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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6호 2018년 9월] 문화 나의 취미

"드론 날리는 할아버지, 손주들이 좋아합니다"

드론 강사 조희연 한국진로직업개발원 부이사장


"드론 날리는 할아버지, 손주들이 좋아합니다”


드론 강사 조희연 한국진로직업개발원 부이사장






“요즘 아이들은 자유자재로 드론을 갖고 놀아요. ‘선생님, 이거 해 보세요’ 할 수도 있어요. 연습 많이 하셔야 합니다.”


지난 8월 23일 양재동 한국진로직업개발원 강의실. 8주간 진행한 드론 지도사 양성 과정의 마지막 수업을 마무리하던 강사 조희연(물리교육75졸) 동문의 당부에 수강생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강단에 선 조 동문과 수강생 모두 머리가 희끗했다. 겉보기에 첨단 장비인 드론과 거리가 멀어 보이지만 속단은 금물. 물리 교사 출신인 조 동문은 40년 가까이 RC(무선조종) 글라이더형 전동기와 RC글라이더, 첨단 장비인 드론까지 두루 섭렵한 모형항공기 마니아다. 그에게 배운 수강생들도 제법 드론 조종이 익숙한 모습이었다.


강의를 마친 조 동문에게 이야기를 청했다. 함께 강의하는 송정수(물리교육75졸) 동문이 조 동문을 가리켜 “이 친구는 취미 생활을 넘어서 좀 특별하다”고 말한 참이었다. 드론이라고 하면 요즘 흔히 보이는 쿼드로터(4개의 프로펠러) 형태의 비행체를 떠올리지만 엄밀히 말해 비행기 모양의 무인 항공기가 드론의 시초다.


“워낙 새로운 걸 좋아하는 성격이에요. 1983년 처음 모형항공기를 시작하면서 비행기의 재미에 눈을 떴습니다. 당시 중학교에서 과학부장을 맡고 있었는데 모형항공기를 좋아하는 학생이 있었어요. 대회에 내보내려고 직접 배워서 가르쳤는데 대회 1등을 하고 왔죠.”





조 동문은 모형항공기를 직접 만들어 날렸다. 비행기 한 대가 하루면 뚝딱이었다. 그동안 만든 비행기로 집 한 층이 꽉 찬다. 취미가 같은 친구들이 있어 즐거움은 두 배가 됐다. 지금 드론 강의를 함께하는 송 동문은 스포츠항공기 면장을 따고 경비행기를 몰다가 모형 항공기에 입문한 경우. “이 친구(송정수)와 지금은 하늘나라로 간 송인빈(물리교육75졸) 셋이 대학 동기예요. 대전고 동기이기도 한 송인빈과 저는 일찌감치 RC 비행기를 즐겨 했죠. 모형항공기를 이용한 항공 촬영에 관심이 많았어요.”


나를 대신해 날아주는 비행기의 눈으로 세상을 볼 수 있다는 건 매력적인 일이었다. 날개 길이가 4m가 넘는 모형항공기를 만들고 카메라를 장착해 서울과 대전 상공을 촬영하기도 했다. “20m가 넘는 비행선을 띄웠다가 청와대 쪽에 떨어진 적도 있어요. 경내에 대통령이 있었다면 격추했을 거라 하더군요.” 지금도 그는 드론보다 바람을 타면 몇 시간이고 날 수 있는 RC글라이더에 조금 더 애착이 간다고 했다.



비행의 원리를 설명하는 조 동문



교육자답게 항공 꿈나무를 기르는 데도 앞장섰다. 서울로봇고에 항공로봇과를 창설하고 항공로봇 과목 교과서를 집필했다. 사단법인 한국진로직업개발원 부이사장을 맡아 일반인에게 드론과 코딩을 강의 중인 조 동문과 송 동문은 “항공 인구가 늘어날 수 있다면 전국 어디든 간다”고 했다. 강의도 소정의 수업료를 받을 뿐 재능기부에 가깝다.


“앞으론 항공우주가 우리나라를 먹여살릴 겁니다. 항공우주에 관심 있고 이해도가 높은 사람들이 행정을 해야 항공우주 분야가 발전하지 않을까요. 지역 아동센터에서 무료 강의를 자주 해요. 지난 여름엔 한강에서 드론체험교실을 열었는데 아이들뿐만 아니라 같이 온 학부모들도 즐거워하더군요.”


조 동문은 “누구나 한 시간이면 드론에 익숙해질 수 있다”고 말한다. 요령 없이 다루다 초반에 고장을 내면서 숙련할 기회가 적어진다는 설명. 입문용으로 시중에 파는 2~3만원대의 저렴한 드론을 구입해 감각을 익힐 것을 권했다. 기압계 센서가 있는 제품은 고도를 유지하기 쉬워 초보자도 다루기 좋지만 ‘손맛’이 덜하고 조종 기술을 익히기도 어렵다. 촬영 드론이나 레이싱 드론을 다룰 계획이라면 일정한 높이에서 정지비행하는 ‘호버링(제자리 정지비행)’ 연습부터 탄탄하게 기본기를 쌓아야 한다.


비행 규제 지역 정보는 드론 동호회나 조 동문이 부이사장으로 있는 한국모형항공과학협회(masak-k.or.kr) 홈페이지에서 얻을 수 있다. 서울 하늘은 비행이 어려운 구간이 많지만 광나루 한강드론공원에서 드론을 직접 날리고 구경도 할 수 있다.


조 동문에게 드론을 배우는 이들의 목적은 각양각색이다. 사진과 영상 촬영을 즐긴다면 장차 드론이 필수 장비다. 사진가 이오봉(교육61-70) 동문도 조 동문의 수업을 들었다. 방과후 드론 교육 수업을 할 수 있는 드론 지도사, 농약 살포용 드론을 조종할 수 있는 드론 조종사도 각광받는 직업이다. 꼭 거창한 목적이 없더라도 “손주들에게 인기 있는 할아버지가 되고 싶어서” 적지 않은 나이에 드론을 시작하는 이들이 많다는 조 동문의 귀띔이다.


“나이가 많다고 해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뒤처질 이유는 없죠. 새로운 시대에 입문하는 수단으로 드론을 추천합니다. 미래 핵심 기술이 집약됐으면서 실용화 속도도 빠르거든요. 현실에 동참하는 즐거움을 느끼게 될 겁니다.”


박수진 기자




조 동문(왼쪽)은 송정수 동문(오른쪽)과 함께 일반인에게 드론을 강의하고 있다. 모교 동기인 두 동문과 고 송인빈 동문이 함께 모형 항공기를 즐기곤 했다. 송정수 동문은 먼저 취미로 경비행기를 몰다가 모형 항공기에 입문했다.



송정수 동문과 조희연 동문.




▽조희연 동문 블로그 

http://blog.daum.net/princesschoh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