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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1호 2019년 2월] 인터뷰 화제의 동문

쉽고 빠른 딥러닝 시스템 ‘야누스’ 구글·아마존·페이스북보다 한 수 위

전병곤 모교 컴퓨터공학부 교수 인터뷰
전병곤  모교 컴퓨터공학부 교수

쉽고 빠른 딥러닝 시스템 ‘야누스’ 구글·아마존·페이스북보다 한 수 위


인공지능 기반기술 혁신 선도
아마존 머신러닝 어워드 수상

딥러닝 개발 시스템 분야에서 서울대가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을 앞선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해 12월 전병곤(전자공학90-94) 모교 교수팀이 기존 딥러닝 개발 시스템의 장점만을 취합해 ‘야누스’를 개발한 것. 명령형 시스템인 페이스북의 ‘파이토치’는 다양한 모델을 쉽게 만들 순 있지만 이를 학습시키는 데 많은 시간이 걸렸고, 심볼릭 그래프 방식 시스템인 구글의 ‘텐서플로’는 고정된 구조의 모델을 빠르게 학습시킬 순 있지만 다양한 구조의 모델을 쉽게 표현하긴 어려웠다. 야누스는 명령형 프로그램으로 쉽고 다양하게 만든 모델을 심볼릭 그래프로 변환 및 최적화시켜 학습 속도까지 끌어올렸다. “야누스가 딥러닝의 기반 기술을 혁신시켜 우리 생활에 큰 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라고 단언하는 전병곤 동문을 지난 1월 23일 관악캠퍼스 삼성서울대연구소에서 만났다.

“딥러닝은 인공지능의 한 분야로 방대한 데이터로부터 직접 추상적 개념을 학습하여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데이터에 대한 예측을 합니다. 카메라가 객체나 사람을 인식하고, 인물·풍경 등 촬영된 대상별로 사진을 정리하는 것, 스마트스피커가 사람의 말을 알아듣고 지시에 따라 각종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 인공지능 에이전트와 사람간의 음성 통화, 실시간 언어 번역 등이 딥러닝이 활용된 사례들이죠. 최근엔 사진이나 동영상 속 대상이 무엇인지는 물론 어떤 행동을 하는지도 인식하고 이를 요약해 주는 수준까지 와 있습니다. 인공지능이 더 정교하게 이미지 및 음성 언어를 인식하고 사용자의 요구에 더 빠르게 대응하도록 발전시키는 데 야누스가 기여할 것입니다.”

전 동문은 야누스에 이어 올해 초 ‘패럴랙스’ 개발을 추가 발표했다. 패럴랙스는 딥러닝 모델을 자동으로 분산학습 시키는 시스템으로, 기존 분산학습 시스템이 이미지 처리에 치중돼 사람이 쓴 글자 즉 자연어를 처리하는 데는 상대적으로 미흡했던 약점을 보완했다. 이미지 처리 성능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자연어 처리 성능을 기존 시스템 대비 6배까지 향상시킨 것. 다른 언어로 번역하거나 작성해야 하는 글을 추천하는 것, 긴 글을 읽고 요약하는 것, 질문에 대한 답을 하는 것 등 다양한 자연어 처리에 대한 응용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야누스를 개발한 전병곤 교수팀. 왼쪽부터 정은지 박사과정, 조성우 석사과정, 유경인,정주성 박사과정, 신동진 석사과정 연구생, 전 교수.


IT기술의 발전 속도가 매우 빠르고 그 응용범위가 광대한 만큼 “연구자들마저 예상하지 못한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다”는 게 전 동문의 솔직한 답변. 기계와의 경쟁에서 밀린 사람이 일자리를 잃을 것이란 우려는 이미 오래 전부터 제기돼 왔지만, 인공지능의 발전은 육체노동을 넘어 정신노동까지 대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차원이 다르다. 

“그래도 미리 부작용을 예단하고 기술의 적용을 가로막기보단 일단은 해보고 문제가 있으면 보완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맞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엔 규제가 너무 많다는 말씀을 많이들 하시잖아요. 창업을 장려한다고 하는데 규제 때문에 외국에서 스타트업을 차리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4차 산업혁명은 이미 거스를 수 없는 전 세계적인 흐름이므로 좀 더 과감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1994년 모교 전자공학과 졸업 후 1996년 석사 학위를 취득한 전 동문은 1999년 스탠퍼드대로 유학, 2002년 컴퓨터사이언스로 석사 학위를 다시 취득했다. 학부 4학년 때 ‘미래는 소프트웨어에 있다’고 직감하면서 전공을 바꾼 것. 이후 UC버클리에서 컴퓨터사이언스 박사 학위를 취득했고 2008년 인텔 연구원, 2011년 야후 연구원, 2012년 마이크로소프트의 수석연구원을 거쳐 2013년 모교 교수에 부임했다. 2014년 아시아 대학 최초로 마이크로소프트 학술상, 2017년 페이스북 카페2 리서치 어워드, 2018년 아마존 머신러닝 어워드 등을 수상했다. 적극적인 학회 활동과 연구원 시절 쌓은 인맥을 통해 다수의 모교 연구생들을 글로벌 IT기업의 인턴십에 참여시키고 있다.

“세상이 무서울 정도로 빠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최근 MIT대학은 인공지능 연구에 집중하기 위해 1조원 이상을 들여 ‘College of Computing’을 설립했습니다. 공과대학의 한 학과였던 컴퓨터공학을 하나의 단과대학 규모로 확대시킨 것이죠. 인공지능을 필두로 한 컴퓨터 공학이 미래의 성패를 가르는 핵심기술이라고 생각해요. 서울대가 이러한 도전의 시기를 맞아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는 데 동문 여러분들께서 많은 관심과 도움 주시면 좋겠습니다.”
나경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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