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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3호 2019년 4월] 인터뷰 화제의 동문

터키 출신 국악학도 탐 제브뎃 동문 인터뷰

해금 전공하고 국악 작곡까지…한국과 터키 잇는 문화 전도사


해금 전공하고 국악 작곡까지…한국과 터키 잇는 문화 전도사

터키 출신 국악학도 탐 제브뎃 동문




지난 2월 열린 본회 1학기 장학금 수여식. 한 장학생의 이름이 눈에 띄었다. 국악과 석사 과정의 탐 제브뎃(Tam Cevzet 국악14-18) 동문. 터키 동부 으드르 시 출신으로 모교에서 해금을 전공했다. ‘이웃집 찰스’ 등 방송 프로그램에도 출연해 얼굴을 알렸다.

이국적인 외모로 해금을 켜는 모습이 주목 받았던 그는 이제 국악 작곡가라는 새로운 꿈을 꾼다. 올봄 진학한 대학원 수업을 마친 그를 지난 3월 27일 관악캠퍼스 복합예술동 카페에서 만났다. 우리 입에 익숙한 ‘국악’으로 물어보면, 다른 나라에서 온 그가 ‘한국 전통음악’이라는 말로 답했다.

“서양 음악이 아닌 한국의 전통음악을 작곡합니다. 지난해 대학원에 합격했는데 전공을 잘못 선택해 1년을 기다리고 다시 들어왔죠. 한국과 터키의 전통음악을 결합해서 새로운 음악을 만들려고 노력 중이에요.”

터키에서 그는 고교 시절 수학과 터키어를 전공했다. 2012년 처음 한국에 건너올 때만 해도 엔지니어가 될 셈이었다. “한국은 왠지 좋은 이미지였어요. IT도 잘 돼 있고. 한국전쟁에 참전했던 작은할아버지가 한국 이야기를 많이 해주셨거든요.”

작은할아버지는 한국을 ‘친절하고 따뜻한 나라’라고 했지만 처음 겪는 타지 생활은 외로웠다. 우연히 거리 공연에서 들은 처연한 해금의 음색. 유학생의 마음을 뒤흔들고, 잊었던 음악적 소질마저 깨웠다. “어릴 적 아버지께서 악기를 많이 사주셨어요. 음악에 관심이 많았지만 그냥 취미였죠. 고민 끝에 음악을 하기로 결심했는데 한국까지 와서 유럽 음악을 공부하고 싶지 않았어요. 한국 전통음악을 배워두면 아시아 음악을 배우기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외국인 전형에 맞춰 연주 모습 등을 담은 영상을 제출해 모교에 합격했지만 주변 학생들과 쉽게 친해질 수 없어 마음 고생을 했다. 음악 전공의 특성상 어릴 때부터 비슷한 곳에서 교육을 받아 서로 알고 지내는 경우가 많았던 것. 그럴 때마다 좋아하는 악기인 피아노로 말 못할 감정을 풀어냈다. “음악이 나오는 거예요. 나도 곡을 쓸 수 있단 걸 알게 되었죠. 작곡에 관심을 갖고 화성법을 배우면서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연주를 하다 작곡도 하게 된 그에게 동양음악은 연주가가 만들어가는 음악이 아니냐고 묻자 맞장구를 친다. “한국 음악은 악기를 모르고 쓰면 제대로 표현할 수 없어요. 재미가 없죠. 악기를 깊이 이해해야 제대로 된 곡을 쓸 수 있어요. 그래서 연주가들이 좋은 음악을 만들어낼 수 있는 것 같아요.”

다국적 밴드 '한글'과 
디제잉 동아리 결성도

한국에서 음악을 공부하면서 모국의 전통 음악에 대한 이해도 깊어졌다. “마이크로톤(미분음 microtone)이라는 음이 있습니다. 서양 음계의 반음보다 더 작은 음을 뜻하는테 터키 음악에도 있고 한국 음악에도 원래 있었대요. 터키 음악은 그런 음도 기보할 수 있게 표시를 만들었는데 한국 음악은 외국 악보를 쓰는 과정에서 표현할 수 없게 됐죠. 한국에 터키 음악에 대한 자료가 많이 없는데 터키 음악과 비교 연구해서 한국 음악의 옛날 음색을 되살리고 싶어요.”

고향 부모님의 도움 없이 7년째 타향살이 중인 그는 학비와 생활비를 마련하느라 늘 분주하다. 교내에서 주는 외국인 대상 장학금에 선정되지 못해 본회 장학금마저 없었다면 학업을 이어가지 못할 뻔했다. 학교에 나오지 않는 4일은 아르바이트를 한다며 ‘이 부분은 꼭 기사로 써달라’고 힘주어 말했다. 

“한국에 좋은 영향을 주고, 도움이 될 공부를 하는 사람을 먼저 도와줘야 하지 않을까요. 한국 전통음악, 한국학을 하는 사람들 말이에요. 이번에 다행히 국악과 교수님들께서 노력해 주셔서 학비를 마련했지만, 그렇지 못했으면 터키로 돌아갔을 거예요. 아쉽고 서운한 부분입니다.”

바쁜 와중에도 틈틈이 작곡한 곡을 아마추어 작곡가들이 음악을 올리는 ‘사운드클라우드’와 유튜브에 선보인다. 한국 힙합곡을 터키 전통악기 ‘사즈’로 연주한 곡, 해금으로 켠 라틴 팝 ‘하바나’, 클럽 음악까지 전통과 현대, 한국과 터키의 국경을 넘나드는 음악이다.

한국문화를 알리는 다국적 밴드 ‘한글’과 교내 디제잉 동아리를 만든 그에게 친구들은 ‘탐재윤’이라는 이름을 지어줬다. 인터뷰를 마친 그는 학과 후배에게 사즈를 가르쳐주러 간다며 길을 나섰다.

“한국은 전통음악보다 현대음악에 대한 관심이 많잖아요. 터키 음악은 현대음악에 전통악기를 써요. 클럽 음악에도 사즈 소리가 나올 수 있죠. 한국 음악이라고 안 될까요? 할 수 있어요! 제가 올린 클럽 음악의 첫 번째 파트도 가야금으로 시작해요. 앞으로 이런 식으로 한국 전통악기를 한국 사람들이 좋아할 수 있게 만들고 싶어요.” 

박수진 기자




▽탐 제브뎃 동문의 유튜브 채널

https://www.youtube.com/channel/UCsZcKGBA_vVFIKy6jxFpm7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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