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2호 2025년 1월] 문화 신간안내
형벌은 첫 번째 아닌 마지막 대안으로
범죄의 적당한 양
형벌은 첫 번째 아닌 마지막 대안으로
화제의 책
범죄의 적당한 양
닐스 크리스티 저
최정학(공법88-93)
방통대 법학과 교수 옮김
에피스테메
범죄학? 형벌학? 범죄학은 들어봤지만, 형벌학은 낯설다. 우리 사회의 범죄 문제가 서구 여러 나라와 비교해 심각한 정도는 아니기 때문 아닐까.
그러나 점차 개인주의적인 문화, 그리고 그에 따른 일탈 현상들이 사회 문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 우리는 여기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엄격한 형벌, 아니면 사회적 관용과 복지?
세계적인 범죄학자 크리스티는 신자유주의를 기초로 한 엄벌주의를 시행했던 미국과 복지체제를 지향하는-최근 영미를 따라가지만-유럽 국가들의 모습을 통해 우리에게 범죄와 형벌 문제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제공한다.
캐나다는 10만 명당 116명의 수용자를 갖고 있고, 미국은 730명이다. 미국은 물질적으로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고 자유로운 나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에서 가장 많은 교도소 인구를 가지고 있다. 왜 그럴까?
크리스티는 “범죄 통제의 양은 운명적인 어떤 것이 아니라 선택할 수 있는 정치적 결정에 달려 있다”고 말한다. 중앙 권력의 상징성 혹은 다른 어떤 필요에 위해 범죄의 양을 조절한다는 것이다.
그는 “범죄는 아주 많다. 그리고 그뿐이다. 범죄란 자유롭게 쓸 수 있는 개념인 것이다. 필요한 것은 다양한 제도 내에서 그것의 쓰임을 이해하는 것이고, 이를 통해 그 사용과 사용자들을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책 전반을 관통하는 주제는 형벌 최소화론이다. 크리스티는 “형벌은 첫 번째가 아니라 마지막 대안이 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형벌 최소화론은 여러 선택의 가능성을 열어 둔다. 바람직하지 않은 행위에 이르게 된 일련의 전체 과정에서 출발점을 취하게 되면, 형벌은 여러 선택지 가운데 단지 하나의 방법이 될 뿐이다. 범죄가 아닌 갈등으로 바라볼 때 자유로운 시각을 갖게 해 준다. 현재 형벌 제도에 의해 처리되는 매우 많은 갈등을 중재와 회복을 통해 할수 도, 사회 복지를 더욱 강조해 예방할 수도 있다.
크리스티는 “잘못된 행위가 있었다 할지라도, 관계를 계속 유지하려 하는 곳에서는 범죄인에 대한 형벌이 아니라 피해자에 대한 배상이 주된 해답이 된다. 형법은 어떤 목적을 위해서는 완벽한 도구지만, 다른 것에 대해서는 서투른 수단일 뿐이다. 이것은 우리로 하여금 많은 관심 사항을 없애게 하고, 전부 아니면 전무-즉 유죄 아니면 무죄-라는 이분법에 근거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 책은 학자들을 위한 이론서라기보다는 대중들을 위한 교양서에 가깝다. 저자의 경험에 기반해 술술 읽힌다.
책을 번역한 최정학 동문은 “닐스 크리스티는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범죄학자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소개가 안됐다”며 “자신의 개인적인 경험을 예로 들어가면서 잔잔하게 서술해 가는 크리스티의 글은 서양 국가에서의 범죄와 형벌, 또 우리나라를 포함해서 그들을 따라가는 전 세계 모든 나라에서 이 문제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 흥미로운 질문과 대답을 아주 쉬운 내용으로 전달해 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남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