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보기

Magazine

[493호 2019년 4월] 인터뷰 화제의 동문

“비용 부담 적은 바늘없는 주사로 세상에 도움 주고 싶어요”

실험실 창업 2년 여재익 교수 인터뷰


“비용 부담 적은 바늘없는 주사로 세상에 도움 주고 싶어요”

실험실 창업 2년 여재익 교수




여재익 기계항공공학부 교수는 올해로 실험실 창업 2년차를 맞는다. UC버클리에서 기계항공공학을 전공하고 UCLA에서 석사, 일리노이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서울대 부임 후 추진공학과 열유체역학의 원리를 활용해 고속으로 피부에 약물을 주입하는 ‘바늘 없는 주사’를 개발하면서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2017년엔 교내 스타트업 바이오에이치를 설립하고 바늘없는 주사의 사업화에 나섰다. 서울대 등 국내 5개 대학과 기술보증기금이 추진하는 ‘유테크밸리’ 사업에 선정된 서울대 1호 기업이다. 여재익 교수를 이메일로 인터뷰했다.


-바늘없는 주사는 어떻게 탄생했나.
“서울대 부임 후 먹거리를 찾아 전 세계 학회를 다니고 논문을 파고들었다. 레이저를 이용해 금속을 순간적으로 변형시키는 연구를 보고 당시 지도제자이자 원천특허 공동저자인 한태희(기계항공공학02-08) 박사가 금속 대신 물에 레이저를 쏘아보자고 제안했다. 레이저로 인해 순간적으로 물방울이 생겨 부피가 팽창하면 약물을 분사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가 만들어지는, 일종의 ‘의료용 물총’을 개발했다. 약물이 더욱 가늘고, 빠르게 분사돼 피부에 쉽게 침투할 수 있게 발전시켜 바늘없는 주사를 만들었다.”

-기술이전 대신 창업을 택했는데.
“실험실 수준의 기술로 세상에 도움이 되려면 시장에 내놓을 수 있을 만큼 완성도를 높여야 한다. 그 일을 대기업이 대신해 주길 기다리기보다 자신이 직접 해보자고 생각했다. 서울대의 장점은 학생들이 우수하다는 것이다. 좋은 논문을 쓸 수 있고, 좋은 아이디어를 물건으로 개발할 수 있는 여건도 좋다. 무엇보다 우리 아이템에 대한 믿음이 컸다.”

-어떤 점이 자신 있었나.
“현재 ‘바늘 없는 주사’라는 원천특허 관련 제품은 모두 고가의 레이저를 쓴다. 우리 주력 아이템은 레이저 대신 배터리 전원을 써서 휴대가 가능하고 저렴하다. 의료, 미용 시장에 혁신을 가져다 줄 것이다. 눈으로 약물의 피부 침투를 볼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약물량과 주입 깊이를 조절할 수 있고, 통증도 덜하다. 당뇨 환자처럼 자주 주사를 놔야 하는 이들이 반길 만한 제품이다.”


휴대 간편하고 싼 값 장점
의료 미용시장 혁신 자신


-초기 자본은 어떻게 마련했나.
“타이밍이 좋았다. 자금이 없어서 창업하지 못했던 차에 2017년 정부가 유테크밸리사업을 론칭했다. 사업에 선정되기까지 서울대에서도 많이 도와줬다. 첫해 8억원을 지원받았고 추가 신청은 하지 않았다.”

-현재 회사 규모는 어느 정도인가.
“올해 3월을 기준으로 회사 자본금은 12억원이 되었다. 6월 전에 첫 번째 IR(투자유치)을 준비하고 있고 30억원을 조달할 예정이다. 기업가치는 200억원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정규직 직원 10명을 두고 R&D 우수인력을 상시 채용하고 있다. 다국적 제약회사들과 개발비 지원과 전용기기에 대한 라이센스 비용으로 최소 100억원 규모의 계약 유치도 진행할 예정이다.”

-금전 문제 외에 다른 어려움은.
“시간과 잠이 부족해졌고, 좋은 인력을 확보하기 위한 고민도 크다. 모든 것은 사람에 대한 투자란 걸 회사를 하면서 새롭게 배우고 있다. 장점도 있다. 학교 바깥의 ‘정글’을 경험한다는 것, 남들이 가보지 못한 길을 간다는 자부심이 크다.”

-경영도 직접 관여하는지.
“회사 운영은 바이오 분야 IPO(기업공개) 경험이 있는 전문 경영인에게 맡겼다. 공학자인 나는 선도기술 발굴과 R&D 인력 진두지휘에 집중한다. 주변에 잘된 교수 벤처보다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다고 하는데, 교수 본인이 경영도 연구하듯이 잘할 수 있다고 잘못 판단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서울대의 창업 교원 지원은 충분한가.
“과거에 비하면 많이 좋아졌다고 한다. 불필요한 행정, 겸직에 대한 좋지 않은 인식 때문에 여전히 불편한 점도 있다. 교수 창업과 협업의 메카인 미국 대학들을 부러워만 할 수는 없다. 크게 성공해서 나의 평생 직장인 우리 대학에 여러 형태로 돌려주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목표인 상용화는 얼마나 진행됐나.
“2017년 동물 실험에서 일반 주사기와 동일한 효능을 확인했다. 2020년 1차 상용화를 목표로 임상실험과 제품안정화를 진행 중이다. 첫 제품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상당히 공들이고 있다. 연구실에서 탄생한 제품을 시장에 내놓을 만하게 바꾼다는 게 매력적이면서 참 어렵다. 대부분의 자금을 제품 개발에 쓰고 있다.”

-창업을 꿈꾸는 학생들에게 한마디.
“MIT나 스탠퍼드대를 졸업했다고 다 창업하는 것은 아니다. 진짜 똘똘한 친구들은 본인이 창업하기보다 선배, 교수와 협업하거나 이미 창업한 스타트업에 들어간다. 무턱대고 창업을 독려하기보단 유망 스타트업에 합류해서 자신의 미래를 설계해볼 것을 권한다. 인류를 바꿀 혁신을 꿈꾸는 젊은 서울대 출신 공학자가 많이 나오면 좋겠다.”


박수진 기자





연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