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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4호 2018년 7월] 뉴스 본회소식

남북 화가 대작들, 마포 장학빌딩에 걸린다

9월 14일부터 내년 1월까지 남북한 현대미술 흐름 담아

북한 선우영 작가의 금강산 천녀봉, 장지에 채색, 조선화, 290×197cm, 2004



남북 화가 대작들, 마포 장학빌딩에 걸린다

서울대총동창회(회장 신수정)가 주최하고 사단법인 K-메세나네트워크(이사장 손은신)가 주관하는 남북한 특별전시회 ‘아름다운 동행-평화, 꽃이 피다’가 오는 9월 14일부터 2019년 1월 31일까지 3부에 걸쳐 서울 마포구 SNU 장학빌딩 2층 베리타스 홀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회는 다가오는 통일을 준비하고 문화 예술의 저변 확대를 위해서 그간 서울대총동창회가 문화 사업으로 꾸준히 추진해온 사업이다. 특별히 이번 전시는 남북한 대표 작가들의 작품을 대거 출품, 남북한 문화예술의 현주소를 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전시회를 기획한 K-메세나네트워크 손은신(산업디자인82-91) 이사장은 “최근 남북한 화해와 평화의 시대에 문화 예술인들의 참여로 앞으로 다가올 통일시대 문화한국을 준비하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9월 14일부터 내년 1월까지 남북한 현대미술 흐름 담아

전시회에는 남한 작가로는 한국 현대 추상의 장을 연 102세의 현역 김병기, 김환기, 박수근, 이대원, 김종학, 유영국, 민경갑, 이동표, 임옥상, 이강소, 민정기, 유인수, 박항률, 주태석, 신장식, 서용선, 김종선, 김남표, 이호련, 김성국, 정중원 등 40여 명의 작품 200여 점이 출품된다.

북한 작가로는 길진섭, 리석호, 문학수, 정종여, 함창연, 선우영, 정창모 등 작고 작가부터 문화춘, 전 영, 유정봉, 최제남, 김상직, 김기만, 김춘전, 김성민, 김성근 등 젊은 작가 30여 명의 작품 80여 점을 전시할 예정이다.

전시 수익금은 통일인재육성 장학기금과 통일문화예술기금으로 사용될 계획이다. 이번 전시는 일회적 전시가 아니라 지속적으로 통일인재육성을 위해 매년 정기적인 전시를 통해 기업과 소통하고 앞으로 다가올 문화가 국격을 나타내는 통일한국시대를 구체적으로 준비하는 행사로 준비했다.


민정기 작가의 임진리 나루터, Oil on Canvas, 195×192cm, 2016




인터뷰


남북정상회담장 ‘북한산’ 작가 민정기 동문


지난 4월 남북정상회담에서 화제가 됐던 그림 ‘북한산’의 작가 민정기(회화68-72) 동문이 이번 동문 전시회에 참여한다. 민 동문은 40년 이상 유화로 독특한 풍경 세계를 그려온 작가다. 젊은 시절에는 오윤(조소70졸)·임옥상(회화68-72) 동문과 ‘현실과 발언’ 동인으로 활동하며 민중 미술의 지평을 넓혔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 6월 25일 양평 양서면 부용리 작업실에서 만난 민 동문은 “동문 전시회에 어떤 작품을 출품할지 고민하고 있다”며 2016년 금호미술관 초대전 도록을 보여줬다.


“남북한 특별전시회에 맞춰 임진각 풍경화를 전시하면 어떨까 싶어요. 지금은 1사단이 주둔하고 있는 임진리 나루터나, 사라지고 없는 임진리 도솔원 풍경 등이요. 공간이 허락한다면 가로 5미터 크기의 임진리 나루터 전경도 보여주면 좋을 것 같습니다. 분단 풍경을 통해 우리의 현재를 생각해 보자는 것이지요.”


“낯설어서 김정은 위원장이 관심 보인 듯”


판문점 평화의 집에는 여전히 그의 ‘북한산’ 그림이 걸려있다. 그곳에서 남북 고위급 회담이 열릴 때마다 살아 움직이는 듯한 ‘북한산’이 전파를 탄다. 김정은 위원장이 “무슨 기법으로 그렸냐”며 호기심을 나타냈던 그 그림은 10여 년 전 ‘금강 전도’ 형식으로 그린 작품이다. 시점이 하나로 고정되는 서구 풍경화와 달리 과거와 현재가 겹치는 등 여러 시점에서 본 풍경을 한 화면에 결합하는 방식을 취했다. 그림에는 중문, 사모바위, 삼천사 마애불 등 이야깃거리가 곳곳에 숨어있다. 작품 주인은 국립현대미술관. 시집을 잘 간 셈이다.


“TV를 통해 보면서 가슴이 벅찼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관심을 표한 이유는 익숙하면서도 낯설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어요. 북한에 큰 풍경화를 그리는 작가들이 많지요. 집체화도 있고요. 그런데 리얼리즘 화풍과는 거리가 멀고. 최종현 선생님 도움을 받아 여러 번 답사하며 그린 그림입니다. 겸재의 금강 전도는 미시령에서 보고 그리면서 미시령도 그림에 나오지요. 저는 북한산 응봉에서 보고 그렸어요. 그리는데 3개월 걸렸지만 답사까지 하면 1년은 걸린 작품이에요.”


그의 풍경화는 고지도, 주역, 풍수지리, 설화를 근거로 전통 한국화 준법들을 서양의 유화물감과 화필로 재구성한 독창적인 필법의 작품들이다. 지리학자인 최종현 전 한양대 교수의 도움을 받아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내고 사라진 역사의 흔적도 화폭에 복원했다. 사람과 자연, 역사를 조화시키는 인문학적 회화를 지향하는 그는 “주변을 아우르면서 총체적으로 사물을 봐야 풍경화의 진정한 의미를 알게 된다”며 “폭넓은 시각을 갖게 되면 모든 게 더욱 풍성해진다”고 했다.



북한산 그림이 화제를 모으며 그의 작품을 찾는 사람, 갤러리도 많다. 해외에 국내 작가를 많이 소개하는 국제갤러리는 내년 2월 민정기 동문 기획전을 준비하고 있다. 새 작품을 많이 선보였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 민 동문도 덩달아 바빠졌다. 그는 “회화과 동기인 아내가 큰 도움을 준다”고 했다. 아내 고영실(회화68-72) 동문은 그의 비서를 자처하며 자료와 그림을 손수 챙긴다.


북한과의 관계가 좋아져 관광이 가능해지면 북한의 산수도 화폭에 담을 계획이다. “북한을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는 날이 곧 오겠죠. 소련도 냉전시대에 이렇게 될 줄 생각이나 했습니까. 세월이 가면 많이 변할 겁니다. 그때 영변의 약산동대, 관서팔경 등 가서 보고 담고 싶어요. 비교적 원형이 잘 보존돼 있을 것 같아 기대가 큽니다.”


민 동문은 서울고 미술반 출신으로 한운성(회화65-70) 모교 명예교수, 고 이우범(회화67졸) 삽화가, 박찬경(서양화84-88) 화가 등과 선후배지간이다. 미대 시절엔 연극반 활동에 몰두했다. 이런 인연으로 지난 2005년 여균동(철학77입) 감독의 비단구두, 2010년 이상우(미학70-77) 감독의 ‘작은 연못’에 각각 실향민과 민씨 어른역으로 출연한 바 있다. SBS ‘시크릿 마더’에 출연해 열연을 펼친 배우 민성욱 씨가 그의 차남이다. 


 김남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