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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4호 2018년 7월] 기고 에세이

동문기고: 아이들의 미래, 향후 4년에 달렸다

정광필 서울시50+인생학교 학장


아이들의 미래, 향후 4년에 달렸다



정광필
철학77-86
50+인생학교 학장

지방선거가 끝났다. 그래도 훈훈한 분위기가 이어진다. 도로 위에서는 난폭 운전하는 차를 보기가 쉽지 않다. 끼어드는 차도 여유 있게 기다려준다. 이제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났으니 들떠 있던 마음을 내려놓고, 지난 과정을 차분히 복기하면서 조금 멀리 내다보기 좋은 때다.

특히 교육감 선거는 혁신교육의 기치를 내걸었던 현직 교육감이 대부분 재선, 3선에 성공하고 울산까지 합류하면서 이른바 ‘진보교육감’이 대세가 되었다. 2009년 경기도에서 시작하여 교육계는 많은 변화를 이루어냈다. 어려운 시기에 모두 열심히 달려왔고 이번 선거에서도 국민적 지지를 확실히 얻었으니, 앞으로도 하던 대로 하면 될까?

먼저 4년 전 선거를 돌아보자. 13개 시도에서 ‘진보교육감’이 당선된 것은 경기도를 비롯한 6개 교육청에서 시작한 혁신교육의 효과도 있지만 세월호 참사 이후 교육에 대한 시민들의 절박한 문제의식에 힘입은 바 컸다.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 속에서도 청소년들에게 그저 ‘가만히 있으라’고 한 교육이 지속되어서는 안 된다는.

이번 선거 결과도 그 원인을 잘 살펴야 한다. 시민들이 먼저 촛불을 들고 광장으로 나섰고, 기득권을 지키려는 여의도 정치인들의 시국 수습안을 번번이 무력화시키며 대통령 탄핵까지 몰고 갔다. 정권 교체 후 남북 대화와 미·북 회담이 이어지면서 여당 후보들이 큰 혜택을 누렸다. 그러니, 교육감 선거도 파란색 유니폼 입고 큰 사고만 치지 않으면 이기는 판은 아니었을까?

교육계의 지난 1년을 돌아봐도 만만치 않다. 대학입시제도 개편이나 자사고, 특목고 폐지 등을 둘러싸고 논란을 벌이다가 그에 관한 최종 결정을 선거 이후로 미룬 상황이다. 그런데 주요 교육정책을 결정하는 주체는 누구인가? 교육부가 결정하는 듯하다가 국가교육회의에 위임하고, 또 공론화위원회로 공을 넘겼다. 청와대 참모진 내에도 교육 전문가가 없으니, 정치공학적 차원에서 주판알만 굴리다가 여러 정책에 제동을 건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앞으로 4년이 중요하다. 교육 개혁의 절호 기회였던 15년 전 교육계는 NEIS 투쟁으로 힘을 모두 잃어 정작 의미 있는 교육적 변화를 만들지 못했다. 이제 교육계는 다시 과거의 우를 범하지 않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교육부가 정치권의 눈치를 보지 말고 나서야 한다. 중상류층의 계층 대물림 욕망에서 비롯된 고교체제와 대학입시 문제를 교육적 관점에서 지혜롭게 해결해야 한다. 또한 정부는 대통령 산하 국가교육회의를 국가교육위원회로 격상시켜 10년, 100년의 교육대계에 집중하게 해야 한다.

이제 교육청은 교육자치를 제한하는 교육부와 각종 법령을 탓하지 말고, 현장에서 실력을 보여주어야 한다. 특히 교육자치가 교육청 자치로 전락하지 않기 위해서는 의미 있는 시도를 하는 학교에 통 크게 교육과정 운영의 자율권을 부여해야 한다. 그리고 10년째 반복해서 너무 식상한 이야기지만 공문과 집합연수부터 줄여야 한다.

지난 8년 동안 가장 큰 성과로 이야기되는 혁신학교도 1,300개가 넘었으니 전국적인 확산에 성공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혁신학교가 주목을 받았던 것은 기존 학교들이 비정상적으로 운영되었기 때문이다. 혁신학교 또한 7~8년이 지난 지금 초기의 역동성이 줄어들었다. 더구나 20~30년 후 우리 사회의 주역이 될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을 제대로 길러주는지 돌아보게 된다. 지난 100여 년 동안 학교는 ‘성실한 직장인’을 양성하는 데 집중했다. 이제는 소수 엘리트에 의해 세상이 좌지우지 안 되도록 아이의 성장을 긴 호흡으로 바라보고, 발달단계에 맞게 기획하고 자극하며, 아이들을 내면의 힘을 갖춘 ‘각성된 시민’으로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인공지능(AI)과의 경쟁에서 밀려나 루저가 될 것인가, 이웃과 함께 의미 있는 일에 도전하는 시민이 될 것인가? 95% 아이들의 미래가 향후 4년에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