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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2호 2022년 7월] 뉴스 본회소식

땡볕보다 뜨거웠다, 머리 맞댄 반상 혈전

농생대팀 4연패 기염, 최강조 신영수 학생 우승


땡볕보다 뜨거웠다, 머리 맞댄 반상 혈전

제18회 동문 바둑대회

농생대팀 4연패 기염
최강조 신영수 학생 우승

22학번 포함 재학생 18명 참가
재학생 바둑부에 격려금 전달



7월 3일 모교 관악캠퍼스 농생대 제3식당에서 열린 제18회 동문 바둑대회에 130여 동문·재학생·교직원이 참여해 열띤 대국을 펼쳤다. 이날 본회는 모교 바둑부에 격려금을 지원했다.


본회 바둑대회에서 전무후무한 4년 연속 단체전 우승팀이 나왔다. 김기옥(농생물71-78)·노근수(임산가공77-84)·이재철(농업토목86-91)·홍순선(식물생산과학92-00)·지성욱(바이오시스템소재99입) 동문으로 이뤄진 농업생명과학대학 팀이다.

7월 3일 모교 관악캠퍼스 농생대 제3식당에서 열린 제18회 동문 바둑대회는 반상 위의 돌만큼이나 다양한 이야기들이 어우러졌다. 바둑 애호가 동문 및 재학생, 교직원 등 130여 명이 단체전과 개인전에 출전해 열띤 대국을 펼쳤다.

농생대 팀이 결승에서 인문대팀과 맞붙은 것은 이날로 다섯 번째. 이 정도면 ‘더비 매치’다. 농생대는 3승 전적에 이날 1승을 더 추가했다. 지난해 우승 때 농생대 팀 이재철 동문은 팀의 강점으로 “팀내 선수 실력이 전체적으로 고르고 탄탄해 누구 하나 빠지지 않는다”고 말한 적 있다. 이날도 70·80·90년대 학번으로 팀을 짜 출전했고 그 강점을 증명했다.

개인전 최강조 우승은 재학생 신영수(동양사학16입)씨가 따냈다. 신씨는 치열했던 승부와 대조적으로 “바둑의 매력은 편안함”이라고 말했다. <하단 인터뷰 참고>



오세정 총장(가운데)과 단체전 우승 농생대팀이 시상 후 기념사진을 찍었다. 


신병식 운영위원(왼쪽 둘째)과 개인전 최강조 입상 동문들.


바둑판 앞에선 수십년 나이차 나는 이들이 머리를 맞댄 풍경도 자연스럽다. 이날 재학생 18명이 참석했고 2022학번 신입생도 4명이 왔다. 올해 입학한 신지우(사회대 22입)씨도 까마득한 선배들과 여러 차례 대국을 치렀다. 신씨는 “사실 오늘 선배님들께 많이 졌다. 하지만 많이 가르쳐주시고, 명함을 주시며 또 같이 바둑을 두자고 말씀해 주시는 분도 계셨다”며 웃음지었다. 또 “어릴 때 시작한 바둑을 공부 때문에 한동안 접었다가 대학에 오자마자 바둑부에 들어왔다. 언제든 동아리방에서 대국을 신청하면 달려와줄 만큼 분위기가 좋다”며 바둑부 자랑도 했다. 본회는 이날 바둑부에 격려금을 지급했다.

가족 참석도 눈에 띄었다. 김명담(회화58-62) 동문은 아내와 딸, 손주의 에스코트를 받으며 참가했다. 새벽에 일어나 아버지를 모시고 왔다는 김 동문의 가족은 “내가 어릴 적부터 아버지는 늘 바둑을 두셨다. 한때 어머니께서 바둑을 살짝 미워도 하셨지만 지금은 오히려 90을 바라보는 나이까지 바둑을 즐기실 수 있단 것을 가족 모두 기뻐한다”고 말했다. 참가자 중 최고 학번 황긍연(생물교육50-54) 동문의 손녀는 대회장 이곳저곳에서 할아버지의 기념 사진을 남기느라 분주했다.

젊은 동문들은 어린 자녀의 손을 잡고 나타났다. 대회장 한편에 조장식(응용생물화학00-08) 동문의 9세 아들 조용준 군, 지성욱 동문의 6세 아들 지서우 군의 열띤 대국이 펼쳐져 눈길을 끌었다. 두 동문은 자신의 아버지가 그랬듯 아들에게 직접 바둑을 가르쳤다는데, 바둑돌을 놓는 작은 손끝이 야무졌다. 지성욱 동문은 “절친한 바둑부 선후배 사이라 나중에 아이가 생기면 바둑을 가르쳐 가족끼리 두자고 약속했다. 약속을 지켜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조장식 동문은 “일단 재밌고, 집중력도 높아지고, 차분해진다는 점에서 바둑이 교육에 도움 되는 것 같다”고 했다. 코로나19 확산 방지차 장내에서 별도의 즐길거리나 간식이 제공되지 않아 가족과 함께 온 동문들은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조장식·지성욱 동문의 자녀들이 막간을 이용해 대국을 펼치고 있다.


재학생과 동문의 대국 장면 

팬데믹 기간 동안 한 해 건너뛰고, 장소와 시기를 바꾸기도 했던 본회 바둑대회는 올해 농생대로 돌아와 한결 익숙한 분위기에서 펼쳐졌다. 대회장에선 마스크를 착용하고, 점심식사는 대회장 외부에서 도시락으로 대신했다. 바둑사랑으로 유명한 김동녕(경제64-68) 한세예스24홀딩스 회장이 대회장, 박치문(국문68-79) 전 한국기원 부총재가 운영위원장, 신병식(미학73-78) 전 SBS 논설위원이 운영위원을 맡았다. 모교 출신 젊은 프로 기사 오주성(물리천문07-11) 2단, 송혜령(대학원21입) 3단이 심판위원을 맡았다.

김종섭 회장은 최근 미주 평의원회의에 참석 후 귀국 과정에서 코로나19 확진자와 접촉, 혹시 모를 전파를 우려해 불참했다. 이승무 사무총장이 대독한 개회사에서 “올해 예전처럼 대회를 개최하니 새삼 어려운 시기를 끈기 있고 슬기롭게 극복한 서울대인의 저력을 실감한다”고 말했다.

오세정 모교 총장은 ‘동수상응(動須相應)’이란 바둑 격언을 인용했다. “바둑판 위의 돌들 한 수 한 수가 주변과 호응하며 저마다 의미와 중요성을 갖는다는 뜻”이라고 설명한 뒤 “학교도 모든 구성원과 조직이 최선을 다해 조화를 이루고, 사회와 발전하면서 성장한다”며 모교에 대한 성원을 부탁했다.

대국 종료 후 진행된 경품 추첨에서 김종섭 회장이 협찬한 전자피아노는 류동렬(국어교육71-75) 동문에게 돌아갔다. 본회는 참석 동문 전원에게 독서대와 인기가수 음반을 증정했다.


박수진 기자




인터뷰

“바둑돌 잡으면 집에 온 듯 편안해져”



최강조 우승
신영수 재학생
동양사학 16입


재학생 신영수(동양사학16입) 씨가 최강조 우승을 차지했다. 알고 보니 어릴 적 충암도장 연구생을 지냈고, 제주도지사배 전국대회에서 우승한 실력자. 본 대회에선 2016년 개인전 준우승, 2017년 서울대바둑부 ‘샤바’ 소속으로 단체전 우승을 거뒀다.
-몇년 전 준우승의 아쉬움을 설욕했다.

“당시 신입생이었다. 그 이후론 계속 바둑부YB로 단체전만 나왔다. 졸업하기 전 학생으로서 마지막 출전이 될 텐데 개인전에서 우승해보고 싶단 생각이 있었다. 우승해서 기쁘다.”

-바둑은 언제부터 뒀나.
“6~7세 때다. 이거 실으면 너무 반칙이라고 하지 않을까(웃음).”

-누가 권했나.
“어렸을 때 어머니께서 피아노를 시킬까, 바둑을 시킬까 고민하다 집중력 향상에 더 좋을 것 같아 바둑을 택하셨다고 들었다. 중학교 때까지 하고 고교 올라가면서 그만뒀다.”

-다시 바둑돌을 잡게 한 매력은.
“바둑을 두면 언제든 갑자기 편안해지는 것 같다. 집에 온 느낌이다. 10년 정도 쉬기도 했고, 솔직히 연구생 하다가 그만두니까 바둑이 꼴도 보기 싫은 때가 있었다. 대학에 들어와 바둑부 친구들을 만나고 활동하면서 자연스럽게 바둑에 녹아든 것 같다.”

-오늘 기억에 남는 대국은.
“역시 마지막 대국. 조금 쫄았다. 여태까지 라운드는 친하거나 안면 있는 친구들과 뒀는데, 잘 모르는 분이 여기까지 오셨다니 다크호스 아닐까 싶어 경계했다. 초시계 없이 두는 것도 낯설고, 체력적으로 힘들기도 했다.”

-좋아하는 바둑 격언이 있는지.
“음….”

고민하던 그가 벌떡 일어섰다. 동시에 진행되던 경품 추첨에서 이름이 불렸기 때문이다. ‘와’ 하는 탄성 속에서 그가 얼떨떨한 표정으로 경품인 갤럭시 탭을 들고 돌아왔다.

-오늘 운수대통이다.
“하하…. 격언은 아니지만, 드라마 ‘미생’에 나오는 대사가 떠오른다. ‘우린 아직 다 미생이야’.”



협찬해주신 분들

김종섭(사회사업66-70) 총동창회장 전자피아노 1대, 기타 3대
오세정(물리71-75) 총장 갤럭시 탭
김동녕(경제64-68) 한세예스24홀딩스 회장 와인잔 세트
최병민(외교71-75) 깨끗한나라 회장 물티슈
이효건(역사교육66-70) 전 인하사대부고 교장 10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