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0호 2018년 3월] 뉴스 본회소식
연기호 동문, 장학금 5,000만원 기부
구순 넘긴 지금은 베푸는 계절
구순 넘긴 지금은 베푸는 계절
장학금 5,000만원 기부 연기호 동문
“사람도 춘하추동이에요. 지금은 120세 시대라고 하니 30세, 60세, 90세, 120세로 나눌 수 있을까요. 봄에는 꽃이 핍니다. 여름에 열매를 맺기 위해서죠. 열심히 공부하고 준비해서, 여름이 되면 땀 흘려 가며 열심히 돈을 법니다. 열매가 익고 가을이 되면 수확해서 저장을 하죠. 겨울은 그것들을 베푸는 계절이에요. 전 베푸는 것이 좋습니다.”
2월 19일 본회에 장학금 5,000만원을 기부한 연기호(행대원67-70·사진) 전 연흥아세아 대표. 지난 2월 24일 서초동 한 음식점에서 만난 그에게 기부 동기를 묻자 계절에 비유한 인생관으로 답을 대신했다. 올해로 92세를 맞는 그의 음성은 크고 또렷했고, 기억들은 생생했다. 활기차게 생활하면서 기꺼이 베풂을 실천하는, 아름다운 노년의 표본 같은 모습이었다.
1927년 강원도 평창에서 출생한 연 동문은 덕수상고 졸업 후 경희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했다. 보통고시에 합격해 공무원 생활을 하면서 모교 행정대학원에 다녔다. 서울시 내무국장과 연료과장, 종로구청 총무과장 등을 지내고 퇴직 후에는 극장과 영화사 등을 소유한 연흥아세아의 대표를 지냈다. 서울시에 몸담을 때 그는 굵직굵직한 역사적 사건들의 현장 가까이 있었다.
“1968년 종로구청 총무과장으로 있을 때 악명 높던 종로3가 사창가 단속 작전을 펼치는 데 관여했죠. 1970년대 서울시 연료과장을 지낼 때는 우리나라에 도시가스를 들여오는 데 일익을 했습니다. 양택식 당시 서울시장을 모시고 일본으로 건너가서 태극기를 걸고 도쿄도시가스 사장과 만나 회의도 했죠. 반대가 심했던 주민들을 설득한 끝에 동부이촌동에 시설을 완비하고 처음으로 도시가스를 시범 공급했던 때가 기억납니다.”
서울시 퇴직공무원의 모임인 ‘서울시우회’를 비롯해 서울시 공무원 출신 중 전직 부이사관 이상 모임인 ‘서울시 팔각회’, 행대원 동기 모임 ‘청운회’ 등 한 달에 열 가지가 넘는 모임 덕분에 바삐 지낸다는 그다. “지난 설엔 서울시에 함께 근무했던 99세 동료가 명절 선물을 보내왔다”며 흐뭇하게 웃음 지었다.
연 동문은 본회에 장학금을 기부하기 전에도 20년 넘도록 신년인사회와 홈커밍데이 지원금을 보내오는 등 본회 활동을 지원해왔다. 장학빌딩 건립기금으로도 100만원을 기부했다.
“베풀어야 마음이 편해요. 동창회 행사에 얼굴을 잘 내비치는 편은 아니지만 지원은 꾸준히 하려 했죠. 건강 관리 비법의 첫째는 마음을 비우는 것이에요. 젊었을 때면 모를까 욕심 부리지 않아야죠. 머잖아 모교인 덕수상고와 고향 평창을 도울 수 있는 방법도 찾아볼 계획입니다.”
재경평창군민회 고문을 맡은 그는 원로의 지위임에도 고향을 위하는 일이라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지난 평창 동계올림픽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것도 내심 흐뭇한 일. 본회에 기부한 장학금도 “첫회에는 고향 강원도 출신 학생을 지원하는 데 쓰였으면 한다. 그 다음부터는 동창회에 일임하겠다”고 했다.
“제 호가 ‘백오(白烏)’입니다. 아버지께서 지어주셨는데 평창의 신라시대 지명인 ‘백오현’에서 따온 것이죠. 까마귀가 희니 혁신하라는 의미, 효조인 까마귀처럼 효도하라는 뜻도 담겼어요. 항상 그 가르침을 마음에 새기고 살아갑니다.”
가족 사랑이 지극한 그는 후손들이 벌초하기 힘들 것을 염려해 최근 가족 납골묘를 손수 마련했다. “조카나 손주들이 돌을 맞으면 5만원씩 넣은 예금 통장을 선물해줬다”는데 슬하의 두 딸에게서 얻은 손자 넷 중 한 명이 모교 동문이다. 노용준(법학05-11) 동문으로 부산지방법원 동부지원 판사를 맡고 있다.
박수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