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1호 2023년 4월] 문화 맛집을 찾아서
월화수목금금금…쉬는 날도 맛난 과자 연구하려 일합니다
이지아 부산 ‘프랑스 과자점 브리앙’ 대표
동문맛집
월화수목금금금…쉬는 날도 맛난 과자 연구하려 일합니다
이지아(대학원12-15)
부산 ‘프랑스 과자점 브리앙’ 대표
줄서서 사 먹는 명품 과자점
개점 후 2년 넘게 완판 행진
부산 동래구 온천동에 있는 ‘프랑스 과자점 브리앙’은 정오에 문을 연다. 오후 5시까지 영업시간이라고 하지만, 보통 오후 3시만 돼도 준비된 과자가 다 팔려 어쩔 수 없이(?) 문을 닫는다. 게다가 월요일, 화요일은 휴무. 1월 한 달은 휴업한다. 대기업 프랜차이즈 베이커리들이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365일 영업하는 것과 확연히 대비된다. 이런 독특한 영업방식엔 프랑스 본토 문화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제대로 된 정통 과자를 만들어 제공하겠다는 이지아 대표의 신념이 녹아 있다. 이지아 동문을 서면으로 인터뷰했다.
“과자도 음식과 같아서 조리를 갓 마쳤을 때가 가장 맛있습니다. 풍미나 맛의 훌륭함은 당연하고, 먹는 타이밍까지 놓치지 않아야 와! 하는 탄성을 자아낼 수 있죠. 아침 일찍 전부 구워 놓고 하루 종일, 또는 그 다음날까지 파는 그런 과자로는 맛의 감흥을 일으키기 어려워요. 최고의 과자를 최상의 타이밍에 제공함으로서 즐기게 되는 완벽한 맛. 제가 과자점을 연다면 꼭 하고 싶은 영업방식이었습니다. 자영업자에게 휴무는 손해일 수 있죠. 그러나 눈앞의 손해를 먼저 생각하면 좋은 과자를 만들기 힘듭니다. 이해득실을 따지기보다 최고의 과자를 선보이기 위해 노력한다면 경제적인 건 자연스럽게 따라올 거라고 믿었어요.”
이 동문의 믿음은 현실이 됐다. 2020년 12월 개점 이후 지금까지 줄곧 완판 행진을 이어온 것. 영업시간 전부터 미리 가 줄을 서야 하고, 늦게 도착하면 선택할 수 있는 과자의 종류가 줄거나 아예 아무것도 못 사고 돌아서야 하는데도, 브리앙은 정말 맛있는 과자를 사려는 손님들로 늘 문전성시를 이룬다. 이 동문은 손님 앞에 만들어 내놓는 과자 하나하나에 제과 지식 및 기술은 물론 자신이 경험한 프랑스 문화의 풍류까지 모든 것을 쏟아붓는다고 말했다.
모교 대학원에서 불어학 석사 학위를 받은 이지아 동문. 재학시절 전공 공부보다 제과 공부에 더 마음이 기울었다고 한다. 취미 삼아 학업과 병행하던 제과였는데, 손으로 과자를 빚고 굽는 동안 아주 깊이 집중하고 있는 자신을 느꼈다고. 제과 종주국인 프랑스의 언어를 유창하게 할 줄 아니까 프랑스어로 된 레시피와 많은 제과 서적이 쉽게 읽혔다. 프랑스어 전공 덕분에 프랑스 정통 제과에 더 깊이 빠진 셈.
모교 대학원에서 불어학 석사 학위를 받은 이지아 동문. 재학시절 전공 공부보다 제과 공부에 더 마음이 기울었다고 한다. 취미 삼아 학업과 병행하던 제과였는데, 손으로 과자를 빚고 굽는 동안 아주 깊이 집중하고 있는 자신을 느꼈다고. 제과 종주국인 프랑스의 언어를 유창하게 할 줄 아니까 프랑스어로 된 레시피와 많은 제과 서적이 쉽게 읽혔다. 프랑스어 전공 덕분에 프랑스 정통 제과에 더 깊이 빠진 셈.
“동기들이 박사 학위 따러 프랑스로 떠날 때 저는 거품기와 앞치마를 들고 ‘르 꼬르동 블루’ 파리 본교에 입학했습니다. 현지의 제과 문화를 직접 보고 익혔죠. 수료 후 파크하얏트 파리 방돔, 피에르 에르메 파리에서 근무했고, 귀국 후 쉐라톤 서울에서 경력을 이어갔어요. 인천문예실용전문학교의 제과부 겸임교수로 부임해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다양한 제과업체의 메뉴개발을 돕기도 했고요. ‘라루즈 파티세리’, ‘에클레어 드 제니’, ‘르 꼬르동 블루 파티시에’, ‘차는 어렵지 않아’ 등 프랑스어판 제과 서적 4권을 우리말로 옮겼고, 김태희(의류99-05) 동문 결혼식 땐 연회 디저트를 담당하기도 했습니다.”
개점 후엔 브리앙 운영이 곧 일상이 돼 휴무일에도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색다른 경험을 찾는다. 특히 백화점은 새로운 아이디어의 보고. 의류·화장품류의 유행하는 색과 식품코너의 인기 음식, 반응이 좋은 그릇류 등을 살펴 제품 패키지와 영업장 관리 등에 녹여낸다. 파리의 하이엔드 제과점들이 마치 보석을 다루듯 제품을 진열, 포장하는 데 착안해 이 동문도 고유의 패키지 개발에 심혈을 기울였다. 과자를 먹으면서 느끼는 맛과 풍미뿐 아니라 구입 후 집으로 가져가 포장을 열기까지의 과정도 셀링포인트가 될 수 있다는 깨달음에서다. 그런 그에게 과자는 공산품 아니냐고 물었더니 “브리앙의 과자는 신선 식품”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과자도 최상의 맛을 내는 황금시간대가 있습니다. 가급적 빨리 드시는 게 좋고, 적어도 제조 당일을 넘겨선 안 돼요. 택배 판매를 하지 않는 이유죠. 아무리 빨라도 다음날 도착하니까요. 브리앙의 대표메뉴는 마들렌, 까눌레, 갈레트 브르톤느, 휘낭시에, 갸토 오 시트롱 등 다섯 가지 프랑스 향토 과자입니다. 파리에서 근무할 땐 화려한 무스 케이크를 주로 만들었고, 그게 수준 높은 제과로 여겨졌지만, 정작 먹을 땐 큰 감흥이 없더라고요. 저는 오븐에 구워 겹겹이 풍미를 입히는 과자에 매력을 느낍니다. 제과에 가장 많이 쓰이는 재료를 기반으로 다섯 가지 과자가 서로 다른 맛과 식감을 띠도록 다채롭게 구성했어요.”
다섯 가지 과자를 1개씩 넣은 ‘브리앙 컬렉션(1만9000원)’, 종류는 같지만 9개를 넣은 ‘브리앙 그랑부아뜨(3만3000원)’, 대표 과자에 제철 과자를 넣은 ‘브리앙 프리미어(5만8000원)’ 등 세트 상품 외 ‘사블레 뚜 바니유(2만원)’도 상시 제공하며 매년 밸런타인데이 땐 최고급 송로버섯으로 만든 ‘송로버섯 트뤼프’를 판매한다.
산딸기 철엔 산딸기 크림을 넣은 슈크림을, 여름엔 프랑스식 아이스크림을 출시한다. 과자를 맛있게 먹기 힘든 1월엔 아예 휴점하고 프랑스 전역을 돌며 귀중한 재료를 발굴하거나, 다양한 전통 과자를 만나 재해석하는 시간을 갖는다. 휴무일에도 영업시간이 끝나도, 더 좋은 과자를 만들기 위한 연구는 계속되는 것.
“어렸을 때부터 해외 여러 나라를 다니고 살아보기도 했지만, 부산에 와 정착한 건 이곳 출신인 남편의 영향이 컸습니다. 날씨·환경·도시 제반 시설 등 서울보다 뛰어난 부분도 많아요. 살기 좋은 순위로 따지면 부산이 우리나라 1등 아닐까 싶을 정도로요(웃음). 아름다운 부산에서 이웃한 곳에 남편은 식당을, 저는 제과점을 나란히 운영하고 있습니다. 부산에 놀러 오시면 브리앙에 들러 주세요. 정통 프랑스 과자의 참맛을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나경태 기자
나경태 기자
문의: 0507-1342-57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