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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7호 2018년 10월] 문화 맛집을 찾아서

“학교 다닐 때부터 서울대 주변 고깃집 훑고 다녔죠”

이미환 사당동 호랑이네 축산물포차 대표
동문 음식점 탐방

“학교 다닐 때부터 서울대 주변 고깃집 훑고 다녔죠”



이미환 (통계05입)
사당동 호랑이네 축산물포차 대표

회를 비롯해 수산물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식당은 흔하디 흔하지만, 소·닭·돼지 등 축산물 전반을 전문으로 하는 식당은 매우 드물다. 축산물 각 부위와 기타 부속물 등을 각각의 특징에 맞게 처리하기가 무척 까다롭기 때문. 닭 하나만 해도 닭발, 닭똥집, 닭튀김, 닭도리탕 등 여러 가지 부위가 각기 다른 방법으로 조리되는데, 똑같은 냉장고에서 꺼내 쓴 음식의 맛과 개별적으로 관리된 재료를 쓴 음식의 맛이 같을 수 없다. 이미환(통계05입) 대표는 고기의 종류는 물론 각 고기의 부위에 따라 최적의 맛을 선사한다는 모토 아래 지난 7월 서울 사당동에 ‘호랑이네 축산물포차(이하 호랑이네)’를 개업했다. 추석 연휴를 앞둔 9월 21일 장사 준비에 여념이 없는 이미환 동문을 만났다.

“제가 만든 음식, 제가 준비한 자리에서 여러 사람들이 흥겹게 어울리는 분위기가 좋았습니다. 젊은 층이 즐겨 찾는 동네라 제 또래들은 마냥 친구 같았고, 우리 가게는 공동의 아지트 같았죠. 손님들과 마주앉아 술잔을 주고받을 때도 많았고요. 요리는 저로 하여금 한 자리에 사람들을 모이게 하고 함께 어울리게 하는 일종의 매개체였던 것 같습니다. 제가 만약 음악을 했다면 포장마차 대신 공연장을 열었을 거예요.”

이 동문이 처음 요리를 접한 건 중학교 1학년 때 요리부 활동을 통해서였다. 정원을 못 채워 반강제적으로 가입한 동아리에서 뜻밖의 적성을 발견했고 내리 3년 동안 특기이자 취미로 요리부 활동을 이어갔다. 막연하게나마 셰프의 꿈을 키우게 됐고 제과제빵 전문고교에 진학하려 했으나 부모님의 반대가 완강했다. ‘손으로 익히는 기술은 늦더라도 나중에 다시 배울 수 있지만 공부는 지금 아니면 안 된다’는 부모님 말씀에 설득 당했다. 인문계 고등학교에 진학했고, 꿈을 접은 만큼 후회하지 않기 위해 열심히 공부했다.

“모교에 합격하고 부모님께서 무척 기뻐하셨어요. 중학교 땐 성적이 잘 안 나왔고 고등학교 때도 내신으로만 따지면 서울대에 갈 수준엔 못 미쳤는데, 큰 시험에 강했는지 모의고사나 수능점수는 꽤 잘 나왔습니다. 암기를 싫어하는 대신 원리를 이해하려고 노력했어요. 요리를 할 때도 마찬가지였죠. 음식이 맛을 내는 것도 결국엔 화학반응이고 몇 가지 큰 원리만 이해하면 다양하게 응용할 수 있거든요. 흔히들 냉동했다가 녹인 고기는 맛이 없다고 하잖아요. 그런 상식을 파고들어 과연 그런지 왜 그런지 따지고 캐묻다 보면 하나둘 요리 비법이 늘게 됩니다.”


호랑이네 축산물포차의 대표메뉴 중 하나인 '회오리껍데기'



호랑이네의 대표메뉴는 ‘차도리탕’. 닭도리탕에 차돌박이를 얹은 음식으로 매콤한 양념과 부드러운 육질이 일품이다. 하루 동안 고기를 숙성시키고 두세 단계의 선조리 과정을 미리 거쳤기 때문에 맛은 깊고 조리시간은 짧다. 음식 자체의 맛도 맛이지만 주문하고 5분이면 나오니까 만족도가 높다. 원재료를 직접 손질하므로 세 명이 배불리 먹을 만큼 양도 푸짐하다.

오돌뼈에 칼집을 내 오독오독 씹히는 식감과 돼지갈비 맛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오돌갈비’, 돼지껍데기를 말아 회오리 모양으로 멋을 낸 ‘회오리 껍데기’도 호랑이네 포차에서만 맛볼 수 있는 독특한 메뉴다. 이 동문의 머릿속은 늘 요리로 꽉 차 있다. 우연히 눈에 들어온 TV프로그램에서도 요리와 관련된 내용이면 흘려듣지 않고 메모한다. 책도 읽고, 식육학교도 다니고, 동종업계 종사자들의 커뮤니티에도 수시로 드나들며 정보를 얻는다.

요리와는 거리가 먼 통계학을 배우다 중퇴했지만 지금의 이 동문을 있게 한 데엔 모교의 영향이 컸다. 재학시절 ‘스누라이프’ 멤버들을 모아 서울대 주변 고깃집들을 섭렵하면서 자연스럽게 상권분석을 하게 됐고, 이는 창업 아이템 선정과 신메뉴 개발을 위한 중요한 밑천이 됐다. 지금도 자주 가게를 찾아주는 모교 선후배·동기들은 이 동문의 소중한 자산이다.

“도저히 적성에 맞지 않아 자퇴를 했지만 가끔 후회될 때도 있어요. 학교는 지식 외에 ‘관계’라는 큰 선물을 주기 때문이죠. 세무나 법률 관련해서 도움을 준 동문들도 있었고 술과 음식에 조예가 깊어 새 메뉴를 먼저 맛보고 꼼꼼하게 리뷰를 해주는 동문들도 있어요. 손님으로 만나 친구로 발전한 경우도 비일비재하죠. 머릿속에선 돈 걱정이 떠나지 않지만(웃음) 침착하게, 또래 젊은이들이 찾아와 즐겁게 어울릴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 가려고 해요.”
문의:010-8557-9589
나경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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