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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0호 2016년 7월] 오피니언 동문칼럼

반인륜적 범죄와 우리 교육

서유헌(의학67-73) 가천대 뇌과학연구원장

반인륜적 범죄와 우리 교육
서유헌(의학67-73) 가천대 뇌과학연구원장




수많은 폭력, 성폭력, 살인, 각종 비리와 같은 부도덕한 반인륜적 범죄가 매일 매스컴에 보도되고 있는데도 줄기는커녕 날로 증가하고 있어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다.


분주한 일상을 뒤로 하고 스트레스에 지친 두뇌를 식히고 새로운 에너지로 재충전하기 위해 산이나 강을 찾아가는 순간부터 언제 누가 흉기를 들고 폭력이나 성폭력을 휘두를지 몰라 운전하고 가기가 두려운 세상이 되고 있다.


세월호 사건에서 선장과 일부의 선원들은 죄책감 없이 승객들을 차디찬 물속에 남겨두고 먼저 도망쳐 나오고 우리 사회의 안전과 기강을 책임지고 있는 정치인, 법조인, 경찰, 군인, 기업인들을 포함한 거의 모든 분야의 사람들이 각종 비리와 부정부패를 저지르고 있어 우리들을 크게 실망시키고 있다.


왜 이런 부도덕하고 반인륜적인 범죄가 우리 사회에 날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는가?


최근 사이코패스, 소시오패스, 충동조절 장애는 뇌의 전두엽(이마엽), 특히 안와전두엽 부위의 기능장애가 원인이 된다는 연구결과가 많이 보고되고 있다. 전두엽은 동기부여를 통해 주의집중을 하고, 창의적이고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 실행하게 하며, 종합적인 사고기능과 인간성, 도덕성 등 인간만이 가진 최고의 뇌 기능을 수행하는 창의뇌, 인간성의 뇌이다. 또한 아래에 있는 감정과 본능의 뇌(포유동물의 뇌)를 제어 조절해서 반사적이고 원초적인 감정과 충동, 폭력을 억제하는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이 전두엽의 기능이 약화되거나 발달이 잘 안 되면 살인, 폭력, 성폭력, 성욕과다와 같은 충동조절장애, 주의집중장애, 잘못된 윤리의식과 도덕적 타락, 인간성 부족이 나타날 수 있다. 유아기에 전두엽을 다치거나 뇌수술등으로 전두엽이 손상되었을 때는 사춘기 이후에 싸움질, 도둑질, 무책임한 성 행위를 하고 자신의 행동에 죄책감을 전혀 느끼지 않는다는 사실이 보고되었으며 이는 어렸을 때의 전두엽 손상이나 기능저하가 비정상적 판단력과 폭력의 원인이 된 것으로 밝혀졌다. 사이코패스 연구전문가이며 ‘괴물의 심연(Psychopath Inside)’저자인 미국의 제임스 팰런 교수는 자신의 뇌 PET 스캔사진(양전자방출단층사진)을 분석하다가 공감과 윤리, 충동조절을 담당하는 자신의 안와전두엽 부위의 활성이 사이코패스의 뇌처럼 저조함을 발견하고 크게 놀랐다.


사랑하는 세 아이와 아내를 둔 자신이 지금까지 폭력을 휘두르거나 위험한 범죄를 저지른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런데 자신의 조상 중 살인자가 즐비하다는 것을 알게 되어 다시 충격을 받았다. 성공한 학자이며 폭력전과도 없는 자상한 가장이 어떻게 사이코패스일 수 있을까? 사려깊은 아버지와 통찰력 있는 어머니가 어린 시절부터 아들에게 행동과 정서 등에 일부 문제가 있음을 알아보고 사랑으로 가득찬 양육과 교육으로 아들을 잘 이끌어 주었기 때문에 반사회적 특성이 나타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태어날 때 받은 유전적 소인은 올바른 양육과 교육으로 극복할 수 있다. 폭력과 충동적 경향을 가진 사람들을 생애 초기에 확인하고 그들이 아동학대와 같은 어려움에 빠지지 않도록 지켜주고 좋은 양육과 교육을 해주는 것이 각종 폭력을 예방하는 첫걸음이다 .


폭력 행동 조절 중추인 전두엽, 3~6세 사이 가장 빠르게 발달

유아기부터 입시교육 치중 문제, 뇌발달 시기 맞춰 인성교육해야


교육은 뇌가 100%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교육은 뇌 발달을 극대화시키는 뇌기반교육(Brain Based Education)이 되어야 한다. 뇌가 아직 성숙하지도 않았는데 남보다 무조건 빨리 많이 가르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서 강제적으로 선행교육, 양적교육에 매달리면 귀중한 아이의 뇌가 망가진다. 뇌는 부위별로 발달하는 시기가 좀 다르다고 알려졌다. 일생 가운데 3세에서 6세 사이에 전두엽이, 초등시기에 측두엽(언어의 뇌), 두정엽(과학의 뇌)이 가장 빠르게 발달을 시작한다고 알려져 있기 때문에 유아기에는 암기식의 영어와 수학 교육보다 전두엽을 더욱 발달시키는 다양한 창의 교육과 인성 교육을, 초등시기에는 영어와 국어 교육, 수학과 과학 교육을 본격적으로 시키는 것이 좋다.


유아기에 인간성 교육과 감정충동조절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그 이후에 인성 교육이 시작되면 올바른 인간성과 도덕성이 행동으로 잘 나타나지 않는다. 즉 인성 교육, 감정조절 교육은 뇌에 수많은 정보가 물밀듯이 밀려오기 전 순수한 유아기에 반드시 시작되고 초·중·고·대학까지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좋은 인간성이 나타난다. 이렇게 보면 세 살 때 버릇 가르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세 살 버릇 여든 간다’는 옛 격언이 뇌과학적으로 맞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네안데르탈인의 뇌의 크기는 인간과 비슷하나 전두엽은 더 작다고 알려지고 있다. 이로 볼 때 네안데르탈인은 창의적 계획과 협력, 희생, 상호 교감을 잘 못하고 자기 가족만을 보호하고 심지어 이웃을 공격해서 살해하고 인육을 먹는 등 문화공동체 형성 실패로 인류와의 경쟁에서 밀려나 약 3만 년 전에 완전 멸종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교육은 유아교육부터 대학입시 준비교육이 되고 있다. 이러한 대학입시 준비교육을 제대로 된 뇌발달 적기교육으로 바꾸지 않는 한 우리 사회에 만연하고 있는 폭력, 살인, 묻지마 범죄, 각종 비리는 늘어만 갈 것이다. 유아기부터 잘못 길들여진 뇌는 평생 간다는 사실을 깊이 생각해야 한다. 올바른 교육, 보육만이 잘못된 고정관념을 바꿀 수 있다. 우리의 교육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보고 입시위주의 잘못된 교육을 과감히 바꾸는 교육혁명이 있어야 한다.


이렇게 될 때에만 네안데르탈인처럼 멸종하지 않고 우리나라를 국민소득 3만달러가 넘는 선진국으로 도약시킬 수 있으며 동방예의지국의 영광을 다시 찾아 인류 발전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