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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6호 2017년 11월] 문화 신간안내

김태유 교수 '패권의 비밀' 펴내

“4차산업혁명 성공은 정부 정책에 달렸다”

“4차산업혁명 성공은 정부 정책에 달렸다”


패권의 비밀

김태유 모교 산업공학과 교수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23,000원


김태유 교수가 인터뷰 중에 포즈를 취했다.


한국 사람이 쓴 산업혁명 이론서를 갖고 산업혁명의 본산인 영국, 유럽 국가 학자들이 연구를 한다? 김태유(자원공학70-74) 모교 산업공학과 교수가 쓴 ‘패권의 비밀(The Secrets of Hegemony)’에 대한 이야기다. ‘패권의 비밀’은 한국어판에 앞서 영어판이 발간돼 해외에서 먼저 주목을 받았다. 패트릭 K. 오브라이언 옥스퍼드대·런던정경대 교수는 “인류 역사를 장식한 숱한 문명과 그 문명을 주도했던 국가들의 흥망성쇠를 결정하는 조건이 무엇인가에 대해 김 교수는 해박한 지식과 명쾌한 논리로 답하고 있다”며 “미래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패권의 향방을 투영시켜 볼 수 있는 거울”이라고 평가했다. 


지난 10월 26일 서울대 연구실에서 만난 김태유 교수는 “5년에 걸쳐, 연중 350일 이상을 학교에 나와 몰두해 나온 책”이라고 했다. 주석만 60페이지가 넘는다. 이 책 쓰고 눈도 침침해지고 허리도 나빠졌다.


“패권의 비밀이 외국 도서관에 깔리고 역사적 사료로도 남아 100년 이상 가기를 기대하면서 썼죠. 기대가 큰가요?(웃음) 대한민국 지성인과 미래 엘리트들이 꼭 읽었으면 해요. 4차 산업혁명에 대한 통찰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바람도 크지요.”


‘패권의 비밀’에서 김 교수는 산업혁명이 인류문명사에 대분기이고 우리가 이를 빨리 수용하지 못해 일본의 식민지로 전락했다고 말한다. 4차 산업혁명이 인류문명사의 두 번째 대분기점인데 이번에는 빨리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대원군이 위정척사를 내세워 서양의 앞선 문물을 막았을 때 그 기조에 흐르던 것은 인문학적 안분지족 사상이었어요. 지금도 인간의 진정한 행복을 말하며 4차 산업혁명을 은근히 비판하는 분들이 계신데 안타깝습니다. 일자리에 대한 걱정도 마찬가지고요. 또 4차 산업혁명 이야기는 많이 하는데 산업혁명을 본격적으로 공부해서 말씀하시는 분들은 많지 않다 보니 좀 모호한 구석이 있어요.”


그럼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은 무엇일까. 김 교수는 “정부의 정책”이라고 단언한다. 


“영국의 산업혁명이 시장논리로 이뤄진 게 아닙니다. 후발국인 독일, 일본도 정책으로 일으켰죠. 영국은 양모수출금지법, 면직물 수입금지법 등을 만들어 영국내 면직물 산업을 보호하고 일으켰죠. 제임스 와트의 증기기관도 특허 20년 연장이라는 결단 덕분에 빛을 볼 수 있었습니다.”


김 교수가 우리나라가 4차 산업혁명 선두에 서기 위한 방법론으로 제시하는 것은 정부의 유전자를 바꾸고 인재들을 과학 공학 분야로 유입하는 것.


“유럽의 스페인과 프랑스가 영국에 뒤처진 이유는 모든 인재들이 기사 되는 길 밖에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농업시대의 발상에서 벗어나지 못했죠. 영국에서는 인클로저 운동(Enclosure movement)이 일어나 젊은 사람들의 상공업 진출이 이뤄지고, 방적기를 만든 아크라이트에게 기사 작위도 주는 등 친 상공업 정책을 펼칩니다. 프랑스, 스페인에서는 귀족들이 이런 일을 하면 작위를 몰수할 때죠. 지금 대한민국의 인재들이 의대를 가서 돈 벌기 쉬운 성형외과 등으로 가고 있죠. 그런 일은 경험 많은 장년·노년층 의사들이 더 잘할 수 있는 건데. 인재들을 4차 산업혁명의 바이오테크놀로지 분야로 유인하는 정책이 나와야 합니다. 베이비부머 세대 중 은퇴한 고급 인력에게 7급 공무원 일 맡기면 기가 막히게 잘해낼 겁니다. 젊은 인재들을 대한민국 성장동력이 될 산업으로 유인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이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은 그의 책 ‘정부의 유전자를 변화시켜라’와 ‘은퇴가 없는 나라’에 나와 있다.  




김태유 교수는 노무현 정부 1기 대통령정보과학기술보좌관을 맡아 과학기술부장관 부총리 승격, 이공계 박사 5급 공무원 특채 제도 등을 건의해 과학기술이 선도하는 대한민국의 밑그림을 설계하고자 애썼다. 그러나 이에 대한 반발이 컸고 자의반 타의반으로 1년 만에 물러났다.


“미래의 부강한 한국을 만들기 위해서는 재경부총리는 거시경제를 책임지고 과학기술부총리는 미시경제를 책임지는 투톱체제로 가야한다고 설득해 과학기술부장관의 승격은 뜻대로 됐지만 공학박사 5급 특채에 대한 행안부의 반발이 심했습니다. 완성하고 싶었지만 시작만 하고 낙마를 했지요. 좌절감이 컸어요. 그때 떠오르는 게 율곡 선생의 정암 조광조에 대한 평가였어요. ‘정암은 학문을 완성하기 전에 세상을 바꾸려고 해서 실패했다.’ 학문이 완성됐었다면 세상을 설득할 수 있지 않았을까. 다시 관악으로 돌아와 연구에 몰두했지요. ‘Economic growth’, ‘국부의 조건’, ‘정부의 유전자를 변화시켜라’, ‘은퇴가 없는 나라’가 다 그 이후 쓴 책입니다.”


김태유 교수는 원래 에너지를 연구하는 학자다. 대학 시절 오일쇼크가 터지자 이를 해결하는 공부를 하기로 마음먹고 미국 콜로라도대에서 자원경제학으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7년 이명박 정부시절 셰일오일 등으로 유가 폭락을 경고하며 수조원의 비용이 투입되는 해외 자원 투자 제고를 설득했지만 이루지 못했다. 결국 많은 돈이 낭비됐다. 자괴감 때문에 에너지 연구에서 국가발전 연구로 방향을 바꿨다. 

“그때 제자들 모아놓고 그랬어요. ‘나는 불행한 에너지 연구자다. 더 이상 에너지 연구할 에너지가 없다.’ 산업혁명이 국가 발전 기본 원리라는 사실을 알았다면 내가 주장한 에너지 정책을 정부나 학계에서 수용했을 텐데 그 사람들이 그 원리 몰라서 수용하지 않았다고 생각했지요. 수십 조원의 세금을 아낄 수 있었는데 못했다는 자괴감에서 산업혁명 연구로 국가 발전에 기여해야겠다고 마음먹었죠.”  


김 교수는 과학기술계의 NGO로 주목받고 있는 과실연(바른 과학기술사회 실현을 위한 국민연합) 공동대표, 외교통상부 에너지 자원 대외직명대사로 활동했으며 현재 과학기술, 경제학, 역사학을 학문적 기반으로 인류문명의 발전과 쇠퇴에 관한 연구와 집필에 몰두하고 있다.              김남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