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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8호 2018년 11월] 인터뷰 화제의 동문

“북한 질병 연구하면 노벨상 여럿 기대”

평양 다녀온 신희영 모교 통일의학센터장

평양 다녀온  신희영  모교 통일의학센터장 

“북한 질병 연구하면 노벨상 여럿 기대”


“북한을 지원이 아닌 상생의 대상으로 바라봐야 합니다.”

지난 10월 26일 서울대 본관 집무실에서 만난 신희영(의학74-80) 연구부총장은 “최근 평양을 다녀온 후 남과 북이 어떻게 하면 공존할 수 있을까를 많이 생각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성남 공항에 내려 방문단 버스를 타고 오는데 우리를 인도하는 오토바이 순찰대가 앞장서지 않습니까. 그 사이를 일반 차량과 오토바이들이 끼어들어요. 북한에서 우리 방북단이 이동할 때 도로 전체가 통제됐거든요.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그걸 보면서 ‘남과 북이 이렇게 다르구나. 이 간극을 어떻게 메워 공존할 수 있을까’ 고민이 되더라고요. 우리가 북한을 생각할 때 보통 뭔가를 줘야 하는 대상으로 생각하잖아요? 그 생각을 좀 바꿔야 할 것 같아요. 사실 보건의료 분야에서 북한은 공동 연구개발(R&D)을 하기에 최적의 공간입니다. 노벨상감 연구 과제가 많습니다. 우리에게도 큰 이득이 온다는 말이죠.”

신희영 부총장은 지난 10월 4~6일 북한 평양에서 열린 ‘10·4 공동선언 11주년’ 기념행사에 보건의료전문가 자격으로 다녀왔다. 2008년 10월 어린이어깨동무재단과 함께 평양의대 소아병동 건립 차 방문 이후 10년 만이다. 신 부총장은 2014년부터 모교 의대 통일의학센터를 이끌고 있다. 연변과기대, 평양의대 의학자 등과 정기적인 교류를 통해 북한 보건의료 사정에 밝은 연구자로 꼽힌다.  

신 부총장은 “북한은 자존심이 센 나라라서, 특히 보건의료 분야에서는 도와준다는 개념으로 접근하기보다 상생의 개념으로 다가가야 한다”며 “실제 보건의료 분야는 윈-윈할 수 있는 길이 많다. 통일의학센터에서는 북에서 할 수 있는 연구 40가지를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신 부총장은 기생충과 결핵을 구체적인 사례로 들었다. 그에 따르면 기생충 질환의 경우 북한에서 많이 발견되지만 아토피 피부염은 찾아보기 어렵다. 아토피 피부염은 면역시스템인 정상 세포를 공격하는 대표적인 자가면역질환이다. 몸에서 기생충과 싸우는 과정에서 자가면역질환 발생 확률이 낮아진다고 보고 있다. 기생충과 자가면역질환의 관계를 규명하는 연구를 통해 자가면역질환 치료제를 개발하면 수십조원에 달하는 통일 비용 일부를 감당할 수 있다. 또 11만명 정도로 추정되는 북한 결핵 환자의 결핵 균주를 얻어 유전자 분석을 하면 방대한 규모의 결핵 균주 유전자 DB를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북한에 결핵, 말라리아 문제 해결을 위해 약만 지원하면 우리가 얻는 게 없잖아요. 철저히 R&D 개념으로 가야 해요. 연구를 해서 획기적인 생산물을 만들고 부가가치를 창출해 다시 투자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면 우리 국민 세금이 들어갈 일이 없죠. 그 과정에서 노벨상 수상 연구도 여럿 기대할 수 있고 젊은층의 고용 창출 효과도 생길 겁니다.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이번 방북에서 이런 이야기를 북한 당국자와 나누지는 못했다. 다만 동행했던 복지부 차관 등 정부 관계자들과 공감대는 이뤘다고 했다. 개최 예정인 보건의료분야 남북 고위급 회담에서 서로 다른 질병 패턴에 따른 감염 문제부터 연구 협력 과제 등을 논의할 것으로 기대된다. 

신 부총장은 10년 만에 다시 찾은 평양에 많은 변화가 느껴졌다고 전했다. 그는 “고층 건물들이 많이 들어섰고, 전력이 풍부해져 밤에도 어둡지 않았다. 과거 엘리베이터가 멈춰선 곳이 많았는데 정상 가동되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신 부총장은 통일의학센터 활동 외 소아암 권위자로 서울대 어린이병원 학교장을 2000년부터 18년째 맡고 있다. 지난 2017년부터 모교 연구부총장을 맡아 서울대학교의 지식을 사업화 하는 데 관심을 쏟으며 기술지주회사, 산학협력단의 안정적인 토대를 만들었다.        김남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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