연속 우승한 농생대 팀. 왼쪽부터 이재철·김기옥 동문, 박희백 위원장, 노근수·김 욱·지성욱 동문.


올해 동문 바둑대회는 재학생 후배들의 참여가 두드러졌다. 단체전 12개 조 중 ‘바둑부 YB’, ‘김안서조’ 등 2개 조에 재학생들이 대거 참가했으며, 개인전 출전자까지 포함하면 33명에 달했다. 특히 사범대 재학생들로 구성된 김안서조는 2016학번 1명, 2018학번 2명, 2019학번 새내기 3명이 힘을 합쳐 젊은 패기를 보여줬으나 4전 4패를 기록해 선배 동문들의 높은 벽을 실감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참가한 바둑부 대표 이수진(인류18입) 학생은 남학우들을 불러모으며 단체사진 촬영을 청하기도 했다. 남학우와 남성 동문들이 대다수인데 어색하지 않냐는 질문에 “이젠 익숙하다”며 바둑부에 여학우가 많으니 내년엔 꼭 함께 출전하겠다고 말했다.

19학번 새내기 함현수(생명과학) 학생은 고교 때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국을 관전하면서 바둑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고, 18학번 현준기(에너지자원) 학생은 “아버지뻘, 할아버지뻘 되는 동문들과의 대국이지만 바둑은 동등하게 룰을 적용받는 게임”이라며 “쫄지 않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본회는 재학생 참가자 전원에게 장학금을 지급했다.

한편 동문 바둑대회가 16년을 이어오는 동안 단 한 차례도 거르지 않고 참가한 동문들이 있어 관심을 끌었다. 임기영(국사60-64)·박수환(체육교육65-70)·강호윤(전기공학70-77)·권태일(잠사72-79) 동문이 그 주인공. 이들은 모두 “동문 바둑대회를 통해 선후배 동기들과 만나고 함께 수담을 나누는 시간이 소중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동문 바둑대회엔 교직원 2명, 재학생 33명을 포함해 총 300여 명의 서울대 가족들이 출전, 대국장인 모교 관악캠퍼스 농생대 제3식당을 가득 메웠다.

신수정 회장은 대회사에서 “바둑을 스포츠가 아닌 예술로서 배웠다”는 이세돌 9단의 말을 인용하면서 “조화와 배려를 중시하는 바둑의 본질 속에서 우리 동창회가 지향해야 할 가치를 발견하게 된다”고 말했다. 즉, 바둑의 가장 큰 특징은 상생의 정신이며 그것이 오늘날 우리 사회와 동문들에게 꼭 필요한 마음가짐이라는 것. “모든 서울대인이 서로 존중하고 협력할 때 모교의 발전을 더욱 가속화하고 우리 동문들에게 부여된 사회적 책임을 함께 나눌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세정 총장과 이종구(경제69-73) 국회 산자위원장도 참석해 동문들을 격려했다. 이종구 동문은 국회 기우회 부회장과 상대동창회 기우회장을 맡고 있다.

참가 동문들은 장장 8시간 동안 열띤 대국을 펼쳤다. 곳곳에서 바둑판 위의 돌이 가득 메워지도록 팽팽한 경기가 이어져 서능욱 심판위원이 바쁘게 대국장을 오갔다. 고재희 9단은 동문들과의 다면기를 마친 후 소감에서 “수재들이 모인 대회인 만큼 잘들 두는데 아마추어 대회에서 흔히 그러듯 상대의 돌을 잡으려고 하는 경향이 강하다”며 “고수들의 대국을 많이 보고 바둑 책을 자주 읽어 시야를 넓히면 더욱 일취월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국 마감 후 진행된 경품 추첨에서 김중양(법학65-69) 동문이 대형 컬러 TV에, 윤진희(GLP 18기)·한정관(경제14입) 동문이 청소기에 당첨되는 행운을 안았다. 참가자 전원에게 여행용 파우치를 기념품으로 제공했으며 캐리커처 이벤트로 색다른 즐거움도 선사했다.

아쉬움도 없진 않았다. 출전을 신청하고 참가하지 않은 동문들이 20여 명에 달했던 것. 한 동문은 “기대감을 안고 반상 앞에 앉았는데 허탈했다”며 “최고 지성인답게 참석 약속을 지켜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윗줄 왼쪽부터 A,B,C조 우승자, 아랫줄 왼쪽부터 D,E,F조 우승자. 



인터뷰


초기부터 대국장 지킨 박희백 운영위원장


동문 바둑대회 주요 인사들이 개회식 직후 기념사진 촬영을 했다. 왼쪽부터 이승무 본회 사무총장, 서능욱 심판위원, 강인구 운영위원, 오세정 총장, 신수정 회장, 박희백 운영위원장, 이종구 의원, 고재희 심판위원.



“단일 대학 동문 바둑대회가 이렇듯 대규모로 10년 넘게 계속돼온 경우는 국내에 서울대 동문 바둑대회가 유일합니다. 한국기원에서 상 줘야 돼요.”


올해로 16회를 맞이하는 서울대 동문 바둑대회. 긴 시간 이어온 만큼 뒤에서 수고를 아끼지 않은 동문들이 즐비하다. 대회 초창기 땐 운영위원으로, 최근 수년 동안 운영위원장으로, 강산이 한 번 반 바뀌는 동안에도 변함없이 봉사해온 박희백 위원장(의학51-57·본회 고문)은 그 대표적 인물. 86세의 고령에도 불구하고 오전에 대회 경과보고부터 오후에 경품 추첨, 시상까지 맡아 든든하게 대국장을 지켰다. 대회 중간 박 위원장에게 동문 바둑대회의 의의와 과제에 대해 들었다.


“대학 동창회를 포함해 국내 어느 단체에서 주최하는 바둑대회도 참석자가 300여 명에 달하는 규모로 개최되는 예는 매우 드뭅니다. 한국기원 상근 부총재를 지낸 박치문(국문68-79) 동문이 서울대 동문 바둑대회를 대외에 알리는 데 힘쓰고 있죠. 좀 더 발전하기 위해선 예산의 증액이 절실합니다. 경품도 더 푸짐하게 준비하고 상금도 더 올리면 더욱 많은 동문들의 참석을 유도할 수 있고 바둑에 대한 관심도 더 높아질 텐데 그러지 못해 아쉬워요.”


박 위원장은 대학생 때 처음 바둑을 접했다. 60년 가까이 바둑을 둬왔지만 “그 심오함은 아무도 모른다”고 말한다. 바둑의 세계는 한도 끝도 없으니 감히 자만할 수 없고 겸손해지기 마련. 그는 바둑에서 인생을 배웠다고 한다.


“바둑은 참고 또 참아야 되는 게임입니다. 제 수에 빠져 빨리빨리 둬선 이기기 힘들 뿐더러 실력이 늘지도 않아요. 깊이 생각하고 오래 상대의 수를 가늠해야 하죠. 인생살이도 똑같아요. 인내의 연속이죠. 참는 가운데 성장을 이루는 점이 바둑과 인생의 공통점이라고 생각해요. 장고가 무조건 좋진 않지만, 현재 바둑대회에서도 시간제한을 좀 완화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