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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6호 2017년 11월] 기고 에세이

서울사대부고 자율적 운영 학교로 만들고 싶어

이은숙 서울사대부고 교장 기고
서울사대부고 자율적 운영 학교로 만들고 싶어

이은숙
국어교육78-82
서울사대부고 교장

선배!
가을학기를 시작한지 한 달이 지나니 벌써 올 한 해도 거두고 정리해야 하는 때가 된 것 같습니다. 연구 욕심이 많은 선배는 더욱 마음이 바쁘리라 짐작해봅니다.

선배!
공립학교 교장 잘하다가 왜 사대부고를 선택했는지 의아해 하셨지요? 우선 학교 구성원이 지혜를 모아 자율적으로 운영하는 학교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이는 교사의 로망입니다만, 공립은 공립대로 사립은 사립대로 여건이 녹록하지 않습니다. 사대부고라면 그런 학교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선배!
제가 사대부고에서 교육실습을 하고, 사대부여중에서 9년을 근무했던 것 아시지요? 그때는 연구학교라고 하면서도 연구는 한 해에 두어 명이 학위논문 발표하는 정도였습니다. 학교현장에 연구할 것이 참 많은데 하고 생각만 했습니다. 그것이 부여중을 떠난 후에도 의식에 남아 있었나 봅니다. 부설학교가 법인학교가 되니, 연구와 실험, 시범학교로서 책임감이 더 크게 다가왔습니다. 사대부고를 교육연구학교로 자리매김하게 하는 것이 제가 사대부고를 택한 둘째 이유입니다.

선배!
사대에서 실습생들이 오는 철이면 부설학교가 축제처럼 즐거웠던 것을 기억하시지요? 해마다 교생들은 아이들을 가르치고 지도교사들에게 배우기에 실습기간이 짧음을 아쉬워했습니다. 그런 뜻있는 예비교사들에게 사대부고의 모든 자원을 제공하여 교직의 실제를 충분히 준비하고 더 많이 입직하게 하고 싶었습니다. 이것이 제가 사대부고를 택한 셋째 목적입니다.

선배!
사대부고는 여전히 학생과 학부모가 매우 선호하는 ‘베스트 일반고’입니다. 그리고 사대부고에는 그 이상의 미션이 있습니다. 고교학점제를 통하여 고등학교를 질적으로 업그레이드하는 것, 구성원이 적절한 긴장과 여유를 가지고 일하는 지속가능한 학교시스템을 만드는 것, 훌륭한 교원을 양성하는 프로그램과 제도를 만드는 것, 이러한 모델들을 통해 우리 교육을 선도하는 것이 그것입니다. 이 일들은 대학과 함께 할 때 훨씬 효과가 있을 것입니다. 실은 대학에서 먼저 사대부고에 요구해야 한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사대부고는 그것을 위해 세운 학교이기 때문입니다.

선배!
사대부고에서 한 달이 지나면서 학교구성원들과 대학에 놀라고 있습니다. 사대부고 교직원과 동문들은 학교를 매우 사랑하고 좋은 학교로 만들고자 하는 뜻과 열정이 대단합니다. 안주하려는 마음이 슬쩍 일어날 때마다 이분들의 의지가 저를 일깨웁니다. 이에 비해 대학에 사대부고는 별로 대단치 않았습니다. 법인화 과정에서 어찌 생겨난 ‘업둥이’ 같은 느낌입니다. 홍길동처럼 스스로 커야 하는 운명인가, 업둥이가 집안을 빛내는 걸 보여줘야 하나 하며 혼자 웃습니다.

선배!
당장 제 앞에는 내년 2월에 입주하는 신축교사의 교구와 설비를 위한 적지 않은 재원을 마련하는 일이 떡하니 서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부고에는 40년 만에 새 교사에서 공부하게 된 후배들을 위하여 기금 마련 네이밍 캠페인을 하는 동창회가 있습니다. 제가 전환기에 부임해서 여러모로 많이 어려울 것 같다고, 좋은 학교 만드는 데 열심히 동참할 터이니 힘내라고 응원하는 교직원이 있습니다. 그러니 선배도 사대부고가 교육을 선도하는 플래그십(flagship)이 되는 데 함께 하실 거지요? 우리나라에서 제일 긴 ‘국립대학법인서울대학교사범대학부설고등학교’라는 이름답게 말입니다. 중등보통교육을 선도하고, 교육발전을 위한 연구·실험·시범학교로 기능하며, 훌륭한 예비교사를 많이 양성하도록, 법인화 완성을 기회로 우리 힘을 합해 봅시다. 서울대학과 사대부고가 마땅히 해야 할 일입니다. 서울대학과 사대부고가 하면 다를 것입니다.

선배!
신축 교사를 둘러보러 가자고 하네요. 긴 이야기 들어주어서 고맙습니다. 제겐 선배가 참 소중한 멘토이니 어쩔 수가 없습니다. 다음엔 어떻게 우리 교육을 선도해갈 것인지 예전처럼 밤새워 얘기하고 싶습니다. 다시 감사하다는 말씀 드립니다. 

2017. 10. 서울사대부고 교장 이은숙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