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0호 2024년 1월] 문화 신간안내
저자와의 인터뷰: “인간다움의 핵심 요소는 공감, 이성, 자유”
김기현 모교 철학과 교수
저자와의 인터뷰
“인간다움의 핵심 요소는 공감, 이성, 자유”
‘인간다움’ 쓴 김기현 모교 철학과 교수
교보문고 인문 베스트셀러에 올라
교수 재직 시절 펴내는 마지막 책
김기현(철학78-83 모교 발전재단 부이사장) 모교 철학과 교수가 쓴 ‘인간다움’(21세기북스)이 교보문고 인문 부문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지성사를 다룬 책이 오랜만에 받는 관심이다.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철학사를 인간다움이라는 키워드로 쉽게 설명했다는 평이다. ‘인간다움’은 올 8월 정년을 맞는 그가 재직 시절 펴낸 마지막 책이기도 하다. 그동안 연구의 농축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기현 교수는 학생들에게 인식론을 인지과학과 연결하고 심리철학으로 확장해 가르치며, ‘세바시’, ‘TED’ 등 대중 강연과 기업 및 사회 각 계층의 리더십 인문학 강연 등으로 삶에 철학을 적용하는 방법을 알리기 위해 꾸준히 활동해왔다.
지난해 12월 27일 모교 발전재단 부이사장실에서 만난 그에게 왜 지금 ‘인간다움’을 화두로 던졌는지 물었다.
“전쟁, 잔혹한 사건들, AI 출현 등으로 인간다움에 대한 고민이 짙어지는 시기입니다. 내면세계를 구성하는 많은 항목 중에서 인간다움을 선택한 이유는 인간다움이 한 시대의 이정표와 같은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나아가 미래를 진단하는 방향키 같은 것이죠. 출발은 제 개인적인 고민입니다. ‘야수와 천사’가 공존하는 나에게 인간다움은 무엇일까를 생각하다 책을 집필하게 됐죠.”
이 책은 처음 ‘개인의 탄생’이라는 제목으로 21세기북스의 ‘서가명강 시리즈’의 하나로 기획됐다. 서가명강은 서울대를 가지 않아도 들을 수 있는 명강의 시리즈를 뜻한다. 책의 내용이 인간다움으로 진화하면서 내용도 방대해졌고, 단행본으로 나오게 됐다.
김 교수는 “한국의 심한 갈등 현상을 보면서, ‘이념적 대립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하더라도 최소한 지켜야 하는 부분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란 생각에 인간다움에 관심을 두게 된 측면도 있다”고 했다.
그렇다고 인간답게 사는 것을 가르치는 교훈서는 아니다. 책은 인간다움에 대한 전통적 생각은 어떻게 만들어졌으며, 이 생각이 어떤 변화의 압력을 받고 있는지를 살핀다.
인간다움이 무엇이냐고 물을 때 어떤 대답을 할 수 있을까. 답이 막연한 인간다움에 대해 이 책은 분명하게 3가지 기준을 제시한다. 김 교수는 책에서 “인간다움의 핵심 가치가 ‘공감’, ‘이성’, ‘자유’의 3가지 축을 통해 현실 속에서 구체화 된다”고 말한다. 즉 인간다움은 공감을 연료로 하고 이성을 엔진으로 하며 자유로써 규범을 구성하는 성품이라는 것이다. 이 3가지 요소가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는 지성사 속에서 어떻게 주목받고 형성됐는지 쉽게 설명한다.
“인간다움에 대한 생각이 다양할 수 있어요. 어떤 이는 영원성을 추구하는 것을 인간다움이라고 생각할 수 있죠. 제가 말한 인간다움은 관계에서의 인간다움입니다. 인간다움의 개념을 관계 속에서 명확하게 그려내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렇다면 김 교수가 걱정하는 이 시대 인간다움의 도전은 무엇일까. 그는 “AI에 대한 의존성 심화, 비대면 사회로의 진전, 나르시스트의 증가”를 문제로 들었다. “개인을 만드는 것은 그가 한 선택들의 합일 수 있는데, 그 선택을 AI에게 의존하면 나중에 그는 어떻게 될까요? 온라인 커뮤니케이션 수단이 늘어나면서 비대면 사회로 가는 것도 우려되는 상황입니다. 문자로 공감을 얻어낼 수 있을까요? 오히려 오해가 커질 수 있죠. 또 자신에 대한 과대망상이 인스타그램 등에서 넘칩니다. 밖의 소음에 문을 잠그고 내면의 소리에 집중해야 할 때입니다.”
김 교수는 인간다움이 도전을 받고 있다면, 이 자산을 유지 보존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궁금해질 수 있지만 그 부분에 대해선 과제로 남겼다. ‘공감 능력을 증진하기 위해서는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거나 ‘이성을 함양하기 위해서는 위해 토론하는 문화가 필요하다’는 식의 뻔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 무책임하게 느껴졌기 때문.
그는 “미래지향적인 해결 방안에 대한 탐구는 별도의 책으로 깊이 있게 다뤄질 필요가 있고, 이 작업은 미래의 과제 또는 다른 사람의 과제로 남겨놓고자 한다”고 말했다.
“우리가 생각하는 인간다움의 개념이 과거와 달랐듯이 미래에 바뀔 수 있어요. 우리 자산으로서 인간다움이 중요하다면 그 개념을 그냥 세월에 맡겨 흘러보낼 게 아니라, 방향성을 생각해 보고, 유지할 부분은 무엇인지, 이 책을읽고 모두가 함께 고민해 봤으면 좋겠어요.”
김 교수는 모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모교 대학원 철학과에서 석사학위를, 미국 아리조나대학교에서 철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지은 책으로는 ‘공존과 지속’(공저), ‘인문의 길 인간의 길’(공저), ‘현대인식론’, ‘지식의 최전선’(공저) 등이 있으며, 한국인지과학학회 회장, 한국분석철학회 회장 등을 역임했다.
김남주 기자